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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llymUnv ] in KIDS
글 쓴 이(By): mandala (nitelife)
날 짜 (Date): 2000년 1월  3일 월요일 오후 01시 19분 07초
제 목(Title):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김규항 [개새끼들]



아웃사이더를 위하여에서 무단 베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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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하자 아버지가 분주해졌다. 하루는 아버지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거 OO 본부 행정병으로 가는건데 그런 데 가면 책도 볼 수 있고 
좋지 않으냐."
직업군인이던 아버지는 당신 아들 됨됨이와 당신이 삼십년 동안 체험한 군대가 
빚어낼 부조화에 대해 오래전부터 심각하게 걱정해온 터였다. 그런 아버지에게 
모병쪽에 있던 아버지 동기가 약간의 배려를 한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정을 
물리칠 수 없었고 그날 밤 종이를 채우기로 했다.
김-규-항-6-2-1-1-2-...워낙에 악필이라 글자 하나에 1분정도를 들여 '그려나가던' 
나는 이내 짜증에 휩싸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나 때문에 원래 그 부대 
운이 닿았던 한 년석이 전방에 가서 뺑이 칠 거라는 데 생각이 이르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종이를 찢어 휴지통에 던졌다. "아버지 저 그냥 갈게요. 꼭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아버지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떨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입대 당일 나는 가족들을 대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친구 녀석들에게 
입대날짜를 알리지 않은 건 물론이었다. 혼자 기차를 타고 논산에 내려 머리를 
깎고 훈련소에 들어섰다. 의연하고 의젓하게. 하여튼 같은 폼은 다 잡으며 
입대했건만 
내 선택을 후회하게되는 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67년생부터 거슬러 시작한 
나이파악은 65년생에서 제일 많았고 63년생땐 아무도 없었다. 파악을 다 마쳤다고 
생각한
조교는 내무반을 나갔다. 조교가 다시 돌아온 것은 5분이 채 못되어서였다. 
다짜고짜 짠밥통을 걷어찬 조교가 소리쳤다. 
"손 안든 새끼 나와" 더럭 겁이 난 나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너 이 새끼 왜 손 
안들었ㅎ�"
"62년생입니다" . 와 하고 폭소가 터졌다. 머쓱해진 조교는 나가버렸지만 그 
요란한 웃음소리는 내 머리통 속에 아득한 공명을 이르키며 후회와 절망감으로 
변해갔다. 
  그 광경을 본 건 상병때였다. 휴가 길에 나는 화곡동 국군 통합병원에 들렀다. 
중대 이병 하나가 트럭 바퀴에 머리통이 끼는 사고를 당해 입원해 있었다. 
귤봉지를 들고 정형외과 병동을 찾았을때 내가 찾은 녀석 건너편 침상에 유난히 
체구가 큰 사병하나가 눈을 감은채 울고 있었다. 침상옆에는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아들 손에 고개를 묻은 채 하염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사병의 몸엔 
담요가 덮여 있었지만 나는 이내 그의 다리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모자의 
끝모를 절망과 비통이 내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근대 가서 사람된다느니 사내다워진다느니 하는 얘기는 그저 농담이다. 사람이 
되는게 권위에 무작정 복종하는 일이고 사내다워지는게 힘없는 사람에게 일수록 
불량스러워지는게 아니라면 말이다. 군대도 군대 나름이겠지만 이 나라의 평범함 
아들들이 가는 군대란 언제나  고되고 삭막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며 
아차하면 병신되거나 죽는 곳이며 도무지 배울게 없는 곳이다. 돈을 먹여서 군대를 
빠지는 일이 끔찍한 죄인건 단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 하지 않거나 남 하는 
고생을 피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대신 군대에 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마님 아들 빠진 자리를 머슴 아들이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시민사회에서 말이다. 군대란 안 갈수록 이익인 곳임에 분명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대한민국의 신체건강한 청년이라면 그저 눈딱 감고 3년 석어줄 필요가 있다.
어쩔 것인가. 후진 나라에 태어난 것도 죄라면 죄 아닌가.
 제 자식 대신 남의 자식 군대 보내는 더러운 아버지들. 그리고 이제 스물 몇  
살의 나이에 그런 악취나는 거래에 제 몸을 내 맞긴 음탕한 아들들. 그들에게 성질 
나쁜 아들 군대보내고 3년을 잠 못 이룬 내 아버지의 한숨과 다리 잘린 아들 곁에
얼굴을 묻고 하염없이 울던 한 어머니의 눈물을 담아 꼭 들려줄 말이 있다. 
개새끼들 (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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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ciel bleu sur nous peut s'effrondrer
Et la terre peut bien s'ecrou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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