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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chopin (** 쇼팽 **)
날 짜 (Date): 2005년 12월 21일 수요일 오후 12시 04분 16초
제 목(Title): 드라마 메커니즘 - 8. 암시와 복선 


“첫눈이 오는 날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감동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드라마는, 그 
전단계로 기대심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정교한 기법들을 동원한다. 시간상으로 
드라마의 거의 90% 이상은 기대심리를 자극 시키고 유도하고 증폭시키기 위한 
장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어디에 배치 되어 있는지 사람들의 눈에는 잘 뜨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것일까?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방법들은 
연극, 영화, 소설, 드라마 등 시간 위에 전개되는 예술장르들이 수천년동안 탐험하고 
개발해왔기 때문에, 한두가지로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정교하다. 고난과 
시련 끝에 성공을 쟁취하는 이야기도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전형적인 패턴 중 
하나이지만 이 패턴은 앞글에서 어느정도 이야기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패턴인 암시와 복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암시란 무엇인가 일어날 것임을 미리 예견하는 드라마 장면상의 장치를 말한다. 
직접적으로 무엇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 
간접적으로 이러이러한 경우에 이렇게 된다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 밖 일상 생활에서도 암시에 의한 것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별자리 점이나, 
혈액형에 의한 성격분류, 오늘의 운수 등도 크게 보면 이러한 암시에 포함된다. 
나아가 상품판매를 위한 광고, 마케팅 등도 암시의 일종이다. 

암시의 기본 효과는 아무리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고 싶어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당신이 오늘 밤이 가기 전에 복권을 산다면 1등에 
당첨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아무리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것이 혹시 진짜는 아닐까 하는 마음이 싹트게 된다. 암시는 최소한 
그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만들고 기대심리를 조금씩 키워가도록 만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암시가 내포하는 내용이 자신이 바라던 것과 일치하는 경우 
그 기대심리는 더욱더 커진다. 

시청자가 원래부터 바라고 있던 내용을 대리 만족시켜 즐거움을 주는 것이 드라마와 
같은 예술장르의 일반적 역할이다. 따라서 암시도 시청자가 원래부터 기대하던 것과 
일치해야만 작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암시는 놀랍게도 사람들이 바라지 않는 정반대 결과에 대해서도 작용한다는 
것을 조금 다른 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당신의 
얼굴로부터 불길한 기운이 보인다며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람들을 가끔 만날 
수 있다. 도에 관심있는지 물어오는 사람들이 이런 암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의 암시는 매우 불길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의외로 쉽게 믿는다. 이런 
사람들에 끌려가 굿이나 살풀이 제사 등을 하는데 거금을 날렸다는 사람들의 
하소연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상품의 판매는 당신이 살면서 
큰 병이나 사고를 당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생명보험등이 전국민으로 한 상품으로 크게 성공한 것을 놓고 보았을 
때, 네거티브 한 암시도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간승리의 영웅이야기에서도 암시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주인공이 지금은 차별받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 모든 것을 
극복하고 성공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어야만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사람의 마음이 암시에 이끌린다는 점을 이용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것이 조만간 이뤄질 듯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때로는 어려움에 
봉착하여 시련과 난관 속에서도 그것이 극복될 것이라는 암시를 주어 계속 지켜보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것을 실현시킴으로써 감동을 유발시킨다.  

사람의 마음은 왜 암시에 쉽게 반응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지만, 그 중 직접적인 표현과 비교하여 왜 간접적인 표현의 형태인 암시가 
사람의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은 어떤 판단을 내리는데 핵심이 되는 정보나 문장 하나만을 가지고 그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그 정보를 뒷받침 해줄 다른 관련 정보에 민감하고, 그것들이 
일치하는 경우에 더 쉽게 믿게 된다. 의도적으로 전면에 내세워진 정보는 조작될 
가능성이 크지만, 뒤에 숨어있는 흩어져있는 정보는 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항상 은연중에 내포되어 있는 주변 정보들에 
민감하다. 

암시는 의도된 정보가 아닌 것처럼 전달된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내용전달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직접적인 정보로 전달되는 것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조작의 가능성이 
있고, 이에 속을 가능성을 배제 하기 위해서 언제나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주위의 
정보들에 민감하다. 즉, 암시는 의도된 정보로부터 쉽게 이용당할 가능성을 배제 
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일종의 심리적인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다. 

드라마는 중심에 뼈대가 되는 스토리 전개와 더불어, 주변에 암시와 복선을 배치시켜 
사람들의 관심을 한 곳으로 몰고 간다. 그리고 암시는 기대심리를 증폭시키는 
일환으로 사용되고, 기대심리는 최종적으로 감동에 연결된다. 


다음글: 드라마에는 뻔한 줄거리뿐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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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팽
  http://brainew.com/
  200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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