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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U ] in KIDS
글 쓴 이(By): moon1002 (  PRZ  )
날 짜 (Date): 1999년 4월  8일 목요일 오후 09시 12분 58초
제 목(Title): best teacher?



저번주에 랩에서 있었던 일.
랩은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을 일컫는다.
저녁을 먹고서 내 자리로 오니 5년차형과 교수님께서 내 자리에서 서서
웅성웅성 하고 계셨다.
 
'내가 뭘 잘못했나...'
 
긴장을 바싹하면서 보니 뭔가 이미지를 다루고 계신 듯...
능청맞게,
 
'스캔하세요?'
 
속으로는 제일 뜨끔한게...
여자친구의 스티커 독사진을 월페이퍼로 큼직하게 해놓은 것.
시디 수십장 책꽃이 꽃아놓은 것이야 교수님께서 터치하실 분이 아니고,
                                                                               
그외 여러가지 종이와 책들과 메모 붙여놓은 것들이야
어설프게나마 연구 열심히 하는 척 보일수도 있는 거고...
 
나중에 교수님 올라가시고 5년차 형한테 물어보니까,
당근 내 월페이퍼를 보셨다고 한다.
솔직히 되게 쑥스러웠고, 한편으로는 기분좋았다.
왜냐...팔불출이니까..
 
근데 이게 뭔가...
내 컴에 작업하시던 거 보니까, ACDsee가 떠있고, Corel이 떠있고,
사진을 보니 교수님 사모님의 젊은 시절 독사진과 독일에서 사모님과 딸 셋
이서 찍은 사진 이렇게 두 장이 떠 있는 것이었다.
사진 두 장을 이미지 처리를 한 흔적이었다.
 
5년차 형한테 물어보니까,
교수님이 사모님 사진과 가족 사진을 월페이퍼로 만들어 넣고 싶으셔서
도와드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 전에 내가 '스캔하세요?'하고 물었을때,
교수님의 무대답속에  나를 보시던 표정이 '쑥쓰+멋적' 이었는데..                 

크크...비겼다.
 
사모님 지금은 약간 통통하신데,
젊을실 때는 정말 미인이셨다. 온화하고 순한 꽃같았다.
눈썹은 말릴린 먼로가 연상되었다.
 
예전에 교수님께서 '내일 아침 중요한 약속때문에...'하시면서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리고는 그 담날 아침에 보니 셋째 따님인 10살짜리 해나와 함께
아침 조깅을 하는 것이었다.
 
가정에 충실하고자 힘쓰시는 모습이 교수님을 존경하게 만드는 하나의
비중있는 원인이다. 울 랩 프로젝트의 위탁담당이신 모 기관 박사님이
울 교수님을 나보다도 이전부터 아신 셈인데, 이런 표현을 쓰셨다.
원자력계에서 유일한 '학자'.
학교에 있는 교수로서 '정도'를 가장 소중히 여기시는 모습이 아름답다.
 
결국 지도교수님 자랑으로 되었는 지는 모르겠으나,
인생에 있어서 모든 면에서 훌륭한 스승이신 분을 만났다는 것은
나에게도 크나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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