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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pomp (PUZZLIST)
날 짜 (Date): 2001년 6월 20일 수요일 오후 01시 43분 00초
제 목(Title): 조사 "가"의 유래?


우리말의 주격 조사는 다들 아시다시피 "이"와 "가"가 있죠.

그런데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문헌을 보면, "가"는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오히려 현대 국어에서는 어색할 정도로 "이"가 쓰이고 있죠.

"공자가 ... 맹자가 ..." 하는 것도 "공재 ... 맹재 ..."처럼 "자+이 > 재"로 
쓰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럼 도대체 "가"는 뭘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일치하는 정설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가"가 처음 등장하는 문헌이 송강 정철의 어머니가 송강에게 보낸 편지라고 
하는데, 이때는 1572년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다가 임란 이후가 되어서야 주격 조사로 "가"를 쓴 
문헌이 많이 등장합니다.

어떤 이는 이것을 일본어의 영향이라고도 하는데, 아무래도 억측 같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방언의 주격 조사가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잘 쓰는 
"래"죠.

"내래 북에서 왔시요."에서 쓰인 "래"입니다.

주격 조사 "래"의 기원은 무엇일까요?

그거야 알 수가 없지만, 어쩌면 이 조사는 고구려어의 잔재인지도 모릅니다.

역사 보드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 김병호 씨의 소설 "치앙마이"에 보면, 타이 
국경에 사는 소수민족인 "라후족"의 언어가 우리말과 너무나 닮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서울로 가요"가 라후말로는 "나래 서울로 까이요" 쯤 된다고 
합니다.

신기하죠?

물론 소설에서 뭔 해괴한 학설을 못 쓰겠습니까만, 사실은 이 소설이 나왔을 
무렵 우리나라 학자들이 라후족을 찾아가 실제로 언어 조사를 했고 정말로 
김병호 씨의 말처럼 우리말과 너무나 닮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김병호 씨는 이들이 고구려의 유민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것까지야 밝힐 수가 
없었지만, 우리말과 매우 닮은 언어가 수만리 떨어진 곳에서 쓰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라후어에서 쓰이는 주격 조사 "래"가 현재 북한 지역의 방언에서 
쓰이는 주격 조사 "래"와 일치한다는 것은 더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라후족이 정말로 고구려의 유민이고, 주격 조사 "래"가 고구려말의 주격 
조사가 현대에까지 살아남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주격 조사 "가"라는 것도 방언으로 쓰이던 것이 점차 세력을 
얻어 임란 이후 당당하게 표준어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는 추측이 얼토당토 않은 
생각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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