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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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prewis (안혜연)
날 짜 (Date): 1994년07월20일(수) 18시31분36초 KDT
제 목(Title): NO More 나 .vs. '그 여자'




사람은 누구나 독특하고 싶어한다. 
성격은 원만하고 무난한게 좋지만 외모에서는 이와 달리
남들과는 다른 개성을 추구하려하고 또 그러한 것들이 자기
겉모양새를 만들게 된다.
한 부모밑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서로 전혀 관계없는 사람
끼리 어딘지 모르게 외모에서 닮은 점이 있는 경우에는 그리고
한 쪽이 혹시나 유명인이여서 온갖 인기를 독점하는 사람과
닮아  사람들이 자주 민간인을 보면서 유명인을
떠올리고 닮았다는 말을 자주 한다면 그걸 듣는 사람의 기분은
유명인과 닮아서 자신도 마치 유명인이 된 듯한 기분에 그 말을
한 사람에게 싸인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물론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으며 오히려 기분이 언짢게 된다.

내게도 기분을 과히 유쾌하게 만들지 않는 이런 경우를 종종 당하게 되는데
화장을 하기 시작한 시기에는 화장품을 사러가서 내가 고르는 거에 도움말을
해주지는 않고  내 얼굴을 유심히 봤던 주인. 
학산에서 출입증을 검사하는 아저씨. 나랑 과히 친하지 않은 사람들.
처음 나와 대면하는 대부분의 사람. 최근에는 연습에 늦어 한번 맞춰보지도
못하고 기도하는 사이 악보를 대충훑어서 일주일 전의 기억을 되살린다음
실제시는 무사히 마쳐(하마터면 틀린뻔했지만 안틀렸음) 맛있게 점심을 먹는데..
앞에 귀여운 후배아해들이 앉더니만 말을 건다.
후후 "그 여자"닮았다고 소문 다 났단다.
필시 또래 사이에서 소문 났다는 말일텐데..
그 아해는 이 말을 해주면서 내게 놀라운 소식이라도 전해 기뻐할 줄 알았다 보다.
도대체 왜!! 내가, "그 여자"랑.. 어디가 어떻게 닮았는지 난 아무리 봐도 모르겟다.
분위기가 닮았나? 그럴리가...

이런 일이 있은 이후로는 모르는 사람들이 힐끔 힐끔 나를 볼때면
아저씨 저 안봐도 안서운해해요 하다가 갑자기 앗.. 저 사람도 ?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영 꿀꿀해진다. 얼굴을 형성하는(?) 염색체의
일부분이 같은걸까? 으~~ 내가 먼저 유명해졌더라면 "그 여자"가
날 닮았다는 소릴 들을텐데.. 억울한 느낌도 들고.
아예 이 참에 머리도 옷도 비슷하게 해서 사람들이 알쏭달쏭하지 않도록
시원하게 도와주어?  혹시 유전자의 조합수보다 사람수가 더 많아 비슷한 
사람이 태어날수밖에 없고 환경에 따라 바뀌는 걸까하는 전혀 과학적 
사실의 뒷받침이 없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하고.. 
헉슬리도 세상에 많은 닮은 사람들을 보고 '멋진신세계'에서 필요한 만큼의 일란성
하급인간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다.

피를 나눈 형제도 아니고 미운정 고운정이 든 부부도 아닌데 왜 닮은걸까.
더군다나 유명인과 닮은 경우는 득보단 실이 더 많은 거 같다.
자기가 원해서 모방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의 얼굴에서 유명인의
얼굴을 떠올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엔돌핀이 줄어들테니까.
현실이 아닌 소설속에서의 피해는 가히 공포 그 자체이다.
시드니 쉘던 소설에 보면 다른 로맨스 소설과는 달리 히틀러와 에바브라운이 
등장하는 게 있는데 거기에 히틀러와 에바를 닮은 배우와 민간인이 납치된다.
목숨을 노리는 세력이 있으므로 공공연한 장소에 그들이 드러나야 하는 경우에는
대역배우를, 생명이 위태롭다는 걸 직감한 상황에선 대신 대역배우가 희생되어
지금도 이 지구상 어느 곳인가에 히틀러는 죽었지만 에바는 살아있을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끝나는 소설이었다.

소설은 소설이니 현세계로의 매핑은 과대피해망상일테고
언뜻 떠올릴 수 있는 우연성을 탓할 수도 없고
그냥 통과시킬 수 밖에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걸 알지만 
이 불유쾌한 감정은 어디가서 하소연?
자주 내 기분을 꿀꿀하게 만드는 사람한테는 김건모의 '핑계'를
들려줄 수도 없고.  '입장바꿔 생각을 해봐...'
흘려보내자. 흐르는 강물처럼..
비슷할지라도 내 인생의 연극에서 주인공은 엄연히 '나' 니까.




프레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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