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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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hjchoi (최 항준)
날 짜 (Date): 1994년07월31일(일) 03시13분01초 KDT
제 목(Title): 에어컨 이야기


이 더운 여름에 제가 공부하는 연구실에는 아무런 냉방시설도 
갖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임시방편으로 집에서 이따~아~만한 구식 선풍기를 가져와
연구실 한가운데 놓고 모터가 깨질 정도로 선풍기를 혹사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연신 목으로 그리고 등으로 땀은 
흐르고 책에 있는 깨알같은 꼬부랑 글씨들은 눈에 안들어
오고 정말 미치겠더군요.

너무 더워서 한숨을 푹푹~ 쉬며 이리저리 눈을 휘돌리다가
구석에 빈박스밑에 놓여진 심하게 부식된 물체가 눈에 띄는
것이었습니다.

음냐~ 저게 뭘까?

가서 박스를 치우고 보니 에어콘이더군요...

그것도 껍데기도 없는 알짜배기(?) 에어콘...

붉은 녹자국이 거의 전체를 도색해 버린듯한 아주 오래된
에어콘...

젠장~ 왜 이런 고물이 여기 있어서 사람 마음을 쓰리게 하는거야?

그러고는 박스를 다시 그위에 쌓아놓고는 며칠이 흘렀습니다.

그날도 변함없이 땀구멍으로 땀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아주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연신 땀을 흘려대며 헉헉~ 대던 저는 불현듯 며칠전의 고물 에어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거 혹시 전원 연결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야 저런 고물에 괜히 전원 연결했다가 녹슨 냉매 압축관이 폭발해서
고자가 될 지도 몰라...

이런 저런 갈등 끝에 전원을 연결하기로 마음먹고 조심스럽게 플러그를
꼽고, 전원스위치를 돌렸습니다.

웅장한 모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에어컨은 작동을 시작했습니다. 

한 1분정도 흘렀을까?

아니 차가운 바람이....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저는 너무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고는 시원한 에어컨 앞 바닥에 드러누워
한참을 탱자탱자~ 했습니다.

그러나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고 연구실 구석바닥에 방치되어 있어서
뒷구멍(?)으로 나오는 뜨거운 열기를 어떻게 외부로 뽑아낼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설치하는 사람을 불러볼까하고 생각도 했는데, 이런 녹슨 껍데기도
없는 고물 에어콘에 돈을 쓴다는 것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습니다.

결국 그 녹슨 에어콘은 아직도 제자리를 묵묵하게 지키고 있죠...

그 에어컨에 떨어져나간 껍데기에 붙어있던 상표가 '삼성' 이었던 것
으로 기억합니다.

줄라이님이 '삼성' 에어콘에 대한 글을 쓰셔서 문득 그 고물 에어컨이
떠올라 이렇게 글을 올렸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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