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darkman (아직은20대,P) 날 짜 (Date): 1994년03월23일(수) 19시39분58초 KST 제 목(Title): 최초의 수업 이번엔 내가 처음으로 강단에 섰을 때의 이야기다. 곽원생활에 술값이라도 조금 벌려면 시간강사로 나가야한다. 대전에서 과외자리 구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수원에 있는 K대에 강사로 처음 수업을 갖게되었다. 과목은 "우주와 과학" 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교양과목(!)으로 문과학생들이 말그대로 교양삼아 듣는 것이라 나는 수업을 어떻게 수식을 쓰지 않고 진행할지 고민 스러웠다. 첫 시간에 우주에서 부터 지구, 쿼크,초끈에 이르는 구성요소를 크기순으로 나열하고 이름을 쓴뒤 그림까지 대충 그려주었다.(거의 담벼락 낙서수준이지만..) 그리고 상대적인 크기를 알려주려고 미터단위로 각각의 size를 지수로 표시해주었다. 예를 들어 우주크기는 10^25 미터등.. 한시간 동안의 열강후 나는 쿼크에서 우주에 이르는 이 심오한 분야를 수식을 쓰지 않고 쉽게 설명했다는 뿌듯함에 만족하며 학생들 쪽으로 돌아봤다. 분명히 나의 명강에 감동하여 넋을 잃고 있으리라! 역시 넋을 잃고 있기는 있었다. 몇놈은 내말이 맞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꾸벅꾸벅,절반은 벌써 눈에 촛점을 잃고 하품을 해된다. "아니 이럴수가, 나의 이명강의에 최소한의 경의도 안 표하다니!" 나는 청중을 "계몽"하기위해 소리쳤다. "누구 질문 없어요?" "교수님!!"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자리에 앉은 왠 시커먼 학생이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가면서 매우 화난 목소리로 따지는 것이었다. "교양과목인데 그렇게 어려운 수식을 쓰면 저희가 어떻게 알아듣습니까?" 잉?,웬수식? "수식이 어디있어요?" 난 최대한 인내하면서 조용히 물어봤다. "거기 10의 어쩌고하는 거 말입니다." 으아, 지수로 수를 나타낸걸보고 수식이라고 너무어렵다는 것이다. 분명 지수가 동그라미 몇개를 나타내는 거라고 일일이 알려주기도 했는데 말이다. 더 황당한 것은 그학생을 나중에 A+줄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그학생이 그와중에도 제일 잘하는 학생중에 하나였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