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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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pan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3월 12일 금요일 오전 07시 58분 05초
제 목(Title): 퍼옴/김석근, 일본지성을 읽으면 일본이 보


 [1] 제목 : [학술] 일본 지성을 읽으면 일본이 보인다

제목:[학술] 일본 지성을 읽으면 일본이 보인다

  우리 사회에 성큼 다가선 일본의 지성인 
  
  흔히 일본을 가리켜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그 말은, 일본에
  서  한국을 말할 때도 더러 쓰이기도 한다. 어쩌면 두 나라는 '가까
  워서  먼 나라'라고 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
  라들치고  서로 사이가 좋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게다가 우리의 경
  우, 식민지시대의 불쾌한 기억과 유산이 암암리에 작용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우리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묘한 이중성이 깃들
  어  있다. 언뜻 보면 일본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있다' '없다'
  는  식의 주장 혹은 체험기로서의 일본론은 나오기만 하면 베스트셀
  러 반열에 오르곤 한다. 허나 그것은 호기심일 뿐 조금만 더 들어가
  면 냉담함과 무관심이, 심한 경우에는 편견과 오만이 강하게 버티고 
  있다. 이른바 지식인일수록 한술 더 뜨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일본에 
  무슨 '철학'과 '사상'이 있느냐는 식으로.
  
  좋든 싫든 간에, 일본은 이미 우리의 생활공간에 성큼 다가와 있다. 
  대중문화 개방과 교류는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의 대
  중문화가  일본의 그것을 상당 부분 '참조'했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
  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지만, '개방'을 통해 오히려 전
  향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측면 역시 충분히 있다. 무엇보다 일본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던 영화감독 
  쿠로자와  아키라(黑澤明, 1910-98)의 '카게무샤'(陰武者)가 개봉되
  거나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 978-?)의 대표적인 고전문학 '겐지모
  노가타리'(源氏物語)가  우리말로  번역된 것은 실로 바람직한 사례
  다.  그 외에도 감수성 예민하고 발랄한 젊은 작가들의 문학 작품이 
  번역 소개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 흐름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근래 들어 일본에 대한 우리의 '관
  심'이  한  단계 깊어지고 있는 징후에 특별히 주목하고 싶다. 종래 
  거의  공백지대와 다름없던, 그래서 일종의 '지적 타자(他者)'로 존
  재해 온 일본의 지성사 내지 지식인의 사상과 행동이 소개되기 시작
  했다는  것. 우리의 '일본 알기'가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것을 알
  리는  지표라 해도 되겠다. 그들이 우리 지성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  대체 어떤 지식인들이 소개되고 있는가. 눈에 띄는 몇 사람
  을 꼽아보면, 일본 학계의 천황으로 불리며 지식인 사회와 사상계를 
  이끌어  온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1914-96), 현대 일본의 마지
  막 사상가 후지타 쇼오죠오(藤田省三, 1927-), 문예비평가이자 사상
  가이기도  한 카라타니 고진(柄谷行人, 1941- ), 그리고 사회철학자
  이며 사회사상사학자인 이마무라 히토시(今村仁司, 1942- ) 등을 들 
  수 있겠다. 
  
  '일본정치사상사연구'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일본의 사상' '충
  성과  반역: 전환기 일본의 정신사적 위상'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마루야마  마사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기된 일본 사회의 비판과 
  민주주의의 출발점, 바로 거기에 그가 서 있다. 그는 일본의 독자적
  인  근대성의 뿌리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근대적인 인격
  과 주체성,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분명한 잣대를 갖고 초국가주의와 
  거기에  젖어  있던 일본인의 심성을 사정없이 비판했다. 그가 남긴 
  사상과 학문 세계가 넓고 깊은 만큼, 그는 여전히 '열려 있다'. 
  
  마루야마  마사오의  지적 영향 하에 성장한 후지타 쇼오조오. 주된 
  관심사는  천황제, 군국주의 국가의 지배원리, 그리고 마르크스주의
  자들의  전향(轉向) 문제였다. 그의 시선은 예리하다. 잘 나가던 일
  본의 70, 80년대에 대해서도 가차없이 칼을 휘두른 그였다. '전체주
  의의  시대경험'을  통해, 생활 속에 스며든 전체주의, 나아가 현대 
  문명  그 자체를 비판하면서, 같은 맥락에서 일본사회의 마이노리티 
  '재일조선인'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건네고 있다.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을 시작으로 '은유로서의 건축' '탐구 1,2' 
  등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 가라타니 고진. 그는, (일본의) '문학'
  과 '근대' 그리고 '정치'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그  자체가 이미 기존의 문학관에 대한 도전과 반역인 셈이다. 근대
  문학이라는  것이 '국가'의 성립과 더불어 파생된 정치적 제도의 하
  나에 지나지 않으며 내셔널리즘의 확산에 기여해 왔음을 고발함으로
  써, '문학의 정치성'을 새삼 일깨운다. '공동체' '타자' 그리고 '주
  체'를  주축으로 하는 그의 비평은, 타자를 긍정하는 대화적 비평을 
  추구한다. 
  
  '근대성의  구조'로 선보이게 된 이마무라 히토시. 그는 앞의 세 사
  람과 뉘앙스를 약간 달리한다. 그들이 '일본' 및 '일본사회'를 직접
  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면, 근대·현대 사회철학이 주전공인 그
  는  근대성과  현대사상에  깊이 침잠해 왔다. 구체적으로 '폭력'과 
  '노동'  그리고 '비판적 유토피아 이념의 탐구' 등이 주된 관심사였
  다.  
  
  이처럼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일본 지식인들의 등장과 유행(?)은, 
  우리의  지식  사회에 확실히 신선한 것이다. 그토록 가까이 있으면
  서,  게다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음에도 이제서야 접하게 되었
  다는  만시지탄(晩時之歎)도 없지 않다. 그들의 번역 소개가 1995년 
  이후,  다시  말해 해방 50주년을 넘기면서 시작되었다는 점도 극히 
  시사적이다.  일본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데에 필요한 '절대적인 시
  간'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유념해서 보면, 뭐랄까 그들에게서 나름의 공통점 같은 것
  을 읽어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신이 발딛고 선 일본 사회
  에 대한, 내부의 신랄한 비판자에 속한다. 이제 우리는 섯부른 아집
  으로  무장된  어설픈 비판이 아니라, 일본 지식인에 의한 수준높은 
  자아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한가지, 어떤 형태로건 그들은 '근대성'과 얽혀 있다는 것. 그들
  이  관심을 끄는 요인 역시 그 점과 무관하지 않다. 아직 뚜렷한 정
  체성을  갖지  못한 '탈근대' 내지 '포스트모더니즘'은, 역설적으로 
  '근대성'에 대한 탐구와 재인식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게다가 
  근대성에  관한 한, 일본은 실로 논쟁적인 사례일 수밖에 없기 때문
  이다.  그것은  현재의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와도 직결된
  다. 
  
  그럼에도, 일본의 지성사 혹은 지식인에 대한 소개는,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디딘 단계다. 우리의 진지한 '일본 읽기'는 한층 더 진척되
  어야 한다. 대중문화 개방에 앞서, 그 사회를 지탱해 온 지식인들의 
  비판과 고급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오
  늘의  일본을 있게 한 '정신적 원동력'이 아니었던가. 그 점을 꿰뚫
  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알아야' 비판도 하고 극복도 할 수 있다. 일본
  을 아는 가장 빠른 지름길, 그것은 바로 일본의 지성사 내지 지식인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다. 
  
  김석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한국정치사상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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