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3월 17일 수요일 오전 09시 10분 42초 제 목(Title): 고종석/좌익-좌파, 우익-우파 . [고종석에세이] 좌익-좌파, 우익-우파 정치적 맥락에서 쓰이는 한국어 `좌익' `우익'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프랑스어의 관행이 영어와 일본어를 거쳐 수입된 것이다. 프랑스어에서 `왼쪽'(gauche)이 급진적―혁신적 정파를 의미하고 `오른쪽'(droite)이 점진적―보수적 정파를 의미하게 된 것은 1789년의 대혁명 이후다. 물론 프랑스 혁명기의 좌익, 우익과 지금의 좌익, 우익은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그 당시의 좌익 정파가 내세웠던 자유, 인권, 법적·정치적 평등 같은 가치들은 오늘날 우익 정파들도 대개 옹호하고 있다. 당시의 우익 정파가 지닌 세계관을 오늘날에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극우라고 부른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 진행된 역사가 좌익와 우익 사이의 경계를 왼쪽으로 많이 이동시킨 것이다. 그 점에서 1789년 혁명은 승리했다고 할 수 있다. 정치 용어로서의 좌익은 좌파라고도 하고, 우익은 우파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 말들의 쓰임새를 잘 들여다 보면 한국어에서 `좌익'과 `좌파', `우익'과 `우파'는 그 가치가 다르다. 첫 번째 차이는 `좌익'·`우익'이라는 말이 한 사회의 정치 지형 전체를 놓고 급진적―혁신적 정파나 점진적―보수적 정파를 가리키는 데 견주어, `좌파'·`우파'는 어떤 정파나 단체 내부에서 급진적―혁신적이거나 점진적―보수적인 갈래를 가리킬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 좌익 정당이 없으므로 프랑스의 정당을 예로 들어보자. 물론 예로 들 정당들이 프랑스의 정당일 뿐 내가 여기서 말하고 있는 것은 한국어 `좌익'/`우익'과 `좌파'/`우파'에 대해서다. 조스팽 총리가 소속된 사회당이나 그 우당인 공산당·녹색당 등은 좌익 정당이고, 시라크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국 연합이나 그 우당인 프랑스 민주동맹은 우익 정당이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 민주동맹은 여러 개의 우익 정당들이 느슨하게 결합한 우익 정당 연합체다. 한편, 사회당 내에서 예컨대 앙리 에마뉘엘리로 대표되는 급진적 갈래는 사회당 `좌파'이고, 미셸 로카르로 대표되는 점진적 갈래는 사회당 `우파'다. 이러한 구별이 늘상 또렷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회당이나 공산당, 녹색당을 좌파 정당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공화국 연합이나 프랑스 민주동맹을 우파 정당이라고 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회당의 급진적 갈래를 사회당 `좌익'이라고 한다거나, 사회당의 점진적 갈래를 사회당 `우익'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좌익'과 `좌파', `우익'과 `우파'의 두 번째 차이는―이 차이가 훨씬 더 섬세하고 흥미로운데―, `좌익'·`우익'이 `좌파'·`우파'와 개념적 동의어로 쓰였을 경우, `좌파'·`우파'가 중립적 어휘이거나 가르랑말인 데 견주어, `좌익'·우익'은 으르렁말이라는 점이다. 우리말의 `좌익'·`우익'과 `좌파'·`우파' 가 환기하는 이미지, 즉 함축적 의미는 서로 다르다. `좌익'이라는 말에는 대체로 해방기의 남로당이나 그 이후 북한의 조선 로동당 노선이 보여주는 극히 과격한 스탈린주의의 이미지가 배어 있다. 그리고 `우익'이라는 말에도 서북청년단이나 박정희나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광신적 반공주의의 이미지가 배어 있다. 한편 `좌파'라는 말에는 뭔가 온건하고 합리적이고 지적인 이미지가 있다. `우파'라는 말에도 그렇다.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는 말이 통할 것 같은데 `좌익'과 `우익' 사이에선 통화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좌익 인사들은 대체로 자신을 `좌익'이라고 부르지 않고 `좌파'라고 부른다. 반면에 그 `좌파'는 자신과 이념적 대칭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우파'라고 부르지 않고 `우익'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우익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을 `우익'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우파'라고 부르기를 더 즐기며, 자신의 이념적 적대자들을 `좌파'라고 부르기보다는 `좌익'이라고 부르기를 더 즐긴다. `좌익'이나 `우익'이 으르렁말이 된 것은 해방기나 6.25를 전후하여 우리 사회에 이념 대결이 최고로 긴장돼 있었을 때 이 말들이 사용됐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좌익'의 동의어로서 `좌파'와 `우익'의 동의어로서 `우파'는 그런 그르렁말의 연상을 완화하기 위해 그 이후에 채용된 말들일 것이다. `좌익'과 `좌파', `우익'과 `우파' 사이에 개념적 의미의 차이는 없다. 그러나 그 말들이 연상시키는 것, 즉 그 말들의 함축적 의미는 다르다. 그 함축적 의미의 미세한 차이에 편승하고 반응하며, 우리들은 말들의 전쟁을 벌인다. 정치적 언설이나 광고 카피를 포함한 말들의 전쟁은 결국 이런 연상공학에 의해 수행된다. 에세이스트 �� �後後� �짯後� �後� �碻碻碻� �碻碻� �� �� ┛┗ �� �� �� �� �後後� �碻�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