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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wits (홍 영진)
날 짜 (Date): 1994년02월11일(금) 22시03분48초 KST
제 목(Title): 잊을 수 없는 구정연휴의 추억...


그녀를 처음 만난건 하이텔 체팅실에서 였다.

체팅방 안에는 나까지 3명의 남자와 유** 라는 여성이 한명 대화
를 하고 있었는데... 주** 라는 68년생과 김** 라는 68년생 남자
가 70년생인 유** 라는 여자를 직접 만날려고 막 꼬시는 중에 내
가 덤으로 끼어 나도 나가겠다고 하고는 구정 연휴 첫날인 9일날
오후 6시반 대학로 동숭아트센타 1층 커피숍에서 그녀를 만났다.

5분 늦게 약속장소에 나갔지만 아무도 안나온거 같아  혼자 물만
마시며 처음 만나게될 그네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170cm는 되
보이는 검은 롱코트에 땅에 끌릴만큼 긴 검은 목도리를 하고  숏
카트를 친 단발에 하얀 얼굴을 한 여자가 거의 손님이 없는 커피
숍을 두리번 거리며 혼자 자리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  직감적으
로 유** 라는 여자라는걸 알았다. 하지만 난 잠시 내 자리를  지
키고 있다가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접근해가...

" 유** 님 혹시 아니십니까? 하이텔 대화방에서 만났던... "

" 네 제가 유** 입니다. "

" 하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홍** 입니다. "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루어졌고... 그녀는 체팅실에서 자신이 말
하던것 처럼 못생기지도 아줌마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여태까
지 내가 접해본 여성들과는 달리  우아하고 지적이며 발삼향 같
이 은은한 력이 있어 보이는 여자였다.   특히나 그 커피숍의
은은한 갈색 톤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의상에 깡마른듯  하면서
도 여울처럼 퍼지는 미소가  그녀의 이지적 분위기를 푸근한 분
위기로 여운을 만들어 나갔다.

약간은 형식적인 대화가 흘렀고...  나의 눈의 촛점이 그녀에게
가까와지는 순간... 함께 약속했던 한명이 나타나...

" 유** 씨 맞죠? 하하 죄송합니다. 약속장소를 좀 옮기면 어떨
  까요... 또 다른 여자분과 약속을 해서... 요 옆 허드슨호크
  라는 곳으로 가면 어떨까요.. 거기서들 기다리고 있는데... "

그 사람의 일방적 약속 변경에 약간 찜찜한 기분은 들었지만 별
거부감 없이 자리를 옮겨주는 그녀를 보고 더욱 그녀에게  호감
을 느꼈다. 가면서 난 되도록 내게 대한 부담감을 없애려고  잡
담을 주로 했고..  미끄러운 밤길에 그녀의 하이힐이 다을때 마
다 소매안에 팔을 넣은체 팔을 벌리고 균형을 잡는 그녀를 보며
난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한번은 균형을 잃은거 같아 팔을 잡아
주기도 하며...  앞서 가는 주** 씨가 그녀와 내가 꼭 연인처럼
다정해 보인다는 말을 했을때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허드슨 호크'라는 아까 보다는 다소 발랄
한 분위기의 커다란 커피숍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그녀가 상당히
쾌활한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야기 할때마다 웃는 일이 많
아져서인지 마주 앉아 있는 나에게 민트향이 나는것 같았다.

같이 만나게 된 남자 둘은 나보다 한살씩 많았지만 나보다도 훨
씬 락카페 분위기에 잘 맞을거 같은 사람들이었고... 굉장히 잘
노는 사람들인거 같았다. 또 다른 여자는 나랑 동갑이었는데...
미니 스카트에... 키가 175 정도 되 보일정도로 큰 미녀였다.
하지만 이미 유**에게 마음이 돌아선 이유일까?  미끈한 미녀도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유** ... 상대적이라 그렇겠지만,
함께 만나게된 여자에 비해 별로 여성스러운  미가 뛰어 난것은
아니였지만... 그녀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그날 우리는 커피숍을 두군데 다니고  대학로 '도깨비' 라는 큰
일본식 분식집에서 간단히 레몬소주와 초밥 등을 먹고...  노래
방에 갔다. 그 음식점에서는 그녀말만 따라 그녀는 음식을 잘먹
었다. 깡마른 체구인데도 아주 깔끔한 솜씨로 그릇을 비우는 그
녀를 보면서 옆 테이블에 찌게 안주에 쏘주 칵테일을  들이키며
담배연기를 연신 내뿜는 최신 유행걸들을 보니 유**  그녀가 상
당히 건강미 있어 보였다. 그녀는 알고 보니...  대학에서의 전
공과는 상관없이 (공대출신 여성이었다.) 출판사에서  편집일을
하고 있었고... 직장 생활은 이제 1년 되가는 전형적 현대 여성
이었다. 독신주의는 아닌거 같았고  결혼 이야기를 누군가 꺼냈
을땐 너무도 당연히 '결혼 해야죠!' 라며 웃었다. 근데... 대화
를 나누며 느낀거지만 다들 직장인들인데...  나만 신분이 학생
이다 보니... 공통된 화제들 속에 나만 동떨어진 감이 있었다.
물어오는 질문 역시 주로 학교에 대한게 많아서.. 내심 좀 주눅
이 들었다. 밤은 더욱 깊어갔고... 밤길은 더욱 미끄러워 졌고..
그녀는 갈 수록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다음은 이름을 기억 못하는 노래방으로 갔다. 왜 인지는 모르지
만 난 노래라면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인간인데... 그날은 그녀
때문인지 별다른 오기 부릴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묻어 들어
가 노래 점수를 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주로 조용한 노래를 불
렀고... 다른 남자들의 담배연기로 매쾌해진 밀폐된 방안에서도
어두운 그녀의 얼굴선을 보며 난 상당한 포근함을 느꼈다.

생각보다 전부들 별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녀도
그저 평범할 정도로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체워가고 있는데...
누군가 '그대안의 블루'를 선택했었다. 난 그 노래를 몰랐다.
그런데.. 마이크는 그녀에게 넘어갔다.. 그러면서...

" 이 노래는 남자 한분이 도와 주셔야 하는데...요... "

아~~~ 내가 그 노래를 평소에 알았다면...  하나 남은 마이크는
다른 놈한테 넘어갔고... 그 놈는 여태까지 별로 못한던 노래를
허스키한 음성으로 그녀와 너무도 잘 호흡을 맞추며  '그대안의
블루'를 불러 나갔다. 그 다음에 내가 선택한 노래는  이상은의
'언젠가는' 이었다... (제 마음을 아시겠죠?)

노래방을 나온 시간이 밤 10시 35분...   그녀는 너무 늦었다고
서둘러 귀가를 서둘렀고... 우리는 모두 지하철로 향했다...

아쉬운 내 마음을 하늘이 알았을까... 그녀와 유일한 같은 방향
는 나밖에 없었다. 별로 붐비지 않는 지하철 안에서 그녀와  단
둘이 동문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그녀와 나의 고등학교
는 조인트 동문회를 하는 일이 많은 학교였다. ) 그녀가 내리는
역에서 나도 무조건 내렸다. 그리고 별 이야기 없이...  그녀를
따라가며... 홀로... '이대로 끝인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
았다... 연락처는 벌써 알아 냈지만...  그녀는 내게 별로 맘이
없는것 같은 느낌...

" 전 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집이에요.. 이제 가세요. "

" 음... 그래 나도 빨리 집에 가야지... 오늘 만나서 즐거웠다.
  그리고 너 만기전에 체팅실에서 네가 뚱뚱보에 아줌마라고
  왜 그랬니? 넌 이렇게 매력적인데... 안녕... 다음에 꼭  한
  번 다시 만나줘... "

" 좋은 사람 있음 저좀 소개 시켜주세요... 잘가요... "

그녀는 이번에도 팔을 벌리며 종종걸음으로 사라져 갔고...
밤길은 그녀집 앞 골목도 몹시 미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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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  영 진 (Hong, Youngjin)    Software system lab. Korea Univ.
     E-Mail: wits@swsys.korea.ac.kr(163.152.96.2)   TEL: 02-925-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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