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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chopin (** 쇼팽 **)
날 짜 (Date): 2005년 12월 20일 화요일 오후 05시 33분 32초
제 목(Title): 드라마 메커니즘 - 7. 감동과 기대심리


감정과 감동, 그리고 기대심리에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감정의 많은 부분은 
의도적으로 유도되지 않도록 하는 방어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사랑의 감정이 
의도적으로 쉽게 유도되지 않도록 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동의 심리도 
여러가지 방어기작들이 마련되어 있다. 사랑의 감정은 보통 일대일로 국한되는 데 
반해, 감동의 심리는 사회전체로 확대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 전파력과 
힘이 더 강하고, 그에 비례해 누군가에 의해 쉽게 유도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 
역시 더 정교하게 진화되어 왔다. 

하지만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한 방향을 향해 이끄는 지도자적인 위치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본능적으로 그 안의 숨겨진 감동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럼 그 메커니즘 중 대표적인 것 한가지  기대심리 - 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감동을 유발하는 전형적인 패턴은 무엇인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취를 이루어낸 
이야기 패턴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어려움 극복 이야기 자체가 감동을 직접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감동이란 본능적인 것이고 사람의 마음 한곳에 감동을 
유발시키는 회로가 정해진 패턴에 반응해야 되는데, 어려움 극복과 사회적 성취라는 
인지적으로 복잡하고 추상적 이야기가 본능적 감동을 유발하는 회로에 바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건 무리다. 

대부분의 감정은 복잡하고 추상적인 자극보다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패턴의 자극에 
곧바로 연결되어있다. 감정은 본능적인 것이고, 유전적으로 코딩되어 있기 때문이다. 
감동을 유발하는 다른 류의 자극을 살펴보면 그 단서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음악의 경우, 사회적 성취와 관련된 표현을 하고 있지 않다. 놀랍게도 음악은 
구체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에도 감동을 유발시킨다. 언어적인 표현이 
전혀 없는 관악기로만 연주된 곡들도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깊은 감동을 유발시킨다.

사람의 마음은, 적절한 상대로부터 감동을 받고 그를 따르도록 하는 뇌를 가져야 
했고, 그런 성향의 집단을 진화시키는 것이 결속력이 더욱 강해 전쟁에 우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유전자에는 구체적으로 누구로부터, 어떤 구체적 이야기로부터 
감동을 받아야 하는지를 써넣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확히 필요한 
대상으로부터 감동을 받도록 할 것인가가 진화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였다.

정확한 자극만을 골라 감동회로에 연결시키는 것은 유전자와 뇌의 관계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좀더 일반적인 자극 패턴을 연결시키는 방법으로 그 해결점을 찾아 
진화되어 왔다. 현재 진화된 그 해결책은 바로 기대심리를 감동의 심리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기대심리와 감동의 관계는 음악을 비롯한 예술 장르에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기법은 그 무엇인가를 기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클라이막스에 다다라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면 감동의 심리가 생겨난다. 그리고 더 
강하게 기대하게 만들수록 감동은 더 커진다. 소설이나 연극 시나리오의 기본구조인 
기승전결의 역시 기대를 먼저 확산시키고 그것을 결론에서 이뤄지도록 하여 감동을 
유발시키는 구조와 일치한다. 

일반적으로 감동적인 이야기일수록 더 강한 기대심리를 유발시키는 내용들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업적을 성취한 것 자체로는 큰 감동에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 경우 
오히려 놀라움으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안에는 기대하도록 만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도록 만드는 이야기는 주로 큰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들이다. 그 어려움의 이야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언젠가 그것을 극복해 내기를 기대하도록 하는 심리를 유발시킨다. 그리고 
정말로 불가능하고 힘들고 어려운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후 극복해내는 
경우 감동의 마음이 일어난다.

우리나라 전쟁영웅의 대표격인 이순신의 전기 안에도 비슷한 이야기 패턴을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의 모함으로 투옥과 고문에 시달리다 겨우 살아남아, 전멸의 위기에 
빠진 조선수군을 단 12척의 배로 300척의 적함대에 맞서 승리하여 가까스로 
구해낸다. 기독교인들의 신인 예수의 고난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제자의 밀고로 
갖은 수난을 겪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지만 마침내 죽은 뒤 사흘 후 부활한다. 
고난의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비슷한 고통을 동감하고 끝내 그것이 극복될 것을 
고대하고 기대한다. 그리고 그 기대가 충족되는 순간 감동이 밀려온다. 

드라마의 고정 소재인 사랑이야기도 이와 비슷한 구조이다. 드라마에 배치된 
사랑이야기는 주로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이뤄지도록 하는 기대심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한다. 서로 바라고 원하는 데도 출신의 이유나, 
주위 환경의 이유로 이뤄지지 못하고 시간을 계속 끄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는 
동안 시청자는 점점 더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고,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더욱 커지게 된다. 시청자의 기대심리가 충분이 커지기 
전까지는 절대로 사랑이 이뤄지도록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드라마의 법칙이다. 이 
글을 보는 독자 스스로 감동적으로 보았던 드라마에서 감동의 그 순간 직전에 얼마나 
스스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다시 체험해 본다면, 기대의 크기와 감동의 
크기가 정비례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의 끝에 감동 일어나도록 배치된 이유는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단순 자극으로 쉽게 사람들의 감동을 유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사람들에 감동을 주는 것은 긴 시간동안 기대심리를 불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검증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기대심리의 확산과정동안 사람들은 여러가지 채널을 
통해 의도적 유도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그런 조작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감동이 유발되는 것이다. 

둘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치세력이 큰 힘을 
발휘하려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한 순간에 동시에 힘을 분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감동받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그 감동을 주위사람들에 전파하여 더 
강한 힘으로 감동을 전파시키게 된다.  

보통 사람의 경우 감동의 심리기작 자체에 대해 그것이 왜 발생하는지, 혹은 어떤 
의도된 장치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에 대해 전혀 의심조차 하지 못한다. 
그런 생각 자체를 전혀 할 수 없을 정도로 꼭꼭 숨겨져 있는 것이 바로 감동의 
메커니즘이다. 그래야만 전체 집단이 아무런 의심없이 한 대상을 향해 맹목적으로 
추종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 결과적으로 그런 성향을 가진 집단이 살아남아 
현재의 인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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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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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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