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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beom (김상범)
날 짜 (Date): 1993년07월24일(토) 02시01분04초 KDT
제 목(Title): 작은섬 '학도' 이야기...

    어느 서해안 바닷가에  '학도'라는 작은 섬이 있었다.   섬의 
주민들은 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지만, 뭍으로 가는 
배가 하루에 한번  밖에 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섬  사람들의 가
장 큰 소원은 육지로 가는 다리를 놓는 것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이 소원이 이루어  졌다.  다리가 놓인  것이
다.  그런데 문제는 관리였다.  나무를  심는 것보다 돌보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다리도  놓는 것 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는 주장
하에 '학도대교 관리사무소'가 만들어 졌고,  주민들의 세금을 걷
어 다리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번엔 일자리
를 잃은  뱃사공과 나룻터 관리인들이 일자리를  달라고 아우성이
었다.  결국  학도대교 관리사무소에 부서를 더  만들어서 그들에
게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관리사무소에 일하는 인원이 
많아지자, 그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조직, 운영하고  감독하는 일
이 필요하게 되었다.   할 수 없이 학도대교를 관리  하는 사람들
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더 고용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많아지자 직원들의  후생  복지가 문제가  되었다.  
섬 사람들은  학도안에 학도대교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위한 후생 
복지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급수 문제만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
다.  다리가  놓여졌지만, 상수도 공사는 아직 이루어  지지 않은 
관계로 섬 사람들은 섬안에 하나밖에  없는 '우물'을 사용하고 있
었는데, 학도대교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직원들의  가족들도 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매일 오전 9시-오후  1시, 오후 4
시-저녁때 까지는  학도대교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직원들의 가족
이 우물을  사용하도록 하고, 매일  오후 1시-오후 4시까지는  섬 
주민들이 우물을  사용하도록 시간을  조정하였다.  내  생각에는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필요한 사람이 아무때나  우물을 이용
하도록 하면 될 것 같은데, 높으신  분들의 생각은 어디가 달라도 
다른 모양이다.  그리고 관리 사무소  직원들이 몸이 아파서 다리
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하
여, 매주 목요일을 '체육 단련의  날'로 지정해서, 학도대교 관리
사무소의 전 직원이 업무를 쉬고 운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학도대교 관리사무소의 규모가 커지고  지출이 늘어나자 자연
히 관리사무소에서 내는  세금도 늘어나게 되었다.   이에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신  우리의 관리사무소장께서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었는데,  바로 학도내에 하나밖에  없는 
'농수산물 공판장'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이 농수산물 공판장
은 학도 주민들의  식생활과 직접 관련된 것이었는데,  여기서 나
오는 수익금을  교육비로 사용할 경우  세금 감면 혜택이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현재  관리사무소 직원 자녀들의 학비  보조금 지
급을 학도 농수산물 공판장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대
신 그에 상당하는 만큼을 학도  주민들의 후생 복지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학도  주민들은 별 반대 없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낸 명
석한 소장의 방안에 잘 따라주었다.   그러나 섬 주민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공판장 수익으로  받던 후생 복지 금액과,  이제는 관리 
사무소에서 담당하게 된  섬의 후생 복지 관련 금액의  차이를 비
교하고 일일이 따져 보기에는 너무 순박했다.

    학도대교 관리사무소에  관련하여서는 좀  좋지 못한  인상을 
줄 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있지만, 어느  이야기는 하고 어느 이야
기는 감추고 하면 여러분께 진실을  은폐한다는 말을 들을까 두렵
다.
    몇년전인가 '전국 나루터 뱃사공  노동조합 연합회'에서 대규
모 파업을 한 일이 있다.   나루터 뱃사공들이 수당을 올려달라고 
전국의 나룻배  운행을 중단한  사건이 그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의 학도대교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이유를 
알아본즉, 과거에  학도 나룻터와 학도대교  관리사무소가 통폐합 
되면서 학도대교 관리사무소도 자연히 '전국  나루터 뱃사공 노동
조합 연합회'에 속하게 되었는데,  학도대교 관리사무소가 여기에
서 아직  탈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쟁의를 같이 시작한  것이
다.  할  수 없이 정부측에선 학도 주민들에게 부과하는  세금 액
수를 조금  더 무겁게 한  후에야 학도대교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었고, 다리의 운영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 
갔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것만을  가지고 학도대교 
관리사무소의 직원들에게 욕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민주
국가에서 노동쟁의는 합법화 된 사항이고,  중간에 절차상의 문제
가 약간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학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이 밤이  샐 지도 
모르므로 간략히 줄이도록  하자.  나머지는 여러분이  다 상상할 
수 있고, 익히 들어온 이야기 들이므로...
    학도의 주민들은  여전히 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
고, 잡아온 고기와  육지의 농산물과의 거래는 학도  농수산물 공
판장 조합을 통해서  이루어 지고 있다.   학도대교 관리사무소의 
직원들과 우리의  명석한 소장님은 오늘도 학도대교  관리를 위해
서 노심초사 하고 있으며, 학도대교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가족들
은 요즘 새로  발급 받은 '학도 도서관 출입증'을  이용하여 책을 
빌려보며 여가를 선용하고 있다.  학도  섬 주민들과 학도대교 관
리사무소 직원들은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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