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YU ] in KIDS 글 쓴 이(By): dkkang (전영소년) 날 짜 (Date): 2000년 11월 28일 화요일 오후 04시 13분 15초 제 목(Title):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두 편의 만화... 한 때의 일이 되었지만, 흔히 컬트라 불리우는 장르 아닌 장르가 있었다. 사실 전혀 장르일수도 카테고리일수도 없는 것인데,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좀 아는 척하는 사람들이 때로는 비정상적으로 좋다고 평가하는 흥행은 망한 작품들을 가리키는 용어였었던 거 같다. 소수의 매니아들이 좋아한다고 했는 데, 웃기는 건 주변을 둘러보면 영화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은 다들 좋아하고 있었다. 아무튼간에... 더 웃기는 건 뉴욕 현대 예술 박물관에서 샀던 소개 책자에서 한국의 평론가들이 90년 초에 여러 잡지에 힘주어 소개하던 영화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을 보았을 때다. 영화학으로 유명한 뉴욕대가 주변에 있었다고 해도, 겨우 박물관 책자 에서 발견한 수준의 영화 이론들이었다니.. 그것이 과연 영화학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전공자가 아닌 나에게는 평론가들이 굉장한 사람들 같았고, 그들이 결국 빌려온 지식을 잡지에 기고하고 자무쉬, 파스빈더, 린치, 하틀리 등등을 열거하고, 최소한 여러 개를 짜깁기하거나 자기 생각도 조금은 섞었겠지만, 돈을 받았을 사람이라는 사실이 왠지 나와 다를바 없는 기지촌 지식인일 거 같아 우스웠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 대학원, 회사 5년 동안, 만화를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본 것 같다. 여러 만화들을 보았고, 어느 때부터인가 고행석에서 이현세로, 허영만으로 한국 순정만화로 그리고 나중에는 일본 만화만을 보고 있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봐서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산만하기만 하지만, 초창기에 해적판으로 보아왔건 만화 중 지금 와서 그게 과연 일본 제목이 무엇이었을까 하고 고민하는 만화도 몇 개 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두 편의 만화는 전혀 걸작이나 소위 컬트조차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쓰레기같은 만화가 기억에 남는 것이다. 나도 잘 모르겠다.. 왜일까? 나는 미형 캐릭터, 잘 그린 만화를 선호하는 편인데, 스토리가 좋거나 그림이 나름대로 정감이 가면 그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오렌지 로드 1,2,3으로 나왔던 키마구레 오렌지 로드, 러프, 미유키를 보고, 어떤 친구는 나더러 오렌지 로드 2와 3는 그림 정말 못그렸다 라고 말한 적도 있다. 500원짜리 작은 만화로 해적 복사된 그림만 보고 미쓰루 아다치의 그림체를 이해 못하고 그런 허튼 소리를 한 것이다. 500원 짜리 해적판을 지금도 가지고 있지만 그 해적판의 그림만 보면 확실히 오렌지 로드가 더 나아 보이지만, 나는 신기하게도 아다치를 몰랐던 그 때에도 러프와 미유키를 더 좋은 작품이라고 구분하고 있었다. 좋은 그림만 더 선호한다면 이은혜의 그림은 굉장한 수준이지만, 나는 그의 만화를 굉장히 싫어하고 지루해 한다. 그렇다. 좋은 작품은 뭔가가 있다. 그런데 지금 머리에 떠오르는 이 두 편의 만화는 아름다운 그림체도 아니다. 좋은 스토리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쓰레기다. 첫번째 만화는 "다윗의 별"이라는 만화다. 주인공은 아마도 외교관 신분으로 갖은 악행을 다 저지른다. 이 만화는 내가 처음으로 본 악당이 주인공인 만화였다. 이 악당은 요즘 인기있는 안티히어로도 아니다. 그저 악당...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것은 파편화된 기억들... 그 중 하나는... 어느 더운 여름날 주인공이 아무 이유 없이 어느 신혼 부부를 보고 따라간다. 신부가 화장실에 들어가고 신랑은 밖에서 기다린다. 주인공은 여자 화장실로 몰래 들어가 신부를 강간해 버린다. 그리고는 돌아 나와서 더운 여름날 화장실 밖에서 땀을 흘리면서 신부를 기다리는 신랑을 지나쳐 가버린다. 다윗의 별... 만화에서는 나찌가 유태인임을 나타내기 위해 머리에 불로 찍은 낙인으로 설명되어 있다. 사실 다윗의 별은 이미 유태인을 의미하는 거다... 대학 2학년인가를 다닐 때의 나로서는 이 만화는 큰 충격이었다. 왜 그는 악할까? 왜 주인공인데 악할까... 아무 감정없이 여자를 강간하고 다른 악당들하고 반목한다. 선한 사람은 마치 약하기 그지 없는 양같고, 주인공은 강한 늑대같다. 늑대같은 주인공은 다른 늑대 악당들도 무참히 배신하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러면서 더 큰 악과 대결한다. 단지 악일뿐... 주인공은 일상을 지키고 법대로 사는 선한 사람들의 눈을 썩은 동태눈으로 본다. 그는 다른 악당은 눈의 살기로 알아챈다. 그에게 다른 악당들의 눈은 살아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기억나는 장면은 주인공이 역시 악랄한 친척의 사주로 정신병원에 갇혔는 데, 한 쪽에서 어느 정신병자가 연필칼로 자신의 손가락을 연필인양 깍는 모습... 지금 유행하는 말로 진짜 엽기이다. 아마 지금이라도 이런 만화가 나온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건 쓰레기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이 만화를 기억하는 이유는 역시 최초로 나에게 악당이 주인공인 스토리 를 보여준 날벼락같은 만화라서일 것이다. 아니 지금도 이런 만화, 소설 아니 영화는 드물다. 음모설로 아직도 수수께끼에 쌓인 유태인에 관련된 다윗의 별을 제목으로 한 것도 왠지 의미가 있는 듯하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씨를 말리려는 듯한 유태인들... 누가 어나니에 쓴 글을 보았다. 중년 유태인들은 대부분이 살인자라는... 물론 설마 그럴까 싶다. 사실이더라도 이스라엘 내의 유태인들을 말하는 거 겠지만... 또 한편의 만화는 같은 스토리에 적어도 두 개의 서로 다른 그림체로 그려진 "인간흉기"일 것이다. 인간 흉기 또한 악당의 이야기다. 인간 흉기는 그 이야기 자체가 너무 저질이라 많은 부분이 잘린 듯하다. 이 또한 쓰레기다.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인간흉기를 좋게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건 쓰레기.. 라고 말한다.. 근데 그게 맞다. 인간흉기는 기본적으로 안티히어로에 대한 것이긴 하다. 주인공은 악당이지만, 다윗의 별에 비하면 꽤 선하고 어설픈 악당이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아들을 구하다가 죽는다.. 악당들의 논리로 볼 때는 한심한 것일 것이다. 게다가 한심한 주인공은 여자에게는 엄청 강하고 혹독하다. 마음에 드는 여자는 강간하고 관장시켜 버린후 자기 흉기 맞을 보여줘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 이 만화에는 사나이답고 올곧은 남자들도 나오는 데, 주인공은 그들에게 한없이 비굴하고 비겁하다. 주인공의 사부인 최영의가 말한 것처럼 너무 인간적이고 삶의 끝없는 욕망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 http://home.eyepop.co.kr/culumn/drhan/drhan_05.html http://myhome.netsgo.com/firecaw/chegarade.htm 주인공은 최영의에게 꼼짝 못한다. 언제나 그의 작전에 말려들고 그의 손에서 놀아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인간흉기를 기억하는 이유는 두 개의 명대사 때문이다. 내 수첩에 적고 다니기도 했던 대사는 이제는 다 지워버렸다. 하나는 "인간흉기" 1권 처음 장에 나온다. 다른 하나는 주인공이 하와이에서 자신의 아내인 조나연과 아기를 버리고 가기 전에 비행기에서 상념에 잠겼을 때 나온다. 그 대사들은 이제 다 잊었지만, 평범한 사회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세상을 유린하며 마음대로 살고 싶어하는 늑대의 내면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 흐흐... 프로이드나 융은 잘 모르지만, 우리는 사회 규범을 떠나 마음대로 하고픈 욕구가 있고, 그 마음대로 해나가서 세상에서 제일이 되고픈 야망이 있다. 인간흉기는 그러한 욕구만을 향해 달려갔던 한 남자의 얘기이다. 비록 그 내용은 쓰레기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