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ul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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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sjyoun (예리큰아빠)
날 짜 (Date): 1998년 7월 19일 일요일 오후 12시 33분 31초
제 목(Title): 퍼]말이 살아야 겨레가 산다 


'우리 말' 좀 합시다
                          이오덕

 지금 우리가 살리려고 하는 말은 우리 온 겨레가 나날이 살아가면서 입으로
주고받는 말이다. 어떤 특별한 일자리에서만 쓰는 말도 우리말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런 말보다는 더 서둘러 살려야 하는 것이 아이고 어른이고 시골사
람이고 도시사람이고 누구든지 하게 되는 말이다. 이 말이 우리를 길러주었고
, 우리의 역사를 만들었고 우리를 한 겨레로 이어 주어서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는 어머니가 되는 우리 배달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배달말이 지금 아주 
형편없이 짓밟히고, 가리가리 찢기고, 볼성사납게 일그러져서 죽어 가고 있다.
우리들의 삶과 얼과 그밖에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목숨 덩어리(생명
체)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반만 년 역사에서 무서운 흉년도 많이 만났고, 금찍한 전쟁도 수없이 
치렀지만, 그때마다 그 어려움을 잘 이겨 내었다. 우리 모두의 삶과 얼이 담긴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앉아 외국글 
외국 역사를 하늘처럼 떠받들어 섬기면서 그 학식을 권위로 삼아 백성들을 겁
주고 백성들이 피땀을 짜내기만 하던 그 오랜 새월에서도, 일하면서 살던 우
리 평민들은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슬기롭게 우리 것 우리 마음을 지켜 자자
손손 이어 왔다. 우리를 안아주면서 언제나 샘물 같은 힘이 솟아나게 하는 
우리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바로 그 말이 병들어 죽어 가고 
있다. 이 일을 어찌하겠는가?
 더구나 이렇게 말을 죽이고 있는 것이 이제는 바로 백성들 자신이고 우리 
자신이다. 제 목숨 덩이를 스스로 내버리고 짓밟는 이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거의 모두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괴상한 겨레가 되어 
가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어떤 흉년도 어떤 전쟁도, 그 밖에 또 어
떤 재난도 이보다 더 클 수 없다. 지금 나라 살림이 다 거덜났다고 모두 야
단 법석인데, 겨레말이 죽어 가고 있는 일에 대면 이까짓 경제난국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난국이란 것도 알고 보면 사실은 우리가 오래 전부
터 우리 것을 학대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글, 일본글 , 서양글에 얼이 빠져
서 우리 말 우리 글에는 등을 돌리고 멸시하는 이 더러운 종살이 버릇은,우
리 조상들이 지켜 온 모든 것을 버리고 짓밟는 풍조를 만들었느니, 이렇게
해서 남의 것 쳐다보면서 겉모양만 꾸며 보이고 허풍으로 살아 왔는데 우리
살림이 이 지경으로 결딴나지 않을 수 있겟는가?
 우리가 지금 빠져 있는 경제난의 수렁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도 우리 말을 살려
야 한다고 하면 무슨 억지 소리를 하나 하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
나 우리 살림이 이 지경으로 된 까닭은 너무나 환하다. 우리 국민들의 정
신을 바로잡지 않고는 정치고 경제고 학문이고 교육이고 어떤 것이고 제자리
에 바로 놓을 수 없다. 정신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그걸 바로잡나? 정신이 
곧 말이고, 말이 정신이다. 깨끗한 말, 아이고 어른이고 시골사람이고 도시 
사람이고, 교수고 판사고 박사고 국회의원이고 대통령이고 누구든지 잘 알
수 있는 쉬운 우리 말로 말을 하고 글을 쓰면 우리 사회는 저절로 환하게 밝
아지고, 모든것이 제대로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이 깨끗해지고, 하는 
일이 올바르게 될 것이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올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은
깨끗한 말을 하고, 쉬운 우리 말로 글을 쓴다는 것이다.
 오늘 신문을 보니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연방 정부의 모든 관리들에게, 
누구든지 잘 알 수 있는 쉬운 영어로 모든 공문서를 쓰라고 지시했다는 기사
가 나왔다. '문장은 짧게 쓰고, 입음꼴로 쓰지 말고, 낱말도 쉬운 말로 써
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우리 말을 살리기 위해 주장해 
온 말 그대로다. 미국의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니 참으로 놀랍고 뜻밖이지
만, 잘 생각해 보면 역시 그 나라는 앞서가는 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미국
이라는 나라가, 온 세계 각국의 말에 영향을 주면서 그 말들을 집어 삼키
거나 그 말들에 스며들어 그 꼴을 바꿔 버리거나 하는 영어를 쓰면서도, 그 
대통령이 자기 국민들의 마음을 깨끗하고 바르게 하고, 하는 일에 허풍이 
없이 알맹이가 차도록 하기 위해서 누구든지 잘 알 수 있는 쉬운 영어를 쓰
라고 했으니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마땅히 우리 자신의 창피한 꼴을 바로 비춰 보고 뼈아픈 반
성을 해야 할 것이다. 될 수 있는 대로 어려운 말, 남의 나라 글자말과 남의
나라 말법을 자랑삼아 쓰고 싶어하는 이 미친 꼴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땅에서 사람 대접을 받고 살아갈 자격이 없다. 그런데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학자고 문인이고 기자고 관리고 예술인이고, 심지어 물건을 파
는 장산꾼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투어 제 나라 제 겨레 말을 학대하고
학살하면서 온통 허풍스런 엉터리 글문화를 만들고는 들떠 있으니, 이런 어
처구니없는 꼴을 대한민국말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 또 볼 수 있겠는가? 월
드컵 축구 경기에서 16강이 아니라 아주 우승을 한다고 해도 이런 정신 가지
고는 절대로 앞날이 없다.
 서양 사람 것이라면 똥도 서로 다투어 먹는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이 말이 몇십년 전에 지나가 버린 한때 우리들의 모습에 그쳤던
것이 아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한 말이니까 이번
에도 또 쉬운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난리가 날 판 아닌가?우리가 정말 손
톱만큼이라도 제정신이 남아 있다면 쉬운 영어 공부가 아니라 쉬운 우리 말
공부를, 살아 있는 우리 겨레말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날마다 어디서나 
우리 말 살리기를, 아침마다 일어나면 우리 말을 죽이지 않기를, 밥을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서 마음 속에 다짐하고 남에게도 타이르고 해야 할
것이다. 
 배달겨레 여러분, 제발 우리말 좀 합시다. (이오덕)

*우리 말 살리는 겨레 모임에서 회보로 내는 <우리 말, 우리 얼> 제1호의 
머리글입니다. 배달말은 바달겨레의 피요 목숨입니다. 칠천만 겨레의 목숨을
지켜 가는 <우리 말, 우리 얼>

 회원이 되려고 하시는 분은 1년치 회비 만원을 다음 은행 구좌로 보내 주십
시오.  회보는 달마다 한 번씩 나옵니다.

 연락처: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418-24 우경빌딩 301호
        우리 말 살리는 모임 02-338-0706
 
 은행계좌
      국민은행: 343-24-0067-147 예금주) 김경희
      우체국 : 010777-00373999  예금주)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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