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pbsIIks ()
날 짜 (Date): 1994년02월04일(금) 13시45분53초 KST
제 목(Title): 그냥.. 시..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메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 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나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속으로
깊은 수렁속으로
밀어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 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야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똑똑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 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수 없음을 깨닫는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ㅤ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뭄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어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세우며
<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 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서정윤님의 홀로서기...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