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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chopin (** 쇼팽 **)
날 짜 (Date): 2005년 7월 22일 금요일 오전 01시 20분 52초
제 목(Title): 드라마 메커니즘 - 5. 관심지속과 헷갈림


   소녀는 코스모스 꽃잎 하나를 떼어내며 말했다. ‘그는 나를 좋아해…’
   소녀는 또 하나의 꽃잎을 떼어내며 말했다.     ‘아니야 나를 좋아하지 않아…’
   또 하나의 꽃잎을 떼어내며 말했다.            ‘좋아해…’
   또 하나의 꽃잎을 떼어내며 말했다.            ‘좋아하지 않아…’
   소녀의 고운 화선지 빛 얼굴엔 미소가 피어났다.
   마지막 꽃잎 하나를 떼어내며 말했다.          ‘좋아해…’

   소녀는 꽃잎이 가득한 새 코스모스 한송이를 눈앞에 세워두고 다시 노려보기 
   시작했다. 


지속되는 감정에 빠뜨리는 그 첫번째 단계로 사람의 관심을 끄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관심은 길게 이어지도록 해야만 하고 그래야만 계속 앞으로 
필요한 자극과 정보를 주입 받을 수 있게 된다. 일단 눈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원하는 자극을 계속 줄 수 있는 채널이 확보되어야만 감정전이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관심을 이끄는 단계가 진행 되는 경우 
여러가지 감정증폭자극들을 주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을 좀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자연상태에서 감정이 생겨나는 초기단계를 
살펴보자. 자연상태에서도 장기적인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은 아주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아주 정교한 안전장치를 통해서 인위적으로 조작될 가능성들이 모두 배제된 
후에야 일어난다. 

감정영향의 전단계에 해당하는 관심유발 단계는 물론 그 사람의 외모나 말투, 눈빛과 
사회적 조건 등 호감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부터 생겨난다. 하지만 이런 류의 관심은 
보통 길게 가지 않아 감정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길게 이어지는 관심을 유도하는 것은 보통의 경우 ‘헷갈림’이라는 아주 특이한 
심리상태이다. 

감정과 연관되는 헷갈림이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일까를 
계속 반복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이 역시 감정과 연결되는 아주 
특이한 프로세스이고 일반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과정 밑에 숨어있는 것이기도 하다. 

헷갈림의 심리는 가장 최적의 상대와 짝이 되기 위해서 서로가 벌이는 심리전이 
진화적으로 수렴되어 유전적 요인으로 발전된 형태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쉬운 이해를 위해 남녀 중 한쪽이 먼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드러내어 상대방이 
마음을 받아주기를 기다리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언뜻 서로가 가까운 사이로 쉽게 
잘 되어갈 것 같지만 이런 경우 실제로는 더 멀어져 버리거나, 진행되더라도 빨리 
끝나버릴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은 이미 상대편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파악해버린 상태이고, 좋아하는 것인지 아닌지 생각해볼 일 도 없고,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다. 정신적인 긴장감은 쉽게 풀리고 관심도 잘 생기지 않게 된다. 
나아가 더 좋은 혹은 새로운 상대가 나타난다면 관심은 그 쪽으로 쏠리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감정을 철저히 숨겨 전혀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버릴 뿐이다. 따라서 그 중간의 해답인 헷갈림의 심리가 
바로 진화적으로 발달한 이 심리게임에 대한 절묘한 해법이다. 스스로뿐 아니라 
상대방까지도 헷갈리게 만드는 심리는 결과적으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뿐 아니라, 손을 조금만 더 내밀면 뭔가가 잡힐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여 몸과 
마음을 한발자국씩 움직이게 만든다.

대부분의 성공적인 드라마들은 이러한 헷갈림의 심리를 정말 교묘하게 이용하여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 잡는다. 정말 좋아하는 것일까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고, 곧 
이뤄질까 아닐까 기대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강하게 잡아 이끌어 
준다. 반대로, 감정유발에 성공적이지 못한 작품들은 거의 예외없이 이러한 심리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나 쉽게 
이뤄지는 사랑이야기는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기대심리를 만들지도 못하며,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증을 자아내지도 못한다. 

이런 헷갈림의 심리는 진화적인 이득도 함께 가지고 있다. 진화적인 문제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상대를 잡아 자손을 남길 것인가의 문제이다. 
따라서 너무 쉬운 상대는 본능적으로 피한다. 가능하면 여러가지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취해낸 상대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상대로 간주한다. 이런 
판단이 본능적 성향으로 유전적으로 코딩되기 위해서, 성취와 좌절을 여러 번 
오가며 반복하는 심리상태 그 차제와 감정의 고리가 가능하면 가까워지도록 
뇌회로상에 연결되어 온 것이다. 

이 헷갈림의 회로는, 쉽게 얻을 수는 없지만 동시에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최상의 상대에 대해서만 작동하여 최적의 상대를 만나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심리회로를 진화시킨 부류는 그렇지 못한 부류에 비하여 가장 최적의 상대를 
만날 수 있게 되었고, 그리하여 헷갈림의 심리상태 자체가 감정유발회로와 좀더 
가까이 연결되도록 진화되었다.

사람의 감정이 점점 더 진행되고 깊어지는 과정에서도,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의 
과정자체가 둘 사이의 관계를 한단계씩 진행시키는 엔진 역할을 하게 된다. 길게 
진행되는 감정의 유지를 위해서는, 초기의 오락가락과 헷갈림의 과정으로부터, 
중반기의 밀고당기는 줄다리기 방식의 감정심화 과정이 길고도 오래 이어져야만, 
뇌는 모든 방어장치를 풀고 완전히 깊은 감정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대도시의 남녀교제의 주기는 상대적으로 짧은데, 이는 더 빨리 더 많은 상대를 
접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런 환경에서는 깊은 감정유발보다는 더 빠른 
감정진행전략으로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의 대도시의 시청자를 겨냥한 
드라마들이 이런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깊은 감정유발로 충실한 팬층을 
만들고자 하는 드라마들은 예외없이 아주 길고 느리게 진행하는 깊은 감정유발전략을 
쓰고 있다. 앞으로도 깊은 감정유발을 목표로하는 전통적인 드라마의 전략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해 보자. 


다음글: 감동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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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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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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