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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chopin (** 쇼팽 **)
날 짜 (Date): 2005년 12월 24일 토요일 오후 12시 22분 07초
제 목(Title): 드라마 메커니즘 -9. 뻔한 줄거리뿐인 이유


대부분 드라마는 거의 뻔한 줄거리 진행을 보인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그 
다음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너무나 뻔하고 그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성격 때문에 드라마는 많은 인기를 끄는 장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바보상자를 
대표하는 주요 방송 컨텐츠이다. 뻔한 줄거리 때문에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경멸의 대상이기도 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 드라마의 양면성은 감정을 유발시키기 위한 그 목적에서부터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깊은 감정유발을 위해서는 기대를 이끌어내야 하고, 기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예측가능한 줄거리로 흘러가야만 한다. 예측을 깨는 내용 진행은 놀라움과 
같은 다른 종류의 반응을 야기 시킬 뿐이다. 따라서 감정을 몰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의 내용은 태생적으로 그 줄거리가 예측가능할 수 밖에 없다. 

좀더 쉬운 이해를 위해서 드라마와 정반대의 구조를 갖는 추리소설의 구조를 
비교해보자.

드라마는 초반에 복잡하게 꼬인 상황들을 한 묶음 던져 놓고 시작한다. 드라마 
시작에는 보통 출생의 배경, 주변상황들이 복선, 암시들과 얽혀 이해가 되기 
어려운 상태로 던져지고, 남녀 주인공 사이도 그리 평탄치 않다. 이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풀려가면서 주인공들의 관계가 발전한다. 

이때 꼬인 문제들은 어떤 형태로 풀릴 것인지 암시와 복선에서 그 해답을 미리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정말 그렇게 될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고, 나아가 
그것이 맞기를 바라도록 기대를 유발시킨다. 그리고 적정한 기대심리가 유도되면 
그것을 해결해주고 감정을 유발시킨다. 이때 기대했던 것이 실현되어야만 감정이 
유발된다.

그럼 이제 드라마와 정반대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추리소설을 살펴보자. 
추리소설이나 심리물들은 초반에 비교적 평이한 사건으로 출발한다. 여기에서도 
암시와 복선이 나타나지만 그 다음 전개는 예상을 빗나가는 방향으로 나간다. 
사건을 추적하면서 쉽게 풀릴 것 같은 사건은 점점 더 복잡한 미궁으로 빠진다. 
누가 범인인지 예상하기가 어렵고 쏟아진 정보들이 점점 더 많아 정리하기도 
어려운 상태까지 간다. 꼬이고 꼬이던 상황들은 결말에서 한번에 모든 것을 다 
설명하는 해답이 제시되고 시청자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추리소설이나 심리물은 복잡한 모든 상황을 한 순간에 간단히 설명해버리는 해답에 
의해 놀라움을 느끼도록 만드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시청자가 느끼는 것은 
과학자들이나 탐험가들이 무엇인가를 발견했을 때 느끼는 놀라움과 기쁨 등의 감정과 
비슷할 종류다. 따라서 일반적인 드라마가 추구하는 깊고 지속적인 감정과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이렇게 드라마와 추리소설의 구조를 비교해보면 드라마가 왜 뻔한 줄거리를 가질 수 
밖에 없는지가 확실히 드러난다. 사랑, 감동과 깊은 감정을 유발시키기 위해서는 
언제나 기대된 내용 그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하고, 그래야만 감정심리가 
준비상태로 들어갔다가 분출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진행하는 것은 재미를 추구하는 추리소설과 같은 
장르가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상과 빗나가게 되면 놀라움을 겪게 되고 그것이 
계속되면 종국에서 모든 것을 설명해줄 결론으로 가야한다. 그것은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할 수는 있어도 감정을 움직이기는 어렵다. 

드라마의 뻔한 줄거리 전개는 암시와 복선에 의한 다음 전개 제시, 그것의 실현의 
순으로 전개되는 것이라서, 아무리 새로운 내용으로 드라마들 만든다 하더라도 
보는 이 입장에서는 예측가능 할 수 밖에 없다. 이를 벗어나면 감정의 유도가 
불가능해 진다. 이런 드라마와 감정유도의 관계를 때로는 드라마 작가들 조차 
망각하고 넘어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거의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드라마는 대중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항상 똑같은 줄거리로 안티들의 비난거리가 
되어 왔다. 이들의 비난을 못 이겨 가끔 예측을 벗어난 줄거리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SBS의 “파리의 연인”의 결말에서 신데렐라 
이야기의 전형적 결말인 해피앤딩을 버리고, 꿈속에서 경험한 일이었다는 예상을 
빗나가는 쪽으로 진행을 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작가는 새로운 시도였다며 
호평을 기대했으나,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위라는 시청자의 비판이 쏟아져 새로운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감정은 언제나 기대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 기대를 충족하느냐 벗어나느냐에 따라 
깊은 감정으로 이어질지 아닐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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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팽
  http://brainew.com/
  200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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