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봉달이 (봉달) 날 짜 (Date): 2004년 2월 24일 화요일 오전 02시 15분 51초 제 목(Title): 노가다 취급받느니 한국 떠나겠다. 조선일보라는게 께림직 하지만.. --------------- [특파원칼럼] “‘노가다’ 취급받느니… 한국떠나요” [조선일보] 말레이시아의 전자부품업체 K 사장은 5년 전까지 국내 굴지 전자기업의 말레이시아 사업장 고급 기술자였다. 부산의 모 공대 출신인 그는 공장건설 때부터 참여했고, 완공 후에도 10여년간 공장을 지켰던 일벌레였다. “21일 연속 공장바닥에 매트리스 깔고 잔 적도 있어요. 스스로 만들었기에 모든 게 사랑스러웠어요.” 정성을 쏟은 탓인지 공장은 잘 돌아갔고, 실적도 좋았다. 그러나 2000년 어느 날, 그는 국내 귀임 발령을 받고 사표를 던졌다. “국내 현실이 떠올랐어요. ‘노가다가 고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경영층의 사농공상(士農工商)의식에 한계를 느꼈어요. 정부도 문제이지만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기왕 고생하려면 해외에서 하자고 작심했지요.” K 사장은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는 관리직들의 이공계 경시풍조에 많은 기술자들이 상처를 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기회만 닿으면 회사와 한국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표를 던지자 일본 M사에서 월 수천만원 조건을 내걸며 스카우트 제의를 해왔다”며 “정말 나라가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3남매 가운데 종갓집 장손. 칠순 노부모가 부산에 살고 있다. “‘노가다’ 취급만 하지 않았어도 한국으로 돌아갔을 텐데….” 프로톤(Proton)은 말레이시아 토종 자동차 브랜드다. 말레이시아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중공업육성 정책을 모방해 탄생시켰고, 지금은 국내시장 50%를 점유하며 세계를 누비는 ‘말레이시아의 자존심’이다. 이 프로톤을 위해 지금 한국 자동차기술자 30~40여명이 일하고 있다. 현지 교민 B씨는 “수년 전 대우자동차 등 한국 자동차업계가 흔들릴 때 프로톤이 적극 스카우트에 나섰고, 그 결과 한국 자동차 기술 상당 부분이 고스란히 말레이시아로 넘어왔다”고 아쉬워했다. 싱가포르는 반도체 컴퓨터 분야 인재유치에 국가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머리 좋은 인도인과 한국인이 주 타깃이다. 현지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D모 박사는 “싱가포르에만 한국인 반도체 전문가들이 150여명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S사에서 일하는 P모 이사는 “150여명이면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면서 “왜 비싼 돈 들여 키워놓고 남 좋은 일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홍콩 상하이(上海)를 오가며 컴퓨터 전문가로 일하는 컨설턴트 K모씨. 그는 홍콩에 살지만 언제라도 싱가포르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국행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3년 전 싱가포르 정부에 영주권을 신청했는데 1주일 만에 나와 깜짝 놀랐다”면서 “더 놀란 것은 미 명문대 MBA 출신에 다국적 금융기관에 다니던 친구는 1년째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접 받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의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기술은 말레이시아에, 반도체 LCD PDP 기술은 대만과 싱가포르에 점차 넘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중저가 기술, 공장은 중국으로 대이동 중이다. 산업공동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동시에 고급기술은 아시아의 신흥 경쟁국들에 의해 야금야금 갉아 먹히고 있다. “5년 후 우리에게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아시아의 한국인 기술자들이 한결같이 본국과 본사에 던지는 질문이다. (콸라룸푸르에서 이광회·홍콩특파원 santafe@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