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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bubble (석 용호)
날 짜 (Date): 1993년04월10일(토) 21시03분47초 KST
제 목(Title): 실험실의 연구활동..('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에서)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한길사, 청년과학기술자협의회 지음)을 읽다가 
여러분두 봤으면 하는 글이 있어서 이렇게 올립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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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학은 기술자나 연구원이라고 불리는 계층의 사람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

이라는 측면과 교수나 연구활동을 행하는 연구원이라는 계층의 직장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교육기관이라는 측면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은 학부학생과 석사과

정의 대학원생이며 교욱을 행하는 사람은 교수와 박사과정 대학원생의 일부이다.

이러한 관계속에서 일반적인 연구활동은 대학내의 별도로 독립된 부설연구소에서

수행되거나 대학내에서 형식적으로 설치된 연구소를 통하는 방법으로 수행되지만

실제로는 지도교수나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실험실단위로 수행된다. XX대의 경우에

별도로 독립된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이공계 대학 부설 연구소는 "자연과학종합연구

소"로서 전반적인 기초과학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설립된 지

얼마안되는 연구소로서 주로 공공부문에서 투자되는 연구비를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큰 역할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와는 대조적

으로 산학협동이라는구호아래 사기업의 자본가에 의해 지원되는 연구활동은

대부분 연구소라는 합법적인 기관을 통하여 각 실험실별로 수행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이 부분이 대학부설 연구소에서 하는 부분보다 주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험실에서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는 학위제도라는 질곡속에서

대학원생의 교수에 대한 무조건 복종이라는 일반적인 반봉건적 신분질서를 갖게 된

다. 현재의 제도속에서 학위는, 대학원생의 입장에서는 졸업후의 경제적 욕구와 신

분상승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자격증이 되며, 교수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대학원생의 처지를 기반으로 그들을 올바로 교육시켜 능력을 갖춘 학위취득자로 만

들기 보다는 그들의 노동력을 싼값으로 이용하여(사기업과 결합된 프로젝트를 통하

여)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된다. 

실험실에서 행하는 연구활동의 선정은 프로젝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사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주된 통로는 교수와 사기업의 자본가 사이에서

이루어 진다. 자본가는 대학의 실험실을 통해 연구활동이 가지는 장점과 교수는 연

구실의 지속적인 운영과 부를 획득하기 위한 욕구로 인해 쉽게 결합된다. 이러한

관계속에서 프로젝트를 둘러싼 경쟁이 발생할 때에 교수는 인건비라는 측면에서 대

학 외의 집단에 대해 커다란 경쟁의 요소를 갖기 때문에 쉽게 프로젝트를 딸  수

있다. 교수와 사기업의 자본가가 서로의 입장을 관철 시킨 다음 프로젝트는

대학의 실험실로 넘어 오게 되는데 이 과정은 다음과 같다. 자본가는 합법적인

절차를 위하여 우선 대학에 형식상 설치되어 있는 연구소를 통하여 프로젝트를

신청한다. 이 경우에 대학 실험실과 사기업과의 무분별한 결합을 막기 위하여 원칙

적으로는 기초나 응용연구 프로젝트만이 연구소에서 접할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개발 프로젝트도 기초나 응용의 허울을 쓰고 쉽게 연구소를 통하여 미리 지정된 교

수에게 프로젝트로 가게 된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실험실에 넘어 오게 되면 그

실험실의 대학원생은 일반 사설 연구소의 연구원과 마찬기자로 연구활동을 행하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도 실험실 속에서의 연구 활동은 잡무를 포함하기 때문에 사설

연구소의 연구원이 연구활동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학문적인 지식보다는 실험실의

대학원생이 연구활동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학문적인 지식의 양은 적게 된다.

또한 연구 활동을 행하는 대학원생의 임금도 아주 적은데 보통의 경우가 월 10만원

정도로 사설연구소의 연구원이 받는 임금인 40만원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다. 실제

교수가 프로젝트 비용을 산정할 때는 다른 사설연구소와 경쟁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사설 연구소의 연구원이 받는 임금보다도 적은 임금인 약 30만원으로 계산해

놓는다. 따라서 이와 같은 차액은 교수가 고스란히 갖게 되어 자신의 부를

축적하게 되며,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 대학원생은 프로젝트시에 행한 무상에

가까운 노동력 투자를 통하여 교수로부터 학위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지는 연구실에서의 구속은 개인의 계층 상승에 대한 욕구에

의한것이 아니라 이미 집단적으로 조직되어 제도화된 노동과정으로서의 구속이며,

이는 객관적으로존재하는 것이다. 

이들을 규정하는 조건이 이렇게 객관적으로  존재하지만 이공계 대학원생의 의식이

반드시 그것에 기반을 둔 것은 안니며 현재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점에서는 더

욱 그러하다. 현재의 이공계 대학원생은 학문을 통하여 계층상승을 꾀하려는

노력이 강하고 개인적인면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위치의 취직자리나 교수로의 진출 등이 가능하며,

지금은 이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의식이 널리 유포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실험실

에서는 고통을 한때의 고생으로 생각하기 때무에 자기 자신을 둘러싼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적으로 조직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급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면서 초기에 희소가지체 근거한 유리한 조건이 거의

없어지고 있는데도 이러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자신을 특권층으로 파악

하는 허구적인 의식도 상당히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 조건에 근거하지

않은 허구적 환상은 실제로 취직이 힘들어지고 석사와 박사의 차별성이 거의

없어진 현실 속에서 하나하나 깨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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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뽀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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