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U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kyungPookUniv ] in KIDS
글 쓴 이(By): comma (4년 4개월)
날 짜 (Date): 1995년12월20일(수) 19시14분10초 KST
제 목(Title): <한겨레21> 올해의 좋은 인물과 추한 인물


                                           1995년12월28일 제90호 [한겨레21]
송년특집
[Image]

<한겨레21> 독자들이 뽑은 1995년 좋은 인물·추한 인물

좋은 인물 박계동, 추한 인물 노태우.

독자엽서와 인터넷 등 컴퓨터 통신을 통해 의견을 낸 총 6백78명의 <한겨 레21>
독자들은 박계동 의원을 ‘95년을 빛낸 좋은 인물’로, 전 대통령 노태우씨를
올해의 가장 ‘추한 인물’로 뽑았다.

이번 인물 선정에서 응모자들은 추한 인물을 뽑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씨가 6백여명의 응답자 중 과반수가 넘는 3 백62명의
‘추천’을 받았다는 점은 적어도 올해 한국의 명예를 가장 크 게 떨어뜨린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광범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드 러내주었다.
노태우씨를 ‘추한 인물’로 뽑은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느냐”고 답한 데서도 이런 공감대를 엿볼 수 있다.

YS·DJ, 베스트·워스트에 모두 들어가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또 좋은 인물과 추한 인물 한 사람씩을 선정해달라 는
주문에도 많은 독자들이 ‘전두환 노태우’를 한 묶음으로 보내와 두 사람의
‘추함’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움을 반증했다. 그러나 ‘학살자’ 전두환씨는
“대통령 직무실을 사채업자 사무실로 만들어버린”노태우씨 에 밀려 2위에
머물러야 했다.

반면 좋은 인물의 선정에는 독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좋은 인물’로 뽑힌 박계동씨가 노태우씨의 4분의 1에 불과한 9
0여표밖에 얻지 못할 정도로 표가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박씨를 뽑은
이유로 한결같이 지난 10월19일의 ‘비자금 폭로’를 들고 있어, 당 시 신한은행
잔금조회표를 흔든 것이 ‘만루홈런’이었던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는 좋은 인물 베스 트 10과
추한 인물 베스트 10에 동시에 들어감으로써 우리나라 정치지형 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좋은 인물 2위를 차지한 김영삼 대통령 은 “쓰레기통 속에
들어가 이제 쓰레기통을 깨끗히 청소”한 공로가 높 은 점수를 얻었다. 한국
정치사에 유례가 없었던 전직 대통령 구속은 김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을 추천한 사람들 중에도
‘어쨌거나’ 등 단서를 다는 경우가 많아 그의 행 위에 전적으로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런 인식은 김 영삼 대통령을 노태우,
전두환씨에 이어 추한 인물 3위로 뽑은 또다른 독 자들의 의견과 맥을 같이 한다.
역사문제의 정략적 이용이나 독선, 깜짝 쇼 등은 김 대통령의 ‘추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좋은 인물 10위와 추한 인물 5위를 기록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도 국민 들
사이에 좋고, 추함의 극단적 형태로 비치기는 마찬가지다. 독자들은 김 총재에
대해서는 김 총재가 “강력한 전통야당을 복구함으로써 야당으 로의 정권 교체에
대한 희망을 준다”는 데서 ‘좋은 인물’의 모습을 본 반면, 정계은퇴 선언 등
식언을 일삼고 노태우씨에게 20억원을 받은 행위 등은 ‘추한 모습’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 밖에 ‘좋은 인물’3위에는 삼풍 참사 현장에서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 고
실종자 등의 구조에 나섰던 자원봉사대와 119구조대가 올랐다. 우리사 회에
아직은 순수함과 선함이 있음을 일깨워준 공적이 꼽혔다. 이준 삼풍 회장이
“돈밖에 모르는 자본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추한 인물’
4위에 오른 것과 좋은 대조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좋은 인물 4위에는 ‘정치적
격랑 속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등 ‘선비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조순 서울시장이 뽑혔고 5위에는 ‘참군 인’장태완 전 수경사령관이 올랐다.
6위에는 올해 출범한 민주노총의 권 영길 위원장이 ‘이 땅의 주인인 노동자
농민을 위해 일한다’는 이유로 추천됐고 7위는 ‘분단된 조국에서 버림받고도
끝까지 애국심을 잃지 않 은’재독 음악가 고 윤이상 선생에게 돌아갔다.

8위에는 일본 진출이 유력시되는 프로야구 선수 선동열씨, 9위는 인기그 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차지했다.

언론·검찰도 ‘추한 인물’에 포함

음악가 정명훈씨와 김수환 추기경,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만든 박광 수
감독,소설 <아리랑>의 작가 조정래씨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추악한 인물은 이준 삼풍 회장을 제외하고는 역시 6위까지 모두 정치인이 차지해
주목됐는데 5·18 증언을 거부하고 있는 최규하씨가 6위에 올라 전 국민적인
눈총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하게 했다. 7위는 ‘언제나 권 력의
박수부대’로서‘권력에 아부’하는 언론이 차지해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언론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적지 않음을 느끼게 했다. 8위의 불명예 는 ‘권력의
시녀’로 ‘가장 첨병의 위치에서 민중을 짓밟은’검찰에게 돌아갔다. 9위와
10위에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 이 오른 것도 주목된다.

김보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5년12월28일

----------------------------------------------------------------------------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