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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FSan ] in KIDS
글 쓴 이(By): riceworm (& 쌀벌레 &)
날 짜 (Date): 2000년 1월 17일 월요일 오후 11시 10분 17초
제 목(Title): 단조로운 일상에 색깔 칠하기





쉬리 영화가 뜨고, 손톱보다도 더 작은 관상용 물고기들이 유행하던 때에....
그러니까 지난 봄쯤 되었을까?

한낮에 은행에 들러 오는 길에 뭔 바람인지  
제브라라고 불리는 까만 얼룩부늬 씩씩한 두 마리와
백운산이라는 예쁜 학명을 가진 빨강, 노랑 줄이 각각 들어간 아리따운 두 마리를 
사가지고 왔다.


원래는 제품브로셔를 넣어두던 투명 아크릴 박스에 형광빛이 나는 산소 구슬을 
깔고 정성껏 수돗물을 받아놓았다가 그네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었다.
삭막한 사무실이 조금은 아기자기해 졌다.
작은 몸짓이지만 쉴새없이 움직이는 생명이 있다. 눈만 들면 바로 캐비넷 
위에...   Monthly plan이 나열되어 있는 White Board를 뒷 배경으로 하고...

이틀이 지나자 종류가 같은 녀석들을 서로 구분해 낼 줄 알게 되고 
물고기 네 마리를 텔레토비라고 이름지어 젤로 뚱뚱한 놈 보라돌이, 어벙벙한 놈은 
뚜비, 노랑색 줄무늬는 나나, 빨간색 줄무늬는 뽀~
밥주는 날짜 캘린더 만들어 밥 챙겨먹이고 제때제때 물 갈아주고...

그렇게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어벙벙이 뚜비가 이상해졌다.
마치 공장폐수에 오염된 기형 물고기 처럼 옆으로 기울어서 놀거나 아예 
배영하듯이 배를 위로 향하고 돌아 다닌다.

"어? 얘 왜이러는거지???  어디 아픈가???  누가 물에다 약탔어? "

암만 봐도 다른 놈들은 멀쩡한데 유독 걔만 그러는게 이상하기 그지없다.





급기야는 지난주 금요일, 비실비실하던 뚜비는 미동도 하지않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 숨은 붙어 있는 것 같아서 별실에 요양시켜야지 하고 컵에 물을 담아 
넣어두었는데 차도가 없다.

다른 놈들도 아플까봐 물을 갈아주려고 새로 받아왔는데, 건강하던 한 마리를 건져 
새 물에다 넣는 순간...  나나도 갑자기 몸이 굳어져 버린다.

아고고... 내가 괜히 잘못해서 쟤를 죽게 했구나.

꼼짝않는 나나를 보고있자니 갑자기 마구마구 눈물이 났다.

내가 너무 경솔했어.  나때문에 죽어버렸네....   

회사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코가 얼큰해져 있는데


혹시나 싶어 다시 원래 더러웠던 물로 넣으니 조금있다가 나나가 움직인다.

아마도 물의 온도가 너무 차서 그랬나보다.

준비운동 안하고 찬물에 들어가서 나나가 심장마비 왔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지금은 세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내일은 산소 구슬도 예쁜 색으로 좀 더 사고, 물고기도  몇 마리 더 사 넣어야겠다.

든 자리는 표가 안나도 난 자리는 금방 표가 난다고  넓지도 않던 어항이 왜이리 
허전한지 모르겠다.




* 내 피씨의 스크린세이버를 빨간 금붕어 키우기로 설정해 두었다.
다마고찌처럼 밥도 주고 놀아주기도 해줘야한다.  물고기가 쉴 집이랑 수초를 
넣어주려면 점수가 몇 점 이상  되어야한다는데 어떻게해야 점수가 올라가는지 
몰라서 그냥 밥만 열심히 주고 있다.


 
      v v
    ..@"@..            나비가 되고픈 푸른 애벌레의 꿈이여
     ((~))
      (  )                        하늘에 닿고픈 미물의 욕심이여......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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