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chopin (** 쇼팽 **) 날 짜 (Date): 2005년 12월 28일 수요일 오전 02시 49분 24초 제 목(Title): 드라마 메커니즘 - 11. 드라마와 감정 글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략히 드라마의 원리에 대해서 정리해보기로 하자. 극단적으로 단순화 시켜서 말하면, 드라마는 당신의 감정을 움직이기 위해 배치된 일련의 자극들이다. 사랑이나 감동과 같은 감정은 보통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사건전개도 느린 것이 보통이다. 이야기를 천천히 전개 시키기 위해서 시작부분에서 앞으로 사용될 단서들을 한꺼번에 쏟아놓는다. 그리고 전개 과정에서 하나씩 하나씩 사건을 풀어나간다. 이 방법은 중간에 완전히 새로운 사건이 나올 필요가 없어 예측가능한 진행을 하는데 유리하다. 전개되는 사건 하나마다 암시와 복선에 의해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미리 보여주고, 기대 심리를 자극한다. 기대가 충분히 높은 지점까지 상승되었다고 생각될 지점에서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감동을 유발 시킨다.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언제나 예측된 그대로 진행시켜야 한다. 사랑의 감정유발의 경우, 남녀 주인공이 난관이 너무 많아서 힘들고 어렵지만 그들의 사랑이 이뤄질 것이라고 여러가지 암시를 주어 기대심리를 자극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뤄지는 순간 감정이 유발되고, 그 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아주 느리고 길게 거의 아무 이야기 진행없이 시간을 끈다. 그 과정 동안 유발된 감정이 보는 이의 마음속 깊게 각인되는 충분한 시간을 주며, 이는 감정이 진행되는 호흡과 거의 일치한다. 겨을연가에서 두 남녀 주인공이 처음 서로를 확인하는 장면은 한시간이 넘는 한회 방영시간 전부를 거의 아무런 사건 전개 없이 진행시킬 정도로 각인시간을 길게 잡고 있다. 그 뒤의 이야기 전개는 거의 이의 반복이다. 처음 던져진 단서 중 다른 하나로부터 다시 시련과 어려움을 겪게 만들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을 반복한다. 그러는 동안 시청자의 감정은 주인공에게 더 강하게 동화된다. 넓게 보았을 때 거의 모든 예술장르가 이런 식의 다양한 감정 유발 패턴들을 발굴하고 탐험하고 있으며, 대중의 인기를 끌기 위한 분야, 정치, 연예, 종교 등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기 위한 다양한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사람의 마음과 감정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연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티비, 인터넷과 같은 대규모 매체를 통해 다양한 자극들을 뿌려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문화산업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것이 곧 산업과 정치, 경제로 직결되는 시대이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상품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그 대표가 되는 드라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가? 사람의 감정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가? 아직도 사람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불순한 것이기 때문에 논의 자체가 금기시 되고 있지 않는가? 아직도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우민화 정책의 대표장르로 없어져야 할 경멸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지 않는가? 여러가지 비판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아주 큰 도움을 주는 대중예술의 결정체이다. 최소한, 우리가 인간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마음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좀더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그 이해를 돕는데 드라마만큼 좋은 대상은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드라마를 다시 보자. 드라마를 통해서 인간의 마음과 감정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음글: 인공지능과 인공감정 __ 쇼팽 http://brainew.com 2005.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