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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 ] in KIDS
글 쓴 이(By): KumDong (난천커한마)
날 짜 (Date): 2003년 10월 16일 목요일 오전 04시 20분 00초
제 목(Title): 콘돔만들던 노인


이거 참.... 여러모로 패러디가 되는군요.
이번엔 콘돔이 나왔습니다. -_-





콘돔 만들던 노인 


벌써 40여 년 전이다. 내가 갓 총각 딱지를 뗀지 얼마 안 되었던 그 해 
가을이었다. 

총각 딱지를 떼 준 나의 고마운 여자친구를 만나러 약속 장소인 XX모텔로 
향하고 있었다. 

약속 장소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두평 남짓한 구멍가게에서 콘돔을 만들어 

파는 노인이 있었다. 

'세상에 콘돔을 만들어 팔다니... 참 햏력이 높은 노인이로군' 

어차피 모텔에 가서 쓸 터이니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콘돔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뇌틱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새지나 않게 해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꿰메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꿰메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안 샐 것 같은데, 자꾸만 
더 꿰메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여자친구가 왜 빨리 안 오냐며 안달이 나 있었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꿰메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꿰멜 만큼 꿰메야 새지를 않지, 재촉할수록 더 많은 정자가 빠져나갈 뿐이야."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꿰멘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빨리 가봐야 한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콘돔 하나 안 사들고 그냥 갈 수도 
없고, 

어차피 콘돔없인 할 수 없으니까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꿰메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구멍이 커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꿰메다 새면 쓰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꿰던 것을 팬티 안에 넣고 태연스럽게 

직접 끼워 보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콘돔을 들고 이리저리 끼고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콘돔이다. 핸드폰으로 여자 친구에게 온갖 
쿠사리를 

다 받은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불켜진 모텔 방들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햏자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모텔에 가서 콘돔을 내놨더니 여자친구는 감촉이 짱이라고 야단이다. 
편의점에서 산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편의점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여자친구의 

설명을 들어 보니, 표면에 너무 돌기가 많으면 이리저리 찔려서 아프고 

부드럽지 않으면 거칠어져서 오르가즘을 느끼기가 힘들며, 

두께가 너무 얇으면 사정할 때 새기가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생전에 처음 보았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엣날부터 내려오는 옥링은 혹 구슬이 떨어지면 쪽을 대고 물수건으로 겉을 씻고 

밥풀로 붙여도 다시 잘 붙어서 좀체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요새 옥링은 
구슬이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믹스앤픽스를 써도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옥링에 자석 구슬을 붙일 때, 질 좋은 쌀알갱이를 잘 쪄서 

흠뻑 뭉갠 뒤에 침을 발라 붙인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 하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을 옥구슬 붙인다고 한다. 물론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믹스앤픽스를 

써서 직접 붙인다. 금방 붙는다. 그러나 견고하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요새 남이 보지도 않는 것을 며칠씩 걸려 가며 밥풀 붙일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콘돔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콘돔을 사면 보통 것은 얼마, 

일반형은 얼마, 값으로 구별했고, 고급 딸기향 돌기형은 세 배 이상 비쌌다. 

고급 딸기향 돌기형이란 질겨서 길게 늘여도 끊어지지 않고 딸기향에 돌기가 
군데군데 

돋아나 있는 것이다. 눈으로 보아서는 10cm가 늘어나는지 1m가 늘어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말을 믿고 사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남이 

1m나 안 늘어나냐고 따지지도 않는데 질기게 할 필요도 없고, 

또 그것을 믿고 세 배씩 값을 줄 사람도 없다. 옛날 사람들은 질긴 건 짱이요, 

향기와 돌기또한 원츄요 라고 말했지만, 콘돔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아름다운 

콘돔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콘돔을 만들어 냈다. 

이 콘돔 또한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젊은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질기고 훌륭한 콘돔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청량리 B다방 마담이라도 소개시켜주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날 다시 모텔가는 길에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모텔의 방들을 바라보았다. 

신음소리가 터져나올 듯한 창문틈 사이로 야시꼬리한 벌건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노인이 저 창문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콘돔을 만들다가 우연히 맞은편 창문 사이에 왕십리 왕마담을 훔쳐보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코 컨츄리꼬꼬의 '콩까'를 외고 
있었다. 

오늘 모텔에 들어갔더니 고딩 둘이 옆방에서 빠구리를 뜨고 있었다. 

전에 일반형 콘돔으로 억지로 끼워서 가까스로 피임을 했던 생각이 난다. 

콘돔 만들다 잠시 짬을 내 부르던 노인의 콩까 노래를 잊을수가 없다. 

요새는 콩까 노래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딸기향이니 돌기형이니 터미널 화장실에 가면 배치되어 있던 

콘돔 자판기도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문득 40년 전 콘돔 만들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출처: rzp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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