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hohwa (暗然銷魂)
날 짜 (Date): 2004년 4월 23일 금요일 오전 01시 32분 13초
제 목(Title): Re: [질문] Junk DNA의 원인


재미있고 어렵고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셨네요. 아직은 세계의 어느 누구도 
junk DNA의 존재 이유와 기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해 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납득할 만한 설명과 근거만 제시하신다면, 노벨상은 몰라도 
nature, science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
우선 모의 진화 실험에서 junk DNA 비슷한 존재가 생기는 현상의 발견과 원인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신 것 같은데, 진화 실험의 초기 조건(예를 들어서 복제 
능력만 있는 ‘개체’로 모사한 것인지 아니면 변이 능력-돌연변이나 
recombination 능력이 있는 개체로 실험한 것인지, 또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생식 같은 개체간의 유전 정보의 흐름까지도 허용한 실험인지 등등)과 선택 
조건(selection pressure: 유전 정보의 양이 늘어나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좋아지지만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므로 선택 조건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니까요)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논문 때문에 자세히 밝히시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junk DNA나 진화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생각나는대로 몇 가지만 
이야기를 해 보죠.  
우선, 약간 논점에서 빗나가긴 하지만, junk DNA라는 용어는 앞서 다른 분이 
지적하신 대로 진짜 junk인지 어쩐지 판단이 불분명합니다. 그러므로 
non-coding DNA라는 말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네요. 예전에는 단백질을 
지정하지 않는 부위는 개체에게 쓸모가 없는 부위라고 생각했겠지만, 요즘은 
이런 부위들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아주 많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Non-coding DNA 중에서 우선, 유전자 앞쪽의 일정 
부분(적게는 몇 백에서 많게는 수만 base pair까지)은 promoter 또는 
enhancer로 작용하기 때문에 junk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유전자의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intron, 이 것 또한 alternative splicing이라든지 
하는 방식으로 단백질을 지정하기도 하고(심지어 하나의 인트론 내에 온전한 
다른 유전자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enhancer나 silencer 등으로 작용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그냥 junk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염색체의 centromere나 telomere에 존재하는 방대한 repetitive 
sequence 역시 염색체의 구조를 유지하거나 세포 분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입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junk DNA의 후보는? 아무래도 유전자와 유전자 
사이에 존재하는 DNA 부위입니다. 이 중 일부(spacer DNA의 1-2 % 정도?)는 
앞에서 말한 enhancer 등으로 역할이 알려져 있지만 나머지 부위는 뚜렷한 
기능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여기야 말로 진정한 junk DNA의 
후보가 되겠네요. 그리고 centromere나 telomere 외에 흩어져 있는 특별한 기능 
없는 온갖 repetitive DNA도 junk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은 junk DNA(non-coding DNA)의 기원에 대한 얘기입니다. 한동안 
intron-early, intron-late 가설 논쟁이 있었습니다. 원래 있던 DNA 
stretch에서 단백질 기능에 필요한 부분만 뽑아 내고 남은 부위들이 intron으로 
바뀌었다는게 intron-early 가설이고 intron-late 가설은 온전한 유전자에 
무엇인가가 끼어 들어와서, 개체 입장에서 그 부위를 단백질로 발현시키지 않기 
위해 intron이라는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는 설명을 합니다. 이 중 어떤 것이 
맞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근에 bacteria에서도 intron이 발견된 예가 
여럿 있어서 intron-late 가설이 힘을 좀 얻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진화 
과정에서는 두 가지가 모두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Junk DNA도 비슷한 관점에서 보면, 일단 어떤 계기로 DNA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난 다음에 진화를 거치면서 필요한 부위를 뽑아 쓰고 남은 부위가 junk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잘 작동하고 있는 genome에 계속해서 다른 DNA가 유입되면서 
junk가 늘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일부의 이기적인 DNA(바이러스 
DNA나 repetitive element 또는 transposon)가 개체의 genome에 유입된 후 
적당한 수준으로 genome에 퍼지고 다시 어떤 계기에 의해 그 양이 급격하게 
늘어났을 것 같습니다(물론 그 후에도 잠재적인 junk의 유입은 계속 되었을 
것이고요). 원핵 세포이면서 junk DNA가 거의 없는 박테리아에서도 바이러스나 
트랜스포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첫 번째 이벤트의 근거가 되고 두번 째 급격한 
증가 이벤트는 특수한 recombination이나 유성생식(고등 동식물처럼 엄밀한 
의미는 아닐지라도)이라는 기능을 전제 조건으로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박테리아에는 recA라는 유명한 단백질이 있는데 이 단백질은 유전자의 
재조합(recombination: 염기서열이 비슷하거나 특정 염기서열 부위간에 
상호작용을 하여 DNA의 변이를 일으키는 현상)을 촉진하는 기능을 갖습니다. 
DNA의 recombination은 작은 돌연변이 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duplication, 
translocation 같은 큰 규모의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아주 
열악한 환경(돌연변이가 너무 많다든지 강력한 유해 환경에 처했을 때)에서는 
세포는 이 recA의 양을 급격하게 증가시켜서 SOS response라는 과정을 통해 
recombination을 마구 남발하게 합니다(error가 많더라도 변이주를 많이 만들어 
하나라도 살아남게 하려는 목적으로). 이런 과정에서 recombination의 남발은 
‘viral DNA나 repetitive DNA를 포함한 부위’의 부분 변이를 동반한 급격한 
증가를 유발하게 되고 이것들이 지금의 junk DNA의 시초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열쇠는 유성생식입니다. 유성생식은 기본적으로 
2n의 genome을 전제로 합니다. 동일한 DNA가 쌍으로 존재한다는 말인데 이 것은 
앞에서 말한 recombination이 어느 부위에서든지 자유롭게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 ‘부분변이를 수반한 DNA stretch-나중의 junk 
DNA’의 증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Junk DNA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는 앞서 다른 분이 설명하신 대로 변이에 대한 
완충 역할과 evolutionary fuel로서의 역할 같은 설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외에 유성생식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좀 더 다른 
얘기들이 있을 것 같은데, 글도 길어지고 해서 이만 써야겠습니다. 어쨌든 
재미있는 주제네요.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