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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chopin (** 쇼팽 **)
날 짜 (Date): 2005년 5월  8일 일요일 오전 06시 55분 44초
제 목(Title): 드라마 메커니즘 - 2. 숨김에 의해 작동하는 감정유발의 역설

“두 사람은 처음에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나요?”

결혼을 앞두고 친구들에 둘러싸여 질문공세를 받고 있는 남녀 한 쌍에게 이런 질문은 
아주 흔하다. 그만큼 사람들은 두 사람을 평생 이어줄 사랑이라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감정이 어떻게 시작되는 것인지 너무나도 궁금해 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도 
자신들의 감정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모른다. 대답은 두리뭉실한 경우가 
많다. 모든 게 다 좋았다거나, 혹은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는 듣기 좋은 말들만을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사랑이란 감정은 남녀가 동시에 함께 일어나야만 하는 감정이다. 어느 쪽이던 한쪽이 
먼저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면 그 조짐이 상대방에게 전해져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둘이 점점 더 강한 감정의 늪으로 빠져들도록 움직인다.

남녀간의 사랑은 번식을 위해 두 개체를 강하게 결속시키는 힘으로, 결국 한편이 
다른 한쪽에 사랑의 감정을 전이시키고 유발시켜서 둘이 함께 번식의 과정으로 
빠져들게 만들도록 되어 있으며, 동물이 번식을 위해 집중적으로 진화시킨 
감정이다. 이 때문에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어떤 감정보다 전이되는 힘이 강할 
수 밖에 없다. 드라마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시청자에 전이시키고 쉽게 동화시키기 
쉬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초에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일까? 또 한쪽의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것일까? 그 두 남녀는 어떤 과정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회로를
자극시키는 상승 반복루프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 초기의 이 메커니즘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스위치 역할을 하며, 이를 가능하면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바로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메커니즘의 바탕이자 시작이다. 

그럼 여기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떤 형태로 두 남녀를 정해진 상태로 서서히
빠지게 하는지 살펴보자. 놀랍게도 이 과정은 쉽게 드러나지 않고, 심지어는 그 
본인들도 의식하지 못 한 채 진행된다. 그 이유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이 쉽게 이해될 수 있다면, 그걸 이용해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쉽게 이 
감정에 빠뜨릴 수가 있고, 그렇데 된다면 누군가 한 명이 너무나 쉽게 자손을 
퍼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태를 막고, 가능하면 진화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갖는 개체가 더 자손을 많이 퍼뜨릴 수 있도록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메커니즘에 의해 촉발되고 전이된다. 

최초 사랑 유발 상황에서 아무나 그 메커니즘을 이용해 사람들을 쉽게 의도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도록 되어있다는 점은, 이 메커니즘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져 왔는지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의 거짓 사랑 유혹에 속게 된다면 그 사람은 
크나큰 타격을 받게 되고, 여자의 경우 과거 피임이 없던 시절에는 혼자서 그 
결과로 태어난 자식을 부양해야 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누군가 이런 메커니즘을 악용해 자신의 자손을 퍼뜨리는 행위를 하는 경우, 보통의 
사회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심지어는 가장 죄질이 나쁜 범죄자 중 하나로 
다뤄지기도 한다. 개인에게도 의도적으로 이런 감정을 남에게 심으려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의심하려는 심리가 작동된다. 이러한 식으로 이 
메커니즘 자체에 아무나 쉽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장치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이용당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초기 사랑이라는 감정의 시작은
매우 은밀하게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쪽에서 사랑의 감정이 혼자 과도하게 
넘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은 상대의 거부감을 크게 일으키는 방어심리에 
의해 쉽게 먹혀들지 않는다. 

따라서 이 감정의 초기 유발은 이러한 방어장치를 통과하거나 우회해야만 한다. 
일방적으로 혼자서 사랑의 감정이 커진 짝사랑에 빠진 사람의 경우에는 그것을 
상대에게 드러내지를 못하고 망설이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충분히 초기부터 서로가
상승작용을 타지 못했다면, 그 뒤는 그 감정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일으키게 되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설사 실패까지는 하지 않았더라도, 감정을 
먼저 드러내는 순간 상대에 대한 자신의 위치가 불리해 될 뿐 아니라, 그 사회내에 
알려지게 되면 다른 짝에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게 되므로 가능하면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고 어느 정도 성공가능성을 느끼기 전까지는 드러내지 않고 
꼭꼭 숨기려는 성향이 일반적이다.

그리하여 사랑의 감정은 처음 시작에서는 가능하면 서로 꼭꼭 숨기며 가능성을 
타진하는 심리프로세스에 의해 진행된다. 초기에는 이렇게 내부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감정을 감추는 방법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하고, 본능적으로 타오르는 감정을 
드러나지 않게 감추는 메커니즘이 초기 감정과 관련된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하지만 감정은 상대방에 전이되어야만 하고, 사랑의 감정은 본래부터 상대방에 
전이시켜 번식까지 이어지게 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어떻게 해서든 전달되지 않으면 
안된다. 섯불리 감정을 드러낼 때의 위험성과 어떻게 해서든 전달해야만 하는 
태생적 이유, 이 양 극단이 진화과정의 힘겨루기 속에 결국 만들어낸 균형점이자 
해법은 매우 역설적이다. 그 숨기는 메커니즘 자체가 감정의 전이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사랑에 의한 감정은, 특히 그것을 숨기며 드러내지 않고 탐색을 계속하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자체가 상대방에 감정을 전이시키고 유발시키는 스위치 역할을 
하게 된다. 특별한 감정을 가진 사람은 그 상대와 함께 있을 때 행동 자체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보이려 하지만 긴장을 하게 되고, 말과 행동, 
심지어 시선과 눈빛까지 상대가 무의식 중에 느낄 수 있는 형태로 달라진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눈의 움직임 - 시선의 경우를 더 살펴보자. 먼저 감정이 
싹트고 관심을 갖는 사람의 경우 상대방에 큰 관심을 갖게 되고 그 사람의 외모와 
모든 말과 행동을 깊게 관찰하게 된다. 이 경우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관찰은 은밀히 진행된다. 사람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도 주변에서 
몰래 힐끗 힐끗 처다 보게 되고 자신의 눈으로 사진을 찍듯이 상대의 얼굴을 기억 
속에 각인시켜두며 반복적인 회상과정을 통해 감정을 더 증폭시키게 된다. 

이러한 은밀한 관찰과정은 나아가 그 사람이 이미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주변 
인물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까지 파악하여 자신과의 가능성을 무의식 중에 
점쳐보는 단계까지 진행된다. 이 드러내지 않는 사전 관찰 과정은 누군가로부터 
배워서 터득한 것이라기 보다는, 본인 스스로도 의식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본능적인 행동양식에 더 가깝다.

반대로,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더 
나아가 누군가 자신을 몰래 보고 있다는 것은 더더욱 중요한 사건이다. 주변사람들 
중 누가 자신에 시선을 주는지를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누군가 몰래 힐끗 처다 
보는 그 시선도 쉽게 감지한다. 사람의 시야는 정중앙을 가장 잘 볼 수 있지만 
주변 시야는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고 해상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주변시야는 반대로 물체의 작은 움직임이나 중요한 특징을 쉽게 감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주변시야는 대략 180도 이상 넓게 퍼져있고, 주변으로 갈수록 작은 움직임에 
더 민감하다. 그 이유는 동물의 주변시야는 등뒤에서 습격하는 천적을 감지하도록 
진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사냥의 타겟이 되었을 때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정확히 감지 하기 위해서 주변시야에서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더 민감하게 감지해낸다. 주변시야의 이런 특성 때문에 호감을 
가지고 몰래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도 쉽게 감지한다.

결국 한 사람의 눈치채지 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그 상대방에게는 일종의 
신호전달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전달되는 
순간, 그 사람도 상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그 상대로부터의 관심이 진실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고, 관계의 진전 가능성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 
감정은 서로의 신호에 의해 상승작용을 타는 선순환의 고리에 진입하게 된다.

시선의 예뿐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 표정, 말투, 행동 하나하나에 이르는 모든 
것에 해당하는 ‘드러내지 않기 전략’은 상대방에 감정유발과 전이 역할을 하는 
초기 메커니즘으로 여전히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숨겨져 많은 사람들을 사랑의 
감정으로 얽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글 예고: 3. 드라마에서의 감정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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