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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 ] in KIDS
글 쓴 이(By): dkkang (압셍트)
날 짜 (Date): 2003년 1월 17일 금요일 오후 01시 47분 25초
제 목(Title): [펌] 필기하는 교수


[펌] 필기하는 교수

벌써 4년 전이다. 내가 갓 입학한 새내기가 된지 얼마 안 돼서

종합관에 올라가 수업 할때다. 외솔관에서 왔다가는 길에, 교양 수업을

들으러 일단 3층으로 가봐야 했다. 후문 옆에 316호에 들어가니, 앉

아서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가 있었다.


수업을 제껴도 A학점을 달라고 부탁을 했다.

웬지 부탁을 들어줄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학생 학번이 어떻게 돼는데?`

`그럼 학점 주시는 겁니까?`

`학점을 되려 깍을려 그러오`

`정말 안주실 겁니까? 따른 강사들은 다 그렇게 해준다던데...` 했더니,

`겨우 학점 가지고 나에게 개기려 하겠소? 싫거던 수강철회 하시우`

대단히 싸가지 업ㅂ은 교수였다.

학점을 더 흥정하지도 못하고 수업이나 잘 가르쳐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칠판에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쓰는 것 같더니, 예정시간 오바하며 이리 쓰고 저리

설명하고 버벅거리더니, 마냥 늑장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파워포인트만 뿌려도 다 될건데,

난해한 설명만 해대고 있었다.

다리가 저려오니 그만 수업하자고 해도 통 못들은 척 대꾸가 업ㅂ다.

사실 아르바이트할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었다. 

좋은 학점 안받아도 되고 이해 안가도 되니 그만 종료해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중요한 부분 다 이해해야 진도가 나가는거지, 시간만 때운다고 진도가 나가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이해 다 했다는데 무얼 더 설명한단 말이오? 교수님, 구세대로구먼, 요즘 누가 
필기
합디까.`

교수는 퉁명스럽게, 

`딴 분반으로 수강변경 하시우. 난 계속 수업하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필기한것 때문에 수강변경 할 수도 없고,

과외도 이미 늦은 것 같고 해서, 될대로 되라고 과외미룬다는

메시질 날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가르쳐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이해하기가 어려워 진다니깐, 이론이란 

제대로 이해해야지, 이해하다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칠판에 필기하다 숫제 분필을 내려놓고

태연스럽게 핸드폰 메세지를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메세지를 확인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칠판을 이리저리 보더니 수업 끝났다고 질문하란다.

이해하기는 아까부터 다 이해했던 이론들이다.

과외를 내일로 미루고 데이트는 더더욱 미뤄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수업을 해 가지고 수업이 될 턱이 업ㅂ다.

학생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점수도 되게 짜다는 소문이 있다. 이바닥 생리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교수다`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교수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맞은편 교실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그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학자다워 보이고,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교수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과방에 와서 노트를 내놨더니, 딴분반애들이 요점을 잘 파악했다고 야단이다.

필기 싸이트와 족보싸이트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느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선배의 설명을 들어보니

족보 싸이트등은 비록 내용은 확실이 들어 있으나 알수 없는 부연설명과 시험에

전혀 안나올 내용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 벼락치기에 부적절 하단다. 요렇게 요

점 정리가 잘된 필기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교수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옜날에 수업을 가르치던 강사들은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어 수업

을하고 이론을 가르치기 때문에 경험치가 쌓여 나이가 들을수록

목소리는 가라앉지만 학생을 이해시키는데 있어 탁월하다 한다.

그러나 요즘 강사들은 무얼 가르치는지 도무지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끊임없이 필기를 해가면서도 질문을 받고 잘못된 점을

잡아나가며 수업에 대한 노하우를 획득하여 그것을 짜임새 있게

정리해본 후에야 비로소 강의한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프로젝터를 통한 파워포인터

로 별 공들일바 업ㅂ이 강의한다.

금방 진도가 나간다. 그러나 내용이 없다. 그렇지만, 요새 몇시간

씩 걸려가며 필기하는 강사는 있을 것 같지 않다. 학점을 받는것도

그렇다. 옜날에는 수업을 들으면, C학점은 어느정도, B학점은 어느

정도.. 수업중에 들인 공으로 구별했고, A학점 받기는 세배 이상

어려웠다. 

중간과 기말고사 성적만으론 어느 학점인지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태도를 믿고 학점을 주는것이다. 자세라는거다. 지금은 그런 말조

차 없다. 어느 공부안하는 놈이 남의 것을 컨닝하여 A학점을 받는데

일단 기말고사가 잘 나온 이상, 아무리 태도가 나빠도 이이를 달 강

사도 없고, 또 태도 하나를 믿고 수많은 학부생을 상대로 점수를 매

길 이도 없다. 옛날 교수들은 수업은 수업이오, 학점은 학점이지만,

사람을 가르치는 그 순간만은 오직 학생을 이해시키는 그것에만 열

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내용

을 정리했다. 이 노트도 그런 심정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나는 

그 교수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수업을 하여 무슨 좋은 강의 평가를 받는담`

하던 말은 `그런 교수가 나 같은 학생에게 최악의 강의 평가를 받는 세

상에서, 어떻게 그나이 되도록 재임용에 성공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교수를 찾아가서 150원짜리 자판기 커피

에 학생회관 백반(제일싼거..)이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학기에 개학하는데로 그 교수를 찾았다.

그러나 안식년이 되어 그 교수는 그 강의실에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교수가 서있던 단상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건물을 바라다보았다. 푸른 창공밑에 무너질 듯한 교실 안에서 생과대 
학생

들이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었다.

아, 그때 그 교수가 저 학생들 얼굴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칠판에 필기하다가 우연히 저 교실을 쳐다보고 있을 교수님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집에 들어갔더니 여자친구가 파워포인트를 편집하여 OHP로 컨닝 페

이퍼를 만들고 있었다. 전에 그 교수가 써준 노트를 백만번 다시쓰며 외

웠던 생각이 난다. 누군가가 직접 필기해준 노트를 구경한지도 참 오래다.

요새 강의실에는 분필도 거의 비치되어 있지 않다. 매운맛을 참아가며 썼

던 칠판을 지우고 지우개를 나가서 털어오는 애수를 자아내던 그 모습도 사

라진지 이미 오래다. 

문득 4년 전 필기해주던 그 교수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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