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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yungPookUniv ] in KIDS
글 쓴 이(By): ckkim (크레용신짱)
날 짜 (Date): 1995년02월06일(월) 15시19분44초 KST
제 목(Title): 셀프커피숍의 요정을 꿈꾸며.......



학부때 다니던 써클에서 글을 하나 부탁을 하더군요...뭐 커피에 관해서라고 부제가

달려있어서...이놈들이 선배를 놀리려는 구나 하고 생각하며 대충 써 봤는데..

타이핑 한게 아깝기도 하고 해서 여기다가도 올려 봅니다...

이런거 올린다고 뭐라고 그러는 사람.......아마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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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난 자그마한 꿈을 꾸었다...그래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나을것 같다...난 꿈이라고는 아주 오래전에 잊어 버린것

같으니까....내 꿈속에서 나는 자그마한 셀프커피숍을 들어서고 있었다..

대부분의 셀프커피숍이란 이런식이다...밝고 깨끗하고 화사하다..

나처럼 옷차림이 언제나 어눌한 사람에게는 들어설때 부터 주눅이 들만큼

화사함을 가지고 있다...그리고 은은히 퍼지는 커피향...

셀프커피숍은 널찍해선 안된다...약간의 은밀함을 풍기는 적당한 크기가

되어야 한다....홀이 넓고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면 그건 더이상

셀프커피숍이 아닌것이다...시끄러운 약속장소일뿐 더이상 커피를 즐길

만한 공간은 될수 없다...그리고 커피의 맛도 중요하다...

나처럼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에겐 맛있는 커피한잔은 고스란히

그날의 축복이 되기도 한다...정말 맛있는 커피는 그만큼 드물기 때문이다..

전에 난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곳을 찾고 싶다는 생각하나만으로

중앙통의 모든 커피숍을 들른 적도 있다....그러나...하나도 맘에드는

브랜드 커피를 만들어 주는 곳을 찾지 못했다....내 입맛은 그다지

까탈스럽진 않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합은 브라질 두스픈에 칠레나

킬리만자로 한 스픈이지만 그렇다고 고집을 부리는건 아니다...

대충의 배합에도 만족한다...그러나 내가 만족스러워 하지 않는 이유는

커피를 *맛있게* 뽑아내겠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커피는 나에게 하나의 입력이다...밤새워 프로그램을 짤때..적당한

몇잔의 자판기커피는 내머리속의 알고리즘에 미끈미끈한 윤활유를 쳐준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프로그램을 짤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후후..그러니까 난 자판기 커피 몇잔의 입력에 프로그램을 출력하는

블랙박스에 지나지 않는것이다...튜링테스트도 통과못할수도 있다...

그리고 가끔씩 옛날에 사랑했던 사람이 생각나고...혼자 있다는 사실이

못견디게 따분하게 느껴질때...두스픈의 브라질과 칠레 한스픈은 다시

나를 늘 내가 맞춰온 리듬에 다시 돌아갈수 있게 만들어 준다...

요컨대 나는 혼자서 춤을 추는데 익숙하다....가끔씩 호흡이 흐트러지고

내가 하는 짓거리가 멍청하게 느껴지면 커피를 마시면 되는것이다...

맛있는 커피를....

no input.. no output..   and no coffee..   crazy...suck..!

꿈에서의 그 커피숍은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준다는 확신이 있는곳이다..

그 커피숍은 셀프커피숍의 요정이 깃들어 있는 곳이기에...샴프에만..

요정이 있는것은 아니다...샴프의 요정이 긴머리를 가지고 있듯이..

셀프커피숍의 요정은 짧은 단발머리에 눈부실 정도의 미소를 가지고

있다...그런 미소에는 맛없는 커피도 맛있게 만들어 버리는 매력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그 눈부신 미소와 더불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한잔을

"맛있게 드세요..!" 라는 울림이 좋은 목소리로 건네줄때..난 맛있는

커피를 예감한다...그리고 그 깊은 맛을 고스란히 혼자서 즐기는 것이다..

맛있는 커피는 나에게 다시 세상에 뛰어들 용기를 준다...

꿈을 꾸어본지는 오랫만이다...난 세상을 엄격하고 엄정하게 살려고 했다..

많이 다치고 상처받은 지금 난 좀 느슨해 지려고 한다...예전 처럼 진지해

지기엔 난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고 해서는 안될짓을 한것이다...

커피의 맛도 새삼스러워진 지금 난 영원을 꿈꾸지 않고 순간을 꿈꾼다...

많은 사람이 알아주고 우러러 보는 명예를 따랐지만...이제는 몇안되는

지인들 간에서의 따뜻함을 따르려 한다...보다 나답기 위해서..


나는 지금 셀프커피숍의 요정을 꿈꾼다...그리고 맛있는 커피또한..






-오로지 맛난 커피만을 위한 만남두 괜찮을거 같으다....    끼야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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