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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gazer (별)
날 짜 (Date): 1994년03월03일(목) 19시42분29초 KST
제 목(Title): 닭장차의 비극


내가 1학년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러니까...90년에서 91로 넘어가는 겨울방학 말이다.

아.. 그 때가 1월이 었으니까, 91년이구나...

하옇든, 어느날 아침 나는 아는 선배와 같이 남대문 시장 앞을 걷고 있었다.

대한 생명보험 빌딩인가를 찾아가는 길이 었다.

근데 남대문 시장 앞에 짭새들이 깔려 있는 것이었다. 

며칠 전에는 한 전경이 빗물이 묻은 가죽장갑으로 내 가방을 뒤져서

책을 더럽혔고, 교회주보를 보더니 (복사한거) '왠 유인물!'하면서

귀찮게 한 적도 있었다.

신분증을 보자고 했다. 학생증을 보여 줬더니, 과기대 생이라고 놓아주고

옆에 있던 서강대 선배를 끌고 가는 거다. 이거 엄연히 불법 연행이지..

나서서 따졌더니 나도 끌고 닭장차에 집어넣었다. 

닭장차 문이 닫히자, 밖의 시끄러운 소리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고요한 적막

속에 20명가량의 학생이 앞 좌석에 머리를 박고 앉아 있었다.

내가 따졌던 전경은 다른 동료에게 날 넘기면서 '이 새끼 족쳐!' 그러는거다.

헬멧으로 머리를 맞았다. 개기면 더 맞을것 같아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머릿수 채우기를 하는지, 한명 두명 계속 들어왔다. 같이 가던 남학생만 연행되

어서인지 문밖에서 한 여학생이 발을 구르며 지쳐보고 있었다. 남자녀석은

비장한 목소리로 '너 먼저 가라'고 소리치고..(크크.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닭장차가 다 차자, 차는 서울역 앞 남대문 경찰서로 갔다.

지하실로 내려 가서 앉아 번호를 하고 줄맞춰 앉았다.

영문을 알고 보니, 오늘이 '걸프전 참전 반대 시위' 예정일 이라는 거다.

그래서 시내에 돌아다니는 대학생을 사전 연행함으로써 시위를 원천 봉쇄

한다는 거다. SIMPLE..SIMPLE..

이미 약속은 깨진지 오래.. 노가리를 하면서 시간을 죽이다 보니, 밖이 시끌버끌.

평민당 아주머니들이 막 들어오더니 

'학상들.. 빨리 나와.. 우리가 책임질 테니 어서 나와..!'

하고 소리친다. 말리는 경찰에게 

'이거 왜이래 니네들 맞 좀 볼래? 이거 불법인 줄 알지? 학상들 .. 우리 평민당이

있으니까 걱정말고 나와~~'

이런다. 근데 , 누가 먼저 일어날 것인가... 모두들 서로 눈치만 본다.

일어났다가는 뒤지게 맞을 텐데..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지....아주머니들이 가고

신문 기자들도 몇명 왔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물러간다. 단, 한겨례신문기자는

경찰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어서 인터뷰까지 하고 갔다....(그럼 뭐해

피해보상이나 받을 수 있어? 이러다가 마는 거지...)

조서를 써서 내고. 좀 있다가 다시 버스에 실려서 노량진경찰서로 넘겨졌다.

거기서 다시 조서를 쓰고...한참 훈계를 듣고

'학생들 공부나 해 .. 왜 데모를 해?'

'데모 안했는데요..'

'그짓말 마 새꺄...그럼 왜 이송 낮어?'

'특히 너 과기대생! 너 학교에 연락하면 끝장야..(웃기고 있네) 내가 한 번

만 봐준다. 다시 오면 너 가중 처벌 받을 줄 알어!!!'

저녁 9시가 되어서 단무지+밥 의 도시락을 받아 먹고, 10시쯤되어서야

풀려났다...허허...가두투쟁 나갔을 때도 연행 안 되었었는데...

걸어가다 잡히다니..이런 불상사가.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라.



그 뒤로 닭장차만 보면 그냥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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