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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hohwa (暗然銷魂)
날 짜 (Date): 2004년 2월 14일 토요일 오전 01시 06분 49초
제 목(Title): Re: 황우석교수 줄기세포 관련


지금 막 논문을 입수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처녀생식의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윤리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판단하면 정말로 큰 일을 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클로닝 자체야 이제는 어렵지 않은 기술이 되었지만, 대담한 시도와 
풍부한(^^) 실험 재료(적당한 말이 생각이 안나네요)를 바탕으로 가치 전환의 
계기가 될만한 일을 해낸 것으로 생각합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몇가지 아는대로 적어보겠습니다.

1. 이 논문은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 과정의 일부(16-32세포 정도의 초기 
상태까지)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복제인간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발생의 초기 과정까지를 시험관에서 재현한 것입니다. 이것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줄기세포(stem cell)을 추출해낸 
것인데, 줄기세포가 있다는 것은 잠재적으로 개체로 발생 및 태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어떤 외국 기사에, Jaenisch라는 사람의 간단한 comment가 있었는데, 이 
사람이 처녀생식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Jaenisch는 발생, 클로닝, epigenetics 뭐 이런 분야의 그야말로 대가이기 
때문에, 논문에 약간의 미비한 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논문을 보니, 의심의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3. 이 실험에서 핵을 받는 난자와 핵을 제공하는 체세포(cumulus cell 이라고 
난자 주위의 영양세포인데 이 세포를 쓰면 다른 경우보다 클로닝 성공 확률이 
현저하게 높아짐)는 동일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체세포나 난자의 genome이 기본적으로 동일할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발생중인 배아가 정말로 체세포에서 기원한 것인지 아니면, 핵이 
불완전하게 제거된 난자의 발생(처녀생식)에 의한 것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4. 이 실험에서는 처녀생식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세가지 증거가 제시되었는데 
모두가 처녀생식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납니다.
첫째는 난자의 핵을 제거할 때 일일이 핵(정확히는 DNA)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현미경 상에서 확인하였다는 것입니다. 처녀생식을 하려면 
핵이 제거되지 않았어야 하는데 제거되는 걸 하나하나 확인함으로써 처녀생식의 
가능성을 배제한 것입니다. 
둘째, 난자는 감수분열이 일어난 후이므로 1n의 상태에 있어서 특정 유전적 
다형 위치에 대해 2가지의 유전자형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반면 핵을 제공한 
체세포는 2n 상태이므로 2가지의 유전자형을 가질 수가 있게 됩니다. 이 
실험에서 추출된 줄기세포는 몇 군데의 유전자 부위에서 2가지의 유전자형을 
가지는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난자의 처녀생식에 의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합니다. 
셋째, 임프린팅이라는 현상은 특정 유전자에 대해 아버지 또는 어머니 한쪽에서 
기인한 유전자만이 발현이 되는 현상입니다. 한편 처녀생식으로 발생된 배아는 
아버지 쪽 핵이 없기 때문에 특정 유전자는 아예 발현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요. 이 실험에서는 이러한 유전자 두가지를 선정해서 조사했는데, 둘 
모두 발현이 되는 것으로 보아 발생된 배아가 처녀생식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아버지 쪽에서 기인한 핵-클로닝된 배아의 입장에서 보면 
외할아버지의 핵^^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아, 그리고 제가 terato(carcino)ma 얘기를 했는데, teratoma는 일반적으로 
처녀생식으로 비정상 배아가 발생할 때 생기는 암의 일종입니다. 추출된 
줄기세포가 자연상태에서 teratoma가 되었다면, 클로닝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 
처녀생식에 의한 발생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그런데 논문을 보니 자연 
상태에서 teratoma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nude mouse에 유도시킨 
것이더군요.  terato라는 말은 여러 종류의 기관으로 발생이 가능한, 즉 
pluripotent(줄기세포의 성질) 하다는 뜻을 가집니다. 이 논문에서는 추출된 
세포가 정말로 줄기세포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teratoma를 
유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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