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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Atreyu (직)
날 짜 (Date): 1999년 3월  7일 일요일 오전 06시 58분 33초
제 목(Title): Re: 인물과사상/이현우 한국어의 계급성�



 흠.. 처음에 저 글 읽고 평소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던 생각이었지만 뭔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찝어낼 수가 없더군요. 어조가 너무 과격해선가..?
 근데 AQUARIS(?) 님 글을 보니 뭐가 문제인지 알 것 같습니다.

 우리말에서 경어법이 발전한 것은 철저한 친족사회 / 신분사회였기 때문이죠.
자기보다 나이가 열살이 어려도 자기 주인이나 증조할아버지의 손자뻘이면 존대를
하는 사회에서는 그런 경어법 체계가 합리적이죠. 우리말에 그런 경어법 체계가
있었기 때문에 신분 사회가 발전한 것이 아닙니다. 이건 인과 관계를 거꾸로 한
거죠.

 또한 철저한 신분 사회도 그 당시로서는 장점이 있습니다. 왕조 시대를 논할 때
국가의 기틀이 잡히는 요소로 빼놓지 않는 것이 '왕권 강화'입니다. 민주주의적(?)
으로 생각하면 신하들이 왕과 능력이 비슷해서 맞먹으면 더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라가 그렇게 되면 서로 자기 잇속만 챙기느라 폭삭 망해 버린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위 글처럼 '우리말에 지독한 경어법
체계가 있고, 이로 인해 권위주의가 발달했으니, 이것은 우리말의 열등한 점이다'
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는 대대로 친족 중심의 신분사회였고, 이러한
상황에서 경어법 체계는 지극히 합리적인 체계였으나, 20세기에 벌어진 급격한
근대화로 사회가 완전히 뒤바뀐 반면 언어는 그에 발맞출 만큼 빨리 바뀌지 못했다.'
이렇게 해야 맞는 말이 됩니다.

 사실 저도 다 같은 한국어를 쓰는데 저는 그런 반말/존대말로 별로 불편을 겪은
기억이 없습니다. 똑같이 애매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요. 저와
나이가 같은 서클 1년 후배는 저한테 존대를 하고, 나이가 같은 2년 후배는 약간
애매한 존대를 하고, 나이가 한살 많은 2년 후배는 존대와 반말을 섞어서 말합니다.
저는 모두에게 반말을 하고요. 존대/반말이 상대방을 얕봐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서로 알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이 없습니다.

 결국 존대말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로 권위를 세우려는 사람들이 문제죠. 위에
글쓰신 분의 경우에도 동문회에서 서로 합의하에 존대를 하든 말든 남들이 신경을
안쓴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죠.

 결국 해결책은 '존대말/반말 구분을 없애 권위주의를 타파하자!'가 아니라,
권위주의를 타파하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존대말/반말 체계는 자연히 소멸하거나
다른 쓸모를 찾게 될 것이다.. 이것입니다. 그 언어 체계가 나타난 환경을 그대로
두고 언어 체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흠.. 좀 횡설수설한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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