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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jinyon (  지니온)
날 짜 (Date): 1995년01월04일(수) 19시20분44초 KST
제 목(Title): 일반인들의 통념에 대해 신경을 쓰다..?..


대학 4학년 때, 나는 신검이란 걸 받으러 병무청에 갔다.
내 본적지는 너무도 시골이라 대학 다니는 애들은 별로 없었고,
또 나처럼 4학년까지 입영 연기를 하고 있는 애들은 더욱 없었다.
50명 이상이 아마 같이 신검을 받았다고 기억되는데,
거의 모두가 나보다 2~3살 어린 애들이었고
나 외엔 단 한명 만이 나와 같은 대학 4년생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는 서울대 지구과학과인가에 다닌다고 내게 자기 소개를 했다.
나도 과기대 다닌다고 소개했고 아직 학과는 없다고 말해줬다.
(난 상당히 늦게 과신청을 한 편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정중했고 번호상으로도 연이어 있었기에 같이 붙어다녔다.

심리 검사에 해당하는 문답지를 작성하고 나서,
실제 신체 검사에 들어가기 위해 모두들 옷을 벗고 파란색 판츠를 걸쳤다.
줄을 맞춰 쪼그려 앉아 있는 동안 시간이 좀 남았다.
앞에서 지시를 하고 있던 사람이 명단을 쭉 보더니 서울대 다니는 그를 발견했다.
"야, 여기 서울대 다니는 애가 있네."
라며 그를 앞으로 나와보라고 했다. 

앉아있던 애들 모두에게 그가 어떻게 비춰졌는지는 모르겠다.
그치만 그는 매우 쑥스러워했고, 그 담당자에게 과기대 다니는 애도 있다는
걸 가르쳐주려 했다. 그러나 난 눈짓을 보내 그러지 못하게 했다.

난 그런 자리에서 그다지 알려지고 싶지도 않았고, 
거의가 과기대를 모를테니 알려질 수도 없었다.
다만 남들이 부러워하고 대단하게 생각하는 서울대 다니는 애가
날 과기대 다닌다고 알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난 어쩜 그때와 비슷한 생각을 아직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에게 과학원이라는 존재가 알려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들 중에 과학원이
반드시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알 필요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게 생각한다.
사귀고 있는 여자나 그 여자의 아버지 등이 과학원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걸
그다지 억울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원할 때 사실을 알려줄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만약 신검받을 그때에 그 담당자가 내 이름과 내 학교명을 발견하고서
"야, 여기 무슨 기술대 다니는 애가 있네."
라고 하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와 내 학교를 우습게 보는 발언을 했다면
아마 잠자코 그냥 숨어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얘기가 거의 안 통할 게 뻔하지만서도 내 학교에 대한 사실을 말해줬을 것이다.

남이 알아주던 알아주지 못하던 신경 안 쓰고 내 할 일만 하고 있는 것과,
남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또 다른 남들에게 그 엉터리 사실을 퍼뜨리는 걸
보며 가만히 신경 안 쓰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난 전자의 경우는 찬성할지라도 후자의 경우마저 찬성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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