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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 ] in KIDS
글 쓴 이(By): nacht (Workcraft3)
날 짜 (Date): 2003년 10월  7일 화요일 오후 03시 45분 51초
제 목(Title): [펌] 광장 패러디


학생, 앉아."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학생은 어느 쪽으로 진학하겠나"

"의대."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선생이,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
한다.

"학생, 의사도, 마찬가지 힘들고 고달픈 직업이야. 환자와 병균이 우글대는 
병원에 가
서 어쩌자는 거야?"

"의대."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이야.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지?"

"의대."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선생이 나앉는다.

"학생, 지금 정부에서는, 이공계를 살리기 위한 여러 대책들을 냈어. 학생은 
사회적으
로 인정을 받고 보람을 느낄 직업를 가지게 될 것이며, 국가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
이야. 우리나라는 학생을 기다리고 있어. 고향의 초목도 학생의 이공계 선택을 
반길
것이야."

"의대."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선생이, 다시 입을 연다.

"학생의 심정도 잘 알겠어.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의사들의 고소득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어. 그런 염려는 하지 마. 이공계는 학생의 
하찮
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학생의 조국과 나라에 대한 공헌을 더 높이 평가해.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해. 학생은……"

"의대."

교감이,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선생은, 증오에 찬 눈초리로 명준을 
노려
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학생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선생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옆의 
상담실에
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네 모의고사 점수는 어떻게 되나?"

"……"

"음, 상위 1% 정도로군."

선생은,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의대라지만 막연한 얘기야. 제 적성에 맞는 것보다 좋은 데가 어디 있겠나. 
의대에
간 선배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적성에 맞는 걸 하는게 
소중하
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 학생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알아. 공대, 
자연대 나
와봤자 먹고 살기 힘들고 또한 일이 매우 고달프다는걸 누가 부인하나? 그러나 
공대는
너의 적성에 맞어.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기가 원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것이 
소중한 것
이지. 학생은 과학고 생활을 통해서 그걸 느꼈을거야. 인간은……"

"의대."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냐. 다만 내 제자, 우리 학교의 한 학생이, 적성과 
소질에
는 상관없이 의대에 가겠다고 나서서, 스승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나. 우리는 이곳에 조국의 부탁을 받고 온 것이야.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이공계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의대."

"학생은 IMO에서 금메달까지 받은 영재야. 조국은 지금 학생을 요구하고 있어. 
학생은
이공계 위기에 처한 조국을 버리고 떠나 버리려는가?"

"의대."

"우수한 학생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이지.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나?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 학생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공고생 백을 잃은 
것보다 더
큰 국가의 손실이야. 학생은 매우 똑똑해. 한국의 과학기술계는 학생같은 
영재들을 매
우 많이 필요로해. 나는 학생보다 인생을 더 살아봤다는 의미에서, 인생의 
선배로서
충고하고 싶어. 이공계의 품으로 가서, 한국의 과학기술산업을 이끄는 일꾼이 
되어주
길 바라네. 적성에 맞지않는 의대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학생 
개인으로서도 행복
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네. 나는 학생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
었어. 뭐 어떻게 생각지 말아. 나는 조카처럼 여겨졌다는 말이야. 만일 공대로 
진학하
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어. 어때?"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교무실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
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의대."

선생은,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담임을 
돌아볼 것
이다. 담임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선생의 상담기록부의 지망학과란에 ‘의예과’를 적고 
천막을 나서
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
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
다. 


       - Magier von Nacht, 밤의 마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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