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YU ] in KIDS 글 쓴 이(By): dkkang (질투는내힘) 날 짜 (Date): 2001년 4월 26일 목요일 오전 07시 36분 13초 제 목(Title): 늙은이들의 인간에 대한 평가는 20살 때로 늙은이들의 인간에 대한 평가는 20살 때로 고정되어 있다. 작년 초에 아내를 데리고 작은 아버님을 인사드리러 갔을 때, 작은 아버님이 초면에 대뜸 아내의 학벌을 물어봤다. 아내가 모대 약대를 나온 걸 알자, 작은 아버님은 대뜸 그런다. "너에게는 과분하구나" 나는 그냥 웃고 말았지만, 좀 한심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을 다닐 때도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명문 여대라는 학교 애들하고 미팅을 했었고, 사회에 나와서 선을 볼 때도 명문대나 E대 출신들에게서 주선이 들어오거나 선을 봤었다. 하지만 중학교를 졸업한 학벌이 전부인 작은 아버지는, 내가 들어간 대학을 가지고 아직까지도 나란 인간을 평가하고 있었다. 여느 여자하고 선보거나 미팅하거나 결혼하느냐가 평가할만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도 중앙일보 대학평가나 대교협같이 눈꼽만큼이라도 신뢰할만한 종합적인 평가도 아니고 단지 입학점수만이다. 하긴, 입학 점수도 중요하긴 하다. K대 법대를 나온 자기 아들이 전부인 분이다. 지방 삼류대를 겨우 나온 다른 두 자식들은 물론 크게 생각치 않으시는 분이다. 이제 나이도 많으신데 살 날이 얼마 안남은 분의 머리 속이 여전히 틀린 의식들로 가득차 있다. 안타깝다. 근데 그런 사람들이 많다. 60이 넘은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다. 내가 앞으로 뭘 하건 그 분들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살다가 죽기 직전까지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뜰 것이다. 그 분들 견해가 어떻든 나로선 별로 아쉬운 건 없는 데, 때로는 그 한심함이 좀 안타깝다. 학벌이니 실력이니를 가지고 사람을 재단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배금주의 가치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라리 나를 소개할 때, 정량적인 숫자를 열거하기보다는 "내성적이고 시를 좋아한다"는 따위의 정성적인 부분이 더 가치있으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대학 이름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나 20대 이전에 어느 정도 공부를 했었나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거기에 한가지 잘못이 더 추가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사람의 현재 실력과 다른 실력들을 무시한 비합리적인 편견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라리 서열주의나 실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기 힘들거든 냉정한 실력에 따른 평가에 맞춰 서열주의자가 되었으면 한다. 자식에게 너무 많은 기대는 할지언정, 비뚤어진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울대라는 이름 때문에 농업을 싫어하는 자식을 농대에 보내는 짓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자식에게 너무 많은 비뚤어진 기대를 하기 보다는, 기대가 크더라도 올바른 기대를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하기 보다 인격체로 대우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자식을 통해서 또는 대학 동문을 통해서 자신의 자아를 이루려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게 제일 좋을 것이다. 자식에게 자꾸 서울대를 가라고 하지 말고, 자기가 지금이라도 공부해서 서울대에 가라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