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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FSan ] in KIDS
글 쓴 이(By): riceworm (& 쌀벌레 &)
날 짜 (Date): 2000년 5월 15일 월요일 오후 07시 15분 08초
제 목(Title): 후리지아



점심시간이 가까울 무렵 옆자리 동료 하나가 
"햄버거 세트할 때 그 세트를 어떻게 쓰지? ㅅ받침인가?"
뭐 이렇게 뜬금없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갑자기 햄버거 세트 먹고 싶어~~~
그러면서 저 멀리 신용산역 국제빌딩 지하까지 행차하였다.

이곳 용산에는 그 흔한 버거킹 하나 없으므로 햄버거 먹으려면 숙대입구나 
국제빌딩에 가야만 한다.
거리상으로 일단 너무 멀어 점심시간이 촉박하니깐 갈 땐 택시를 타기로 했었다. 
가위 바위 보로 택시비 내기도 하고...
그 여세를 몰아 햄버거도 가위 바위 보로 몰아주기를 하였건만...  흑흑...  그 
잘난 가위바위보 때문에 6000원이나 하는 햄버거를 먹게 되었다.

그런데 그 버거킹 가는 길에,
택시안에 들어서니 진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른다.
택시 안 기어가 있는 중앙에  노오란 후리지아랑 앙증맞게 쬐끄만 빨강 장미랑 
싱싱하고 통통해 뵈는 안개꽃이 
너무나도 참하게 놓여있었다.

운전사 아저씨가  말하기를 운전사가 이렇게 칙칙하게 생긴데다 담배도 피우다보니 
손님에게 안좋은 인상 줄까봐 최소한의 노력이란다.
이틀에 한번씩 꼬박꼬박 제철에 맞는 꽃들로 갈아준다고...
각 계절별로 어울리는 꽃 이름들을 줄줄이 외워댄다.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할 수 있겠나.
정말이지 2000원밖에 안하는 꽃 한다발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지 
아는 사람이다.

3년 전인가에 누군가 택시에 후리지아 한다발을 놓고 내렸는데, 그 향기가 그렇게 
좋았더란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빠짐없이 자기 차를 꽃향기로 채워내고 있다고 
한다.

멋진 아저씨야. 
자기를 가꿀줄 아는 아저씨다.

돌아오는 길에 나도 후리지아 한다발 사서 꽂아놓아야지.. 했는데
아이스크림까지 사먹느라 개털이 되어서 결국은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쩝....




* 예전에 글 올리려고 메모장에 적어두었었는데, 이걸 내가 올렸는지 아닌지 통 
기억이 안난다. 하는수없이 4월말의 단상을 지금에야 옮겨본다.


 
      v v
    ..@"@..            나비가 되고픈 푸른 애벌레의 꿈이여
     ((~))
      (  )                        하늘에 닿고픈 미물의 욕심이여......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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