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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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Leo (April)
날 짜 (Date): 1995년04월21일(금) 02시31분48초 KST
제 목(Title): [속] 과학원 아이들 / K.I.T



  KIT 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얼마전까지 학부쪽 후문에

당당히 걸려있던 KIT 마크가 떨어지고 KAIST 가 붙은건 오래되지 않았다. 그

리고, 학부쪽에 있는 수많은 알루미늄 쓰레기통과 방앞에 붙은 명찰들에는

KIT란 마크가 꽤 많이 남아 있다. 한국과학기술대학.. 과학원과 합쳐지면서

없어진 이름.. 요즘 한참 학교 명칭 변경안 때문에 말들이 많은데, 어쨌건

'대학' 이란 말을 꼭 붙여야 한다면 왜 있었던 걸 없애 놓고 그러는지 모르

겠다.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하여간 왜 KIT라는 이름을 꺼내냐 하면.. 원래 Korea Institute of Technology

의 약칭 (MIT 를 딴 듯) 이었던 이 이름이 약간 비유적(?) 의미로 다르게

불리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Korea Isolated Territory.


  첨에 저 이름보고 무지 웃은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

는게, 과학원은 실제로 정말 고립된 곳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논술시간에 교수님께서 나눠주시는 읽기 자료에

한번은 신문기사가 나온적이 있다. (그걸 일일이 다 타이핑 하시는 교수님..

정말 대단하다.) 그 신문기사는 '일본 지하철 독가스 테러 사건' 에 대한 거

였는데, 우리반애들은 그 신문기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다. 

  "야, 이게 뭔소리야? 독가스 테러?"

  "나도 첨 듣는데?"

  "이거 그냥 쓴거 아니냐? 어디 책에서 베낀거."

  그렇게 우왕좌왕.. 아마 3월 20일쯤으로 기억한다.. 교수님께서 이윽고 수

업진행을 위해서 서두를 꺼내셨다.

  "자, 이걸 보면요, 일본에서 일어난 독가스 테러사건에 대한 신문기사입니다."

  (음.. 어디서 지었는지 잘 지었군..)

  "지난 20(?)일에 일어난 거.. 다들 알지요?"

  (?????????????)



  "..... 저, 교수님, 이거 진짜 신문기사에요?"

  그때 황당해 하시던 교수님 표정,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아마 내 생각으론, 우리나라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적다면 좀 이상하겠지만 어

쨌건 대전이라는 대도시 가운데 있는 지역 치고는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이

아니라면 서러워할 그런 곳이 과학원 같다. 요즘은 그래도 봄이 온 덕분에 캠퍼

스가 많이 풍성(?)해졌고 옴살스러워 졌지만.. 겨울에 한 새벽 2-3시 경에 자전

거를 타고 캠퍼스를 가로질러 가보라. 낭낭한 가로등 불빛, 멀리서 아련히 들려

오는, 차적없는 도로를 과속으로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들.. 그리고 달칵거리는 

오직 내가 탄 자전거만의 소음.. 그 외엔 바람뿐이다. 아무것도 없이. 그런데

그 많은 불빛.. 불빛...

  어쩌면, 그건 좀 나은 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밤에 공부가 잘 안될때, 아

님 괜히 심란할때, 사람없는 가로등 낭낭한 캠퍼스를 산책하면 조금 마음이 넉

넉해지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 사람은 가장 다정해진다. 그러다 갑자기 옆에

누군가 다가가면 아마 십중 거의 열명 모두는 그에게 다정히 대하리라.

  문풍지에 비추이는 매화의 그림자.. 어쩌고 하는 그런 글을 읽은 기억이 있는

데, 달빛이 무색한 가로등 불빛을 받은 벚꽃의 그림자를 한밤중 싸늘한 바람과

함께 보는 것도 그 나름의 은은함이 있다.



  언제였던가.. 그런 기억이 있다. 친구들과 같이 저녁때 궁동을 나갔다가 아주

밤 늦게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은동과 학교를 경계 짓는 낮은 담장.. 그리로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길.. 궁동의 현란함이 어은동으로 오면서 점차

단조감소하고, 그래서 담장 앞으로 가면 한빛 아파트에서 나오는 불빛을 제외

하곤 고요한 곳.. 그때 난 친구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야, 저기 저 담장이 마치 어떤 세계의 경계 같지 않냐? 저 쪽문은 그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고.. 이쪽은 외부의 사람 사는 곳이고, 저길 넘어가면

  너무 고요하고 다른 세계이고 말이야. 난 여길 들어가면 꼭 무슨 상상속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시간도 멈춰지고, 공간도 없는 그런 곳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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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is for the moment,                                       White Leo
   But a equation is for eternity.                    KAIST Undergraduate 95
                    - A. Einstein                   vector@bara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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