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NU ] in KIDS 글 쓴 이(By): sobong () 날 짜 (Date): 1998년 7월 29일 수요일 오후 04시 36분 51초 제 목(Title): 도서관서 이런 여자 조심합시다. (이미 졸업하신 선배님들을 위하여 현재 도서관 배치를 설명 .) 도서관은 현재 신관만 열람실로 운영중이다. 예전에 구관에서 처럼 개방석을 만들어 달라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얼마전부터 신관에도 개방석이 마련되었고. 늘 가장 구석자리만을 고집하는 나의 성향상, 하지만 그 자릴 맡을만큼 부지런 하지는 못한 나의 게으름때문에 요즈음엔 개방석 구석의 한 자리를 선호하게 되었 다. 어느 자리에 앉건 내가 몸을 들썩 거리면서 공부를 하는편이건 하는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얼마전부터 내 앞자리에 앉아서 나의 행동을 흉내내는 남자가 생긴 것이다. 내가 기지개를 펴면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하면 하품을 하고, 심지어 엎드려 자면 따라서 엎어지는. 뭐 나랑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겠거니 하면서 넘어갔는데, 저 뒤에서 공부하던 친구가 와서 이런 말을 한다. "야. 저 남자 왜 그렇게 널 쳐다보냐. 밥먹으러 갈때도 그렇고. 왔다갔다 하면서도. 그리고 넌 못봤겠지만 저사람 친구가 널 손으로 가르키기도 하더라." 평소대로 이런것 쯤은 무시하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친구의 이야기에 신경을 쓴 것이 화근이었다. 참을성이 좀 부족한 성격탓에, 그리고 공주병 어쩌고 하는건 온 몸을 근지럽게 한다는 평소의 소신대로 그 남자에게 바로 쪽지를 던졌다. '잠시 저랑 담배한대 피우러 나가시겠습니까?' 바깥 벤치에 앉아서 대뜸 이렇게 물었다. "혹시 저 알아요?" 아니요 할줄 알았는데. 안다고 대답한다. 얼굴을 많이 봤다나 어쨌다나. 그리고 또 물었다. "근데 왜 자꾸만 날 쳐다보시죠?" 그 남자는 매우 억울하다는 듯이 울먹거렸다. 안 쳐다봤어요. 이 말도 잊지않고. 아차. 처음부터 너무 저돌적으로 물었다는 생각이 들어 노선을 바꿨다. "담배피는 남자들이 담배피는 여자들에게 배타적이죠? 그래도 난 담배 피는 남자들 앞에서만 담배를 물어요. 인간성이 더러운것지 너무 깨끗한건지 모르겠어요." 남자의 표정 여전히 띵함. "근데 이학교 학생이세요? 몇학번? 뭔 공부하죠?" 그 남자는 착하게 묻는말에 차근차근 대답을 다 했다. 그쪽은요 라는 말을 뒤에 붙이는것도 잊지 않는다. "아.저요? 저는 깡패에요. 히히히."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했다. "저 말이죠. 정말 오랫만에 맘잡고 도서관에 와서 공부하는데, 누가 쳐다보고 그러면 공부를 못하거든요. 남들이 그러는데 공주병이래요. 그래서 그런데 이젠 그쪽도 공부 열심히 하시고, 괜한 오해 하지 말자구요." 설마, 그래도 꿋꿋이 공부하러 오겠지 하고 생각했던 그 남자는 그날 이후 도서 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장래 공인회계사를 꿈꾸며 경북대 도서관을 뜨겁게 지필 한 사내를 난 무참히 도서관에서 쫓아내고야 만 것이다. 요새 우리 학교 남자들 기가 약해져서 다시 말뚝을 박아야 한다는 소문이 도는게 사실이었나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