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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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prewis (안혜연)
날 짜 (Date): 1994년06월28일(화) 12시55분49초 KDT
제 목(Title): 4 번 지옥과  2 번 연옥



토요일 한시 넘어 치과에서 나와 코엑스에서의 SEK 전시회를 보러가기 위해
난 다시 내렸던 성신여대 지하철 역으로 들어간다.
동대문운동장에서 갈아타기 편하게 뒤쪽으로 간다, 배가 무지 고파 기운이 없
었지만 삼성역 KFC 에서 만나기로 했으므로 거기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음 그거랑 그거 ,고거 등 마치 도착도 하기 전에 미리 주문할 메뉴를 그리며
참고 있었다. 

"지금 도착되는 열차는 산본행 6량 열차입니다." 를 알리는 순간 난 열차의 뒷꽁무
니에 타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이동해야했다. 오는 열차안은
열차가 지연된 탓에 이미 정원(?)을 넘어선 상태였고 달려간 사람들은 어떻게든 
탈 심산이었다
난 이 허기진 상태에선 도저히 앞사람을 밀어넣고 찡겨 탈기력이 없었으므로 그냥 
보내기로 했다. 약간의 시간여유가 있으므로 좀 기다리면 오겠지하면서.
이것이 지옥을 경험하게 해줄줄이야..

난 전 열차를 타지 않은 관계로 승차위치에서 맨 앞줄인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이번엔 오기만 하면 꼭 타야한다는 생각에 컴컴한 터널속을 흥얼거리는 노래가 끝
나면 고개를 돌려 보곤 했다. 샐린드 디옹의 "When I fall in love","I remember 
LA","Love doesn't ask why","Only one road"등을 아무리 불러도 전광판엔 
빨간불이 들어
오질 않았다. 난 지치기 시작했고 주저앉고 싶었다. 시간이 갈수록 플랫폼엔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심지어 얼굴이 예쁘장한 할머니 한분은 내 옆에 와서 
미소를
지으며 당당히 아까 맡겨논 자리 일 보고 찾아온듯 옆에 서시면서 "몇분이나 
안온거유?
"하고 물으셨다. 나도 그제서야 시계를 보며 한 30분요. 이건 완전히 종착역인 
당고개에서
차를 정비하고 출발하는 열차를 기다렸다 타게되는 최악의 경우인 셈이었다.  
그 할머니 뒤로 몇몇의 고등학생애들도 자연스럽게 서서 이젠 3열 종대가 되버렸다.

이 때, 반가운 "띠~"하는 소리와 함께 "이번 도착하는 열차는 산본행 6량 
열차입니다." 를 알리는 소리는 기다리다 지친 마치 최면에 걸려있는 사람을 
깨우는 신호로
다들 정신을 가다듬고 꼭 타고야 말겠다는 투지를 갖게 했다.
컴컴한 터널속에서 점점 모습을 드러내어 내 앞을 지난가는 열차의 모습을 보고
난 오히려 타야겠다는 생각보단 이미 꽉들어차 한치의 틈도 없어보이는 열차가 
겁나기 시작했다. 타야되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났다.
문이 열리며 다행이 몇몇 내리는 사람들이 차지했던 공간을 점유하려고 발을 
들여놓았
지만 몸의반은 열차 밖에 있었다. 다행이 뒤에서 살작살작 밀어주는 여자때문에
난 안으로 조금씩 들어가는 거 같았으나 그건 그 여자가 미는 순간 뿐이었고
열차문은 곧 닫힐거 같았다. 으~~ 스슬 겁나기 시작하는데 누군가 넓적한 손바닥이
내 등을 밀면서 자신도 맥가이버처럼들어오는(문이 닫히는 순간 그 좁은 틈을 
슬라이딩해 들어오는) 인물이 있었으니 남자 고등학생이었다.

덕분에 타긴 탔는데 이건 완전 아수라 장 그것이었다. 안의 구성원의 20%는 
학생들이었는데
열차가 조금 기우뚱할때마다 마치 바이킹을 탄듯 소리를 질러대고 어린아이는 
놀랍고 당황되고 찡긴 모양인지 마구 울어댔다. 난 몸이 뒤틀려 있었고 정말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 되버렸다. 한 아저씨는 우산을 둘 공간이 마땅치 않았는지 사람들 머리위로
우산을 들고 계셨다. 2단우산이기 망정이지 원.. 내 옆의 아주머니는 문 옆의 
걸대에
몸이 짓이기셨는지 히프로 펌프질을 하셨다. 제발 자기 좀 살려달라고.
난 산소통이 필요했다. 숨쉬기가 곤란했다. 이건 그나마 숨을 쉬려면 내 뒷사람의 
등으로 전해오는 맥박에 동기를 맞추어 숨을 셔야 할 지경이니 으~~~~
아이들의 비명소리, 아이 울음소리, 몸이 뒤틀릴때로 뒤틀려 다들 얼굴이 벌겋고
험악하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이 4번 지옥을 벗어나려면 세 정거장을 견디어야 한다.
과연 난 내릴 수 있을까.

도대체 왜 이지경ㄲㅏㅈ 오도록 만든거야.
기본적으로 사는데 불편이 없어야 하지 않나.
요람에서 무덤까질 원하는 건 아니다.
자기가 일한만큼만의 댓사를 받고 자기 가족 부양하며
살겠다는 사람들을..
근무시간 내내 컴컴한 터널속을 달리며 사는 사람들.
그들이 햇볕을 쬘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얼마나 될까.

아르헨티나의 한 구리광산주는 해마다 새로운 안전장비를
들여와 근로자들의 안전을 조금이나마 보장해주려하고
광산내에 위치한 보건소에는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가서 건강상
태를 진단받을 수 있다. 그들에게 휴일이라곤 크리스마스외에
며칠 안되고 일요일도 없이 일하지만 위험한 작업이라 보수도
다른 직종에 비해 많고 근로자들은 회사로 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거나 할 수 없이 일한다는 그런 생각을 품지 않는다.
그들의 헬멧밑으로 보이는 얼굴은 희망차고 너무 즐거워 들떠있는 상기된 모습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고달프다거나 불만족,체념에서 오는 그런 얼굴 모습은
아니다. 다들 일할만 하다는 그런 표정들이었다.

더도 말고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국민소득은 우리가 그들나라보다 3배이상이나 그들의 기업주의 의식은
우리의 3배이상이다.
우리의 지엔피가 올라가는 만큼 우리의 기업주들의 근로자에 대한 의식
또한 높아져야 한다. 지하철 파업으로 인해 불쌍한 시민이 볼모가
되었지만 결국엔 정부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셈이 된다.
더불어 잘사는 나라? 제발 요원하다고 느껴지는 지금의 내 생각이
지옥같은 이 와중에 이제 맥시멈까지 오른 불쾌지수로 인한
헛 생각이길 간절히 바란다.

이런 상념에 사로잡혀있는 사이 난 서로 내리겠다고 밀고 나가는
사람들 틈에 밀려나와보니 다행히도 동대문 운동장이었다.
이제 나는 인간붕대로 인해 압박됐던 나의 몸을 잠시
빈 공간에 나두고 기운을 차린다음 다른 사람에 휩쓸려 2번 연옥으로 간다
왜냐면 거긴 4번같진 않았으니까.. 남의남자 얼굴을 그렇게 가까이
보게 된 상황이 서로를 무안하게 했지만 ..
여유가 생겨 몇시쯤 됐나하고 왼쪽 손목을 올리는 순간
"으악 내 시계.. 오 마이  갓!!!"

으~~~ 이 허탈감, 허기짐....


프레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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