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llymUnv ] in KIDS 글 쓴 이(By): mandala (nitelife) 날 짜 (Date): 2000년 1월 3일 월요일 오후 01시 37분 23초 제 목(Title): 아웃사이더를 위하여/김규항 [딸 키우기] 김단. 먹고 자는 시간을 뺀 하루의 대부분을 그리기와 종이접기 ㄸㅑ위로 보내는 내 딸이다. 김단이 태어나자 아내와 난 김단에게 결혼을 권유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갓난 아일 두고 좀 싱거운 짓이었고 얼마간 관념적이었지만 여자가 자존을 지키며 살기 힘든 세상에 또 하나의 여자를 내놓은 장본인들은 긴장했고, 그렇게 라도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 김단은 사랑니 빼러 치과에 가본 일 말곤 병원 근처에도 가본일 이 없는 아비와는 달리 세살이 되기전에 입원을 ㅅ菅騙오犬� 해서 애를 끓였다. 그후론 별 탈 없이 자랐고 언젠가 샤갈화집을 사준 이후 커서 '화가 아저씨'가 되겠다고 말하는 김단은 다섯살이다. 다섯살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밖에서 놀다 들어온 김단이 내 방 문을 두드렸다. "아빠, 삼식이(가명)가 내 고추 만졌어" 나는 놀랐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랬어? 언제?" " 응, 어제." 김단은 어제 이상의 과거는 전부 어제라고 말하지만 눈치로 볼때 이삼일전 일이다. "아빠한테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엄마한테 말하면 안되는데..." "엄마한테 말 안할께 . 약속. 그런데 아빠한테 말해야 아빠가 도와주지." 망설이던 김단은 말했다. "응, 삼식이가 내 고추 만지구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어" "아빠가 삼식이 혼내줄께. 다시는 안 그럴 거야. 그런데 혹시 다른 오빠나 아저씨가 단이 몸 만지면 단이가 싫다고 말해야 해" " 그래도 만지면?" " 그땐 막 화내고 미운 말해도돼 그리고 아빠한테 꼭 말해야 돼. 그런 오빠나 아저씨들은 다 겁쟁이들이니까 아빠가 혼내 줄 수 있어. 약속할 수 있지?" "응"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도장까지 찍었지만 나는 엄마에게 비밀로 하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아내는 다음날 삼식이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이 일을 일러주었고 삼식이 엄마는 아들에게 성교육을 시작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일거리("영화언어 발행인"이라는 그럴싸한 직함과는 달리 최근 이삼년 동안은 남의 책을 만들어 주거나 몇 푼의 원고료에 말도 안되는 소리를끼적거리는 부업에 전념하는 편이다)를 주겠다는 후배와 마주 앉아 애를 쓰고 있는데 집에서 삐삐가 왔다. 바로 전화를 했더니 김단이 눈 밑이 퍼렇게 되어 들어왔단다. 김단은 지 아비를 닮아 무척 고집이 센데 완력은 그 고집에 못미치다 보니 남자아이들한테 얻어맞는일이 잦았지만,(예나 지금이나 애나 어른이나 남자에게 항거한 여자에게 돌아오는 건 주먹뿐이다) 그래도 눈탱이가 퍼렇게 멍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내는 이 잘난 가장에게 지침을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우선 김단이 제 딴엔 놀랐을 테니 잘 안정시키라고 아내에게 이른 다음, 놀라긴 매한가지로 보이는 아내에게 때린 놈 엄마한테 전화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삼가라고 말했다. 그날 저녁 나는 아내에게 아들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맞는 걸 보고도 그냥 지나가던 김단의 할머니 얘길 해주었다. 제법 가장 노릇을 해내고도 나는 담배연기를 뿜기 시작했다. 드디어 상황은 시작된 것이다. 이제 김단은 나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떨어져 지내게 될것이고 지금까지 일어난 일보다 훨씬 심각한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도 점점 커질 것이다. 하지만 김단은 점점 더 자기에게 일어난 일들을 얘기해주지 않게 될 것이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점점 작아질 것이다. 결국 김단은 자기 자신을 지키고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김단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강한 여자로 키워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만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울면 안된다. 남자 앞에서 우는 여자가 남자를 이겨낼 방법은 없다. 어떤 경우에도 울지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육체적인 힘도 중요하다. 태권도나 검도를 삼년쯤 배우면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맞지는 않을 것이다. 킥복싱도 좋은데.... 온갖 생각을 하며 담배 연기를 뿜던 나는 재미있는 상상에 접어들며 빙그레 웃었다. 15년쯔 ㅁ지나 (그보다 훨씬 빠를지도) 김단이 제 남자 친구와 처음으로 여행가는 날, 나에게 어떤 거짓말을 할까. 나는 과연 김단에게 속을 것인가. 아니면 속는체 할 것인다. 아마 김단은 나를 속일 수 있을 것이다 강한 여자는 남자를 속일 수 있다. (98년8월) %% Le ciel bleu sur nous peut s'effrondrer Et la terre peut bien s'ecroul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