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Japan ] in KIDS 글 쓴 이(By): chang (장상현) 날 짜 (Date): 1999년 7월 22일 목요일 오전 12시 31분 14초 제 목(Title): 연구실 풍경 1. 4학년생 환영회 (4학년때 전공을 정하더군요)에서, 각자 소개를 하는데 순서가 모든 사람(교수,조수,원생,학생,포닥)이 똑같더군요. 이름, 출신, 취미, 좋아하는 프로야구팀 :( 어떤 학생이 마작이 취미라고 하니까, 조수 한명이 벌떡 일어나.. "드디어 4명이 채워졌군!" -_- 한 조교수가 좋아하는 팀은 한신이라고 하자. 원생 (나랑 같이 논문쓰는 친구) 갑자기 눈을 부릅뜨더니 한참 말이 오가는데. 옆의 조수 설명에 의하면 그 친구는 철저한 교진팬이라네요. 그래서 그 조교수에게 '왜 한신팬은 다 반교진팬인가?' 항의성 비슷한 질문을 했다는군요.. 하여간 별거 아닌것 가지고 한참 논쟁하더군요.. 근데 보통 학생들끼리하면.. 저기에다가 혈액형, 좋아하는 아이돌을 포함시키면 일반적인 소개라고.. 2. 물리과 비루파티, 일년에 한번 물리과 전체가 참가하는 맥주파티가 있습니다. 말이 전체지만 실제로는 백명밖에 안오니까 (물리과 전체는 한 5백명은 넘을걸요) 비교적 작은 곳에서 파티를 하더군요. 일단 교수는 학과장 말고는 보통 안오고, 조교수들과 여직원 몇명.. 그리고 주로 주최측 학생들이죠. 이 행사는 매년 그룹별로 돌아가면서 하는데 이번에는 우리그룹이 맡아서 막내 조수가 다 떠맡았습니다. 학생들과 나도 같이 도와주었는데. 일단, 고학년들은 일이 다 끝나니까 나타나네요 :( 파티의 음식은 항상 100퍼센트 똑같습니다. 과자종류 사다 놓고, 스시배달시키고, 중국식 잡채와 닭고기 배달시키고, 학생들에게 야끼도리 사오게 하고.. 언제나 메뉴가 바뀌려나... 청소하고 위에 정리하고.. 그러고 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죠. 내가 조수에게 "왜 이렇게 일찍 시작했냐고" 물어보니, "메뉴얼에 한시간이상 먼저 준비해야한다라고 나와있어서"... 이런것도 메뉴얼 만들어 매년 뒤의 담당자에게 넘기더군요.. 아마 메뉴얼 만든 그룹은 학생이 많지 않았거나, 다 게을렀던 모양입니다. 맥주 한병먹으니까 학생과 직원 절반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목소리가 높아지더군요. 결국 한사람당 맥주를 한병 반꼴로 마신 셈인데.. 좀 나이든 여직원이 술먹더니 목소리가 상당히 커지니까.. 학생들 밖으로 나오면서 "스고이 오바짱.."어쩌고 저쩌고.. 우리그룹 비서가 들린다고 뭐라고 하던데.. 역시 주제가 뭐든 여기 파티는 먹는것도 내용도 똑같은 것 같아요. 으.. 근데 제발 닭껍질하고 닭간은 이제 그만 사왔으면.. 3. 우리 그룹 포닥중에서.. 포닥이 셋인데 한명만 일본인이죠.. 그러니까 한,중,일 한명씩. 나고야 출신의 이 일본인 포닥은 오후 늦게 와서 밤늦게 가는 사람인데. 엄청나게 짐이 많아서 처음부터 화제가 되었었죠. 무지하게 오래된 컴퓨터를 들고 왔는데. 언제적 것인지.. NEC에 외장 하드, 외장 플로피, 외장 씨디롬.. 외장 모뎀, 한참 붙여놓고 그냥 쓰고 있었죠. 그친구 책상은 그래서 완전 고물상 같았었죠. 오늘은 웬일로 일찍 왔다 그래서 보니까 정신없이 컴퓨터를 셋업하고 있는데. 음.. Pentium III에 18인치 TFT, Writable CD-R에 백업용 스커지 하드까지.. 게다가 엄청난 크기의 서브우퍼 스피커.. 얼마쯤 들었나 물어봤는데.. 우리돈으로 천만원에서 조금 덜들었더군요. "너 뭔돈으로 이걸 샀냐?" 하니까 "내 연구비" 아악... 내가 컴 살때 연구비가 저 컴 반값밖에 안되었는데 (나머지는 여행경비) 물어보니 내 딱 두배의 연구비가 나왔더군요... 나랑 일하는 조교수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가 어떻게 했는지 JSPS가 포닥에게 허용하는 최고액이 있는데 그걸 다 받았더라고.. 조교수도 그런 경우는 첨 본대요. 그러지 않아도 그 친구에게 그 비결을 좀 얻어보려고 한다나요.. 그친구가 결국 돈을 어떻게 쓸 줄 몰라서 그냥 시중에서 가장 비싼 PC를 산거랍니다. 장상현 e-mail : schang@tuhep.phys.tohoku.ac.jp http://www.phys.ufl.edu/~sch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