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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Gatsbi (궁금이)
날 짜 (Date): 2004년 6월 29일 화요일 오전 10시 23분 52초
제 목(Title): [p] IT 기업 연구원 속앓이 


http://www.hani.co.kr/section-004100022/2004/06/004100022200406281910214.html
(도표 참조)

 “새상품 개발 등살에 이직땐 스파이 눈총”


 

  
 
IT 기업 연구원 속앓이 
이동전화 단말기와 반도체, 디스플레이(영상표시장치) 등 첨단산업 분야의 
경쟁에 뛰어든 기업들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조그만 정보라도 
새나가면 이를 입수한 업체가 곧바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연구원들에게 ‘영업비밀서약서’ ‘비밀유지각서’ 등을 요구하고, 경쟁 
업체로 옮겨가는 것을 적극 막고 있다. 

정부도 산업스파이를 막기 위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업체의 고발없이도 
국가정보원이나 검찰·경찰에서 정보유출을 인지해 곧바로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 또 정보를 빼내려고 시도하는 것만으로 ‘미수·예비 음모’로 규정해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원들 처지에선 이런 조처들이 기업 입장만을 배려한 족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에 전직·이직한 연구원들을 만나 고민을 들어봤다. 

사실상 정년 40살
웃돈+전권 준다는 제의 뿌리치기 힘든 유혹
중국 대만업체 검은손 

■ 연구는 없고 개발만 있다=국내의 한 이동통신단말기 업체에 있다가 다른 
회사로 전직한 책임급 연구원 김아무개(34)씨는 한국 엔지니어의 현실을 
암울하게 털어놨다. 그는 회사를 옮긴 이유를 ‘비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업체에서 엔지니어의 정년은 40살이라고 했다. 단말기의 핵심칩과 
같은 원천기술(연구)은 다루지 못하고, 회로의 구성이나 단말기 안의 부품들을 
적절히 배치해 새로운 상품으로 내놓는 일(개발)만 하고 있으니, 다양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을 갖춘 젊은 엔지니어들에게 맞설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들은 40살쯤된 연구원들은 부장 등 관리직으로 발령을 낸다”며 
“사무·지휘 경험이 없는 엔지니어 출신들은 대부분 도태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럴 때 “제품개발의 전권을 주겠다”는 등의 조건을 건 스카우트 제의는 
이들에게 무시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보통 회사를 옮길 때 ‘계약료’로 
7~8년차의 팀장급(책임금)은 ‘1억원+α’를, 팀원들은 경력 연수에 1천만원을 
곱한 액수에 ‘+α’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과급은 별도로 주어진다. 
단말기 업체 관계자들은 책임급 1명이 팀원 6~7명을 데리고 한꺼번에 옮기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적 조건은 6개월 이내에 상품 출시가 가능한 새 
단말기를 내놓는 것. 조건이 그렇다 보니, 그전 직장에서 만들었던 자료 등을 
몰래 가져가기 일쑤라고 한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현실을 노리고 있는 곳이 
중국과 대만업체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 연구원들을 데려가고 
있다. 그 결과가 산업스파이 논쟁이다. 

김씨는 “노키아나 모토롤라 같은 외국업체에서는 머리가 희끗해진 50대 
엔지니어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그들은 핵심칩과 같은 원천기술을 개발해 
오랜 경험을 축적하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지만, 국내에선 삼성·엘지 등 일부 
대기업에서 차세대기술을 개발하는 것 이외엔 연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기업 수명은 짧아지고
불황땐 먼저 짤리는데
동일직종 1년 전직 금지
영업직으로 옮기기도 

■ 차라리 영업을=역시 이동통신 단말기업체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던 
장아무개(31)씨는 지난해 영업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씨는 “회사 수명이 
심하면 2~3년으로 짧아지면서, 어쩔 수 없이 이직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밖에 없는데 연구원들의 이직은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장씨는 
“회사에선 당장 경기가 어려워지면 연구직부터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이런 
풍토도 엔지니어들을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일직종 1년 전직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장씨는 “동일직종에 곧바로 들어가 그전에 일하던 업체에서 얻은 지식을 
곧바로 활용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유럽의 경우 
엔지니어들에게 전직이 금지된 1년간 정부 차원에서 재정적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을 계발할 기회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기업들간의 경쟁에서 결국 피해를 보고 파렴치범으로 몰리는 것은 이적한 
엔지니어뿐입니다. 이런 풍토가 계속된다면 ‘이공계 살리기’는 무의미합니다. 
업계도 엔지니어들을 아끼지 않으면 돈과 미래로 유혹하는 외국계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없습니다.” 장씨의 말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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