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allymUnv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bkk) <selab1.ce.hally> 날 짜 (Date): 1998년 10월 20일 화요일 오후 11시 37분 48초 제 목(Title): 끊긴 전화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 밤 어둠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 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였을까 나도 그러했었다 나도 이 세상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 곳에 저 혼자 삭아가도록 담아둔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 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 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 세상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다 평생 저 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다 지운 저리디저린 것들이 있을 것이다 두 눈을 감듯 떠오르는 얼굴을 내리닫고 침을 삼키듯 목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고 입술 밖을 몇번인가 서성이다 차마 하지 못하고 되가져간 깨알 같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 도종환 시인의 [부드러운 직선]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