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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llymUnv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시애랑) <r49h171.res.gat> 
날 짜 (Date): 1998년 10월 10일 토요일 오전 05시 03분 15초
제 목(Title): [애랑]유학일기-98.10.1



98.10.1 목

10월이다. 춘천은 지금쯤 파란 가을 하늘을 한창 자랑하고 있

을 때이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지내면서 어느 날 어느 아가씨 

때문에 술을 꼭지까지 마시고 새벽녘에 아파트 앞의 잔디밭에 

누워 실컷 운 적이 있는데, 그때 10월이 되면 춘천의 가을 하늘

이 참으로 보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생각이 너무 

슬퍼 또 울고는 했었다. 그 10월이 왔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춘천의 가을 하늘이 보고 싶을 것이라는 향수에 젖을 만큼 여유

롭지 못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숙제와 30% 이상 

이해하기 힘든 수업에서 오는 허탈감과 그 허탈감을 이기기 위한 

새로운 다짐 속의 새로운 다짐, 스트레스, 익숙하지 못한 남부의 

기후로 인해 장기화된 감기 등으로 하루하루가 초 단위로 지나

가고 있다.



오늘은 Visual Genealogy of New Media의 두 번째 수업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서로간의 토론으로 90% 이상 진행된 수업 방식은 내

자신은 물론 강의를 녹음한 카세트 테입까지도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렸다. 내가 얻은 약간의 수업 내용에 핵심이 들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쿠꼬는 완전히 수업에 질린 편에 해당했다. 거의 대부

분 알아들을 수 없는 이론 수업뿐만 아니라, 나로서는 그래도 어

느 정도 알아듣는 실무 수업(Web Design, Graphic Design)에서도 

컴맹인 그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전문 용어의 나열로 인해 수업

이 끝날 때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곤 했다. '나 내년에는 여

기 없을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스물네살 먹은 여자아이의 머리를

톡 때려 주면서도 저런 말을 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싶었다.

내일 이쿠꼬의 컴퓨터를 사러 같이 가주기로 했다.


후~ 어떻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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