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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taurus (Siegfried)
날 짜 (Date): 1999년 8월 30일 월요일 오후 03시 21분 57초
제 목(Title): [수필14] 귀를 후비며 


귀를 후비며

정진권

 어느 날 갑자기 귀가 몹시 가렵기로, 나는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손가락 끝이 그 가려운 데까지 닿지 않아 퍽 안타까웠다. 그 때, 
나는 내 새끼손가락의 무능을 퍽 탓했다.
 그러다가 문득 보니, 성냥개비 한 개가 책상 위에 흘려 있었다.
나는 얼른 그것을 집어 귀를 후볐는데, 그 시원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과연 네로구나."
 나는 이렇게 감탄을 발하며 한참 시원 삼매에 침잠했었다. 아, 그러나 누가 
뜻했으랴, 그만 그 귀중한 성냥개비가 자끈동 부러지지 않는가.
 나는 그 부러진 성냥개비를 창 밖으로 짜증스럽게 내던지며, 아무짝에도 못쓸 
것이라고 욕을 퍼부었다.
 결국 나는 귀후비개를 찾기로 하고 서랍을 뒤졌다. 마침 찾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상쾌한 한때를 즐기면서 귀후비개의 공로를 찬양했다.
 그러다가 나는 문득 내 새끼손가락을 생각했다. 가려운 때까지 닿지 않는다고 
타박받은 손가락이다. 그리고 성냥개비를 생각했다. 한참 시원할 때 요절해서, 
아부짝에도 못 쓸 것이라고 욕을 먹은 성냥개비다.
 나는 좀 반성하기로 하고, 우선 내가 그들을 타바가하고 욕한 것은 정당했나 
스스로 물어 보았다. 언뜻 정당한 것 같았지만, 나는 참 쉬운 점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게 아니라, 손가락이나 성냥개비는 결코 귀를 후비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새끼손가락의 본래의 임무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최소한 이것이 없으면, 
성냥개비와 귀후비개를 태산만큼 가졌다 할지라도 나는 손가락 병신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성냥개비의 임무는 불을 켜는 데 있다. 그러니까 성냥개비가 그 자신의 실수나 
못남으로 인하여 불을 일으키지 못할 때에만 나는 성냥개비를 욕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좀 미안스러웠다. 해서, 나는 새끼손가락을 어루만지고, 창 밖에 
내던진 성냥개비를 주워다가 성냥갑을 찾아 그 안에 잘 넣어두었다. 반쫌 나은 
몸으로나마 한스러움 없이, 그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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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서점에서 좋은 책을 찾았을 때의 느낌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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