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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U ] in KIDS
글 쓴 이(By): cgman (호머심슨)
날 짜 (Date): 1995년11월02일(목) 10시25분28초 KST
제 목(Title): 판치기


3학년때의 일이었다.
27공대건물에서 시험을 보기 위해 난 아침 일찍 8시쯤 강의실에 들어갔다.
9시서부터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쯤 가면 사람이 없을것이라는 기대를 하
며... 강의실 문을 여는 순간.. 후끈... 왠열기..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미 강의실을 빼곡히 매우고 있었다.
앞자리는 비워두고 뒷자리만 가득 채운채.. 무엇인가 열심히 쓰고 있는것 같
았는데 노트위에 쓰느 것이 아니라 책상위에 쓰는 것이었다. 어떤이는 라이타
를 켜고 연신 책상위를 지지고 있었다. 또 어떤이는 강의실 뒤쪽에서 의기양양
벌써 일을 끝냈다는 듯이 담배를 피고 있었다. 벽쪽에 붙은 사람은 책상만으로
는 모자란지 벽에 붙어서 뭔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아뭏든 대단한 열기다...

그러길 한참이 지나 9시 10분전이었다. 갑자기 대학원 선배가 오더니...
'시험 강의실이 208호에서 201호로 옮겨졌으니 그리고 가세요.'

그 순간 강의실은 당황과 놀라움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같은 학번의 복학생 형들은
'얌마... 못바꿔!' '강의실 번호판 바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누가 시작했다고 할것  없이 각자의 책상을  들고 생존(?)을 위해 게
르만족의 대이동을 하기 시작시작했다. 거의 50명가까운 인원이 책상을 들고
27건물 한쪽 끝에서 한쪽끝으로 옮겨가는 광경을 바라보며 다른 강의실에서 시험을
보기 위해 기다리던 공대 학우들이 웃음과 함께 마구 박수를 쳐대고 있었다.
그걸로 끝난게 아니었다. 갑자기 201호실은 책상이 두배로 많아졌고 이를 해결
하기 위해서 또 책상을 들고 횡단을 거듭해야 했다

시험감독 박사과정 선배가 왔다. 그리고 씩 미소를 짓더니 '이쪽줄 자리 바꿔..'
그러는 것이 아닌가... 아연실색.. 또 능글능글한 복학생 형들..
'형.. 왜그러슈... 다 아는 처지에..'
그래도 강경하게 나가자.. 모두들 한꺼번에 우르르 일어선다.. 그러더니 마구 왔
다갔다 우왕자왕 하더니.. 자기 자리에 도로 앉아 버린다.

이걸 박사과정 형이 모를리 없다.
'짜식들, 이쪽줄만 일어서 그리고 저쪽줄도 일어나 헷갈리게 하지 말로 고스란히
바꿔..' 박사과정 형의 엄포에 모두들 이젠 체념한것 같다.

그러나 의지의 한국인이라고 누가 했던가... 전공은 포기해도 학점은 포기할 수없
다... 2차 3차의 예방책...역시 한대엔 어느정도 머리가 있어야 들어올 수 있다
니까... 자리를 바꿀 것에 대비해 이미 공모를 한 조의 경우 벌써 어디에 어느내
용이 있다는게 다 미리 이야기가 되어있다. 어떤 경우엔 이미 감독관이 누가 들어
올것이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서 미리 자리를 바꿔 앉는 경우도 있고, 그것이 리
스크가 있다고 생각되어 책상 두개를 확보해서 7시부터와서 썼다는 형도 있다.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서 하는 이야기들
'뭐니 뭐니 해도 판치기가 최고라니까... 근데 야, 가정대에선 그거 못하겠더라..
책상위가 너무 깨끗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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