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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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8월21일(일) 01시18분46초 KDT
제 목(Title): 이대생들과의 재수좋은(?) 졸업여행.II



아까 내가 졸업여행에서 좋은 감투를 맡았다고 했는데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인원관리의 편의를 위해 양쪽과를 5개인가 4개 조로 나누었는데,
그 중의 한 조 조장을 내가 맡게 된 것이었다. 얼핏 보면 맨날 인원 검사하고
수뇌부의 전달사항이나 알리는 재미없는 일 같지만 사실은 조 대항 장기자랑
같은 것의 프로그램을 짠다는 구실로 상대편의 조장을 (물론 이대생!) 불러
내서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황금 같은(!) 포지션이었다. :) 흐흐...
(사실 요것이 나로 하여금 작곡과와의 조인트를 딱지 놓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였다.)

자... 일단 상견례를 핑계로 과대표와 각 과 오락부장, 그리고 각 조 조장들이
졸업여행 2주일인가 전에 이대 앞의 어디에서 만남을 가졌다. 와~~~ 4학년쯤
되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하나 같이 미인들만 모아 놓았데?
당시에 막 유행하기 시작한 미니스커트들을 여럿이 차려 입고 나왔는데 솔직히
정신들이 하나도 없었다.하하...:>

당시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일은...우리과의 어느조와 식영과의 어느 조를
묶어서 한 팀을 만드느냐 하는 것이었다.(어차피 스케쥴 같은 것은 여행사에서
알아서 해 줄테니깐...) 우리는 처음에는 그냥 1조는 1조와 2조는 2조끼리
묶자고 했는데 이대생들이 자기네는 아직 번호를 안 붙이고 조만 짰다면서
갑자기 사다리를 하자고 나서는 것이었다. 오잉? 

그래서... 우리는 졸지에 미팅 비스무레하게 짝을 정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어버렸다. 한 쪽에는 남학생 조장들 이름을 적고 반대편에는 여학생 조장들
이름을 적어서 사다리를 하는 것이었다. 지금 보면 유치하게 보일 지 몰라도
당시의 우리는 심각했다. 이 사다리에 대학시절 졸업여행의 추억이 좌우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손에 땀을 쥐는 사다리 끝에 우리조의 파트너 조로 설정된 조의 조장님 성함은
... 김 말자 양!(절대로 실명 아님!) 나는 말자양이 누군가 물었더니만 사정이
있어서 조금 늦게 온단다. 우~~~ 씨~~~ 공연히 기분이 안좋았다. 하지만 우리
쪽에도 늦게 온 사람이 있어서 그 조 조장과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그다지
나브지는 않았다. 좀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식영과 조장중에 제일 이쁜
아가씨랑 이야기할 찬스였다. 그래서 남자 파트너가 없는 그 이쁜 여자 조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천지를 진동하는 듯한 쿵쿵 소리가 들리더니 강호동 같은 건장한(?)
체구에, 그리고 그 체구에 너무너무 잘 어울리게 생긴(?) 얼굴을 한 아가씨가
위풍당당한 몸짓으로 나타나더니 

"지가 김 말자여유. 안녕하셔유?"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보골 보골 ~~~ <----- 란다우 입에 거품 무는 소리)
에구구...차라리 신의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고 작곡과의 제의를 받아 들이는 건데.
1학년 때 미팅에서 나에게 그토록 아리따운 천사를 점지해 주셨던 신이 왜 이제는
나를 이리도 저주하시는 걸까...(신은 두 가지를 주지 않는다..인감???)
그래서 나는 졸지에 가장 이쁜 조장의 말상대에서 가장 건장한 조장의 스파링
파트너로 전락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탁! 눈치를 보니깐 말자양도 내가 맘에 안 든 모양이다. 미팅 같으면야 그냥
한두시간 개기다가 나오면 되지만 우리는 졸업여행의 파트너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서로 안면을 트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말자 양이 어지간히 웃기는 사람이어서.. 사람을 때리는 아주 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두들겨 팬다는 의미가 아니고, 여학생들이 잘 그러듯이
"아이~~~" 하는 포즈를 취하면서 자기 딴에는 애교스럽게 손으로 남의 어깨를
툭 치는 것이었는데 워낙 체격이 강골이다가 보니 맞는 사람은 뼈골이 왱왱 울릴
지경으로 치명적인 것이었다.

거기다가 더 웃기는 것은 뭐 약간 놀라운 이야기를 들으면 "Oh! yeh~~~"
어느 고교를 나왔냐고 물었더니만 " XX girls' high school! "
담배 피워도 되냐고 물었더니 "Never!" 등등등... 이거 무식한 사람 어디
치사해서 졸업여행 가겠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나중에 또 약속이 있다고 말자양이 먼저 나가 버린 후에 우리 친구들이 다른
식영과 조장들에게 저 아가씨 어디 외국에서 살다왔냐고 물었더니, 이대생들은
자기들끼리 웃음을 교환하더니 말하길 말자양이 아버지를 따라 콩고에서
살다가 온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난데 없이 왠 콩고???? 허 참!

덕분에 말자양은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 단번에 콩고라는 영예로운 애칭을 얻게
되었다. 나중에 우리끼리 있을 때 한 놈이 왈, "콩고에 오랑우탄이 많다데.."
지금도 그 때 여행을 같이 간 동기들에게 김 말자 양 기억하니? 그러면 아무도
기억을 못하지만 너 콩고 기억 나? 그러면 십중팔구 아~~~ 그 우락부락한 애?
하고 답이 돌아 온다.하하하...

나중에 여행을 가서야 들은 이야기인데 콩고 어쩌구 하는 이야기는 이대생들이
우리를 놀려 먹기위해 지어낸 것이고 실제로 콩고양은 한번도 바다를 건너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란다. 그래서 사실을 가르쳐 준 이대생에게 내가 

"그럼 도대체 왜 그렇게 영어를 많이 섞어 써요?"

하고 물었더니 그 아가씨 가라사대,

"아...걔 영어학원 3개월 속성반을 한번 듣고 나더니 그렇게 되어 버렸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는 입을 딱! 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여자가
바로 나의 파트너 조장이었던것이다...음냐...

이런 복잡다단한 사연을 안고 드디어 우리과와 이대 식영과는 제주도로 조인트
졸업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화창한 어느 5월 봄날에....

( 이거... 이제야 겨우 출발이네요. 시작이 이렇게 길면 정작 본 여행은 용두사미가
  되기 쉬운데... 아무래도 오늘안에 다쓰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시간 나는대로
  마저 쓰겠읍니다. 좀 기억에 남는 추억들이 많아서요....:> )





                                       May the force be with you !

                                       LANDAU ( fermi@power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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