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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taurus (Siegfried)
날 짜 (Date): 1999년 8월 24일 화요일 오전 09시 50분 55초
제 목(Title): [수필9] 은전 한 닢


은전 한 닢

피천득

예전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돈 바꾸는 집)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 "하-오(좋소)"하고 
내어준다. 그는 "하-오"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놓으며 "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 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었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돈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니는 안 나나요 ?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전장 사람은 웃으면서 "하-오"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은전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치른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돈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 담 
밑에 쪼그리고 앉앗 돈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리고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원짜리를 줍니까? 각전 한 닢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푼 한푼 얻은 돈에서 몇 닢 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닢을 각전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대양' 한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요?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 거리다가 대답했다.
" 이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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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서점에서 좋은 책을 찾았을 때의 느낌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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