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odPlaces ] in KIDS 글 쓴 이(By): juyoon (윤 정운) 날 짜 (Date): 1993년11월09일(화) 11시26분14초 KST 제 목(Title): 봉천동 고개길, 그리고... 은행나무 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련해 오는 곳이 바로 서울대 입구역에서 서울대로 넘어가는 봉천동 고갯길이다. 아직 어린 학교 안의 은행들과는 달리 제법 우거져 늦가을이면 산들바람에도 우수수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은행잎들이 대학 신입생의 가슴을 까닭없이 싸아하게 만들었었다. 봄이 오는 길을 환하게 밝히던 그 길의 노란 개나리는 중간고사 때문에 언제나 침만 삼키며 바라봤어야 했지만, 그리고 언제나 시험 마지막날의 봄비로 모두 떨어져 안타까움만 더해 주었지만, 가을 중간고사가 끝나면 적당히 한 잔 걸치고 아침이슬이나 타임에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다정한 벗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그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걸어 신림동 하숙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언제나 가을이면, 언제나 노란 은행잎을 보면 그 길을 함께 걷던 사람들, 나누었던 이야기들, 차도 지나다니지 않는 늦은 밤시간, 도로변에 앉아 나지막히 부르던 노래들, 그 길에서 행복했던 기억들, 쓰라렸던 기억들...... 많고 많은 추억이 담긴 내 모교, 서울대... 오늘은 그 중 하나를 또 특별히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