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Leo (March) 날 짜 (Date): 1995년03월12일(일) 03시19분39초 KST 제 목(Title): [속] 과학원 아이들 / 올빼미 나라 지금 생각해보니, 올빼미가 밤인지, 부엉이가 밤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둘다 야행성이라는 것만은 맞을 것이다. 과학원은, 어쨌든 밤이 되면 밝아지는 곳이다. 물론, 그걸 가능하게 해준 에디슨씨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일이지만, 그런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우린 밤에 잘도 돌아 다녔다. 도서관은 밤 9시쯤 되어야 자리가 많이 차게 되고 (물론 낮에 도 주인없는 책만 놓여있는 자리가 매우 많다) 11시가 넘어서 분식집 을 가도 자리 빈곳을 찾아다녀야 했다. 재밌는 건, 분식집 한쪽 벽에는 TV가 있는데, 우린 마치 초저녁에 간식을 먹는 기분으로 분식집을 들 어서지만 TV에선 '밤과 음악사이' 프로그램 엔딩 타이틀이 나오고 있 다는 사실이었다. 고작 2주일 사이에, 우린 그런 과학원 문화에 나름 대로 훌륭히 적응해 가고 있다는 증거처럼 말이다. "야, 이거 문제가 뭐 이래???" 물리 수업후 다른 반에서는 수업계획서와 함께 과제 리스트까지 내 준 모양인데, 수업을 하고 나온 친구 하나가 과제 리스트에 있는 문제 들중 맨 처음 문제를 들춰보고 한 말이었다. "뭔데?" ' How many hairs do you have on your head? ' "으윽.. 이게 물리 문제라고?" 같이 있던 애들이 모두 한마디씩 뱉아 놓았다. '어디서 보니까 사람 머리카락은 10만개쯤 된다던데 그거쓰면 안되냐?' '아냐, 이 앞에 보면 order-of-magnitude estimation이란 section이 있는데, 그거 쓰는거 같 은데?' '그냥 모른다구 써!' 등등. 어쨌든.. 지금 생각하면 되게 우습지만,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내 방 에 들어왔을 때, 룸메이트 녀석이 숙제를 하다 나갔는지 책상위에 물리 텍스트와 리포트용지가 놓여져 있는걸 보게 되었다. 그 문제 어떻게 썼 나 호기심으로 슬쩍 들춰보다 난 일종의 쇼크(?)를 받았다. ' 이 문제는 개인 편차가 심하므로 간단히 하기위하여 몇가지 가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i) 머리는 완전한 구로 가정한다. ii) 머리카락은 머리 표면적의 1/2에만 나 있다고 가정한다. iii) 머리카락은 머리표면에 균일한 밀도로 분포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머리의 가로 세로를 재보면 xx, xx이므로 이들의 평균은 xx, 이것을 머리의 평균반지름으로 가정하고 머리의 표면적을 계산하면....... ' 맙소사. 일반고와 과학고의 차이가 이런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건, '모델링'이란 말을 'MIT의 공부벌레들'이란 책에서나 봤지 누가 내 문제가 될줄 상상이나 했겠어? 어쨌든, 우린 다음날 식당에서 모여 그 문제에 대해 다시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 한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그 문제 말이야, 작년에도 숙제 였는데, 어떤 애가 '모르겠다' 라고 썼더니 조교가 맞다고 했대." 신입생만 쓰는 기숙사 가동은, 게시판은 물론이고 현관벽도 모자라 카드키 유리문에까지 온통 자보로 도배가 되어버렸다. 물론, 우리 학교 학생으로서 먹고살기 위해선 하루에 두세번씩 꼭꼭 들르는 식당이 무사 할리가 없었다. 뭔 자보인고 하니, 무려 60개에 가까운 동아리들의 홍보 전쟁이었다. 후배들을 끌어가기 위한 선배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자보에 있는 기발한 문구들로 나타났다. 어떤 자보에는 '안오시면 저희는 해체 될지도 모릅니다' 라는 감정호소형까지 동원되었고, '과기대 최고의 동 아리' '따끈따끈한 동아리 xx로 오세요' '새내기를 위한 특별 공연' 들 의 문구는 아주 보편적인 것들이었다. 자보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일부 동아리에서는 화장실에까지 홍보전략을 썼다. 이를테면, 화장실에 서야 약 10분정도는 꼼짝없이 앉아있어야 할테니 안볼수가 없을 것이라 는 전략이었다. 어쨌거나, 수업듣고 숙제하기 정신없는 우리들은 지나치면서 너무도 많은 자보를 눈여겨 볼 순 없었다. 가끔가다 '요런거 괜찮겠다'는 생 각이 들더라도, 수업들어가고 어쩌고 하다보면 늘 오라는 시간에 못 가거나 귀찮아서 안가는 경우가 꽤 있었다.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 동아리야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가는 친구들이 꽤 많았지만, 어쨌든 난 잘 모르겠다는 핑계를 대고 그런 자보를 무시하고 다녔다. 과학원 특성상, 그런 동아리 모임들 혹은 신입생 환영회등은 주로 밤 9시가 많았다. 학생회관 건물 두개에선, 밤만되면 지하에 있는 강적이나 창작동화같은 음악동아리에서 두들겨 대는 드럼소리며 기타소리가 울려 나왔고, 저녁때는 도서관앞 잔디밭에서 '익크!'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택견 동아리 비각의 회원들이 흰 마당쇠 옷을 입고 팔다리를 흔들어댔다. What though life conspire to cheat you, Hearts live in the coming day. Do not sorrow or complain. There's an end to passing sorrow. Lie still on the day of pain, Suddenly all flies away, And the day of joy will greet you. And delight returns to-morr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