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5월27일(금) 20시14분38초 KDT 제 목(Title): 이대 축제에 얽힌 기억....:) 글쎄.... 나는 대학교 1학년 봄의 이대축제에 갈 때 부모님 시절의 이야기만 듣고는 양복을 쫘악 빼입고 가는 몰상식하기 짝이 없는 짓을 저질렀다. 세상에....나의 첫 연인이자 내 유일한 이대축제에서의 파트너였던 그 여학생(물론...이대생이죠)이 교문 앞에 서 있는 날 보고는 그야말로 기절 초풍...혼비백산.... (그래서 나중에야 알았는데 나도 본의 아니게 소위 바보 스테이지라는데 서 본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 아이는 왜 거기를 바보 스테이지라고 부른다는 말을 안 했을까?) 여러분도 한 번 상상을 해 보시라 80년대의 대학축제에 어울리지 않게 양복을 빼 입고 바보 스테이지에 멀뚱하게 서 있는 대학 신입생을....^_^ 그런 황당무계한 일이 일어나게 된 배경은..... 우선 내가 집안의 맏 손자인 관계로 주변에 80년대의 바뀐 대학 풍속도를 알려 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내 주변에서 가장 최근에 대학을 다닌 막내 삼촌도 70년대 중반에 졸업을 했으니 아직 대학에 쌍쌍파티니 뭐 그런 것이 난무 하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란다우가 다닌 학교는 개교기념일이 가을이라 본격적인 대동제는 가을에 있고 봄에는 간단히 술만 몇 잔 들이키다가 끝내는 것이 보통이라 나는 이대축제에 갈 때까지 진짜 80년대 식 대동제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그 이대생의 장난기.... 내 딴에는 심각하게 조언을 구한다고 물어본 것인데...."너희 학교 축제 갈때 옷을 어떻게 입고 갈까? 양복 입어야 돼?" 그랬더니 " 니 맘대로 해...입고 싶으면 입고 와...:) " 이 말이 아직 덜 떨어진 대학 신입생에게는 적어도 입어도 된다 정도로는 해석이 되었는데 정작 그녀는 설마 내가 그 정도 상식도 없으랴 하면서 농ㄱ담을 한 것이었다. 나중에 그 아이 말이 자기는 나도 농담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 그래서 그런 희안한 폼으로 나의 첫번째 이대 구경은 시작 되었는데..... 그녀의 쇼킹한 한마디... " 다우야...너 그러니까...직장인 같애...." (난 나이에 비해서 더 늙어 보인다. 거기다가 양복 까지 입었으니 영락없이 아저씨로 보였을 것이다. 헐헐...) 그래서 나의 이대 축제는 그렇게 약간 낯 뜨거움과 쓴 웃음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전통적으로 교문 근처에서 해마다 추태(?)를 부리던 K대생들의 고성 소리와 함께 말이다...... 그 뒤로는 다른 일로 해서 딱 한 번 더 이대 캠퍼스엘 가보 았을 뿐이다. 내 친구 중에는 1학년 때부터 대학원 때까지 7년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대 축제에 개근 했다고 자랑하는 녀석도 있을 지경이긴 하지만.... 그 때 나의 파트너가 되어 주었던 그 이대생은 아마 지금쯤 행복한 새댁이나 애기 엄마가 되었을 것이다. 이대보드를 보면 이대 캠퍼스에도 새 건물들이 들어 서고 주변도 많이 바뀌고 있나 보다... 학교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그래서 늙은 학생의 욕심은 그 때 그 이대생의 청순하면서 깔끔했던 이미지가 나의 추억 속에 남아 있듯이 이대 캠퍼스도 그 때의 그 단아했던 오붓함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 전 원래 이대보드에는 글을 쓰지 않는데요...제 글을 호감을 가지고 읽어 주신 어느 이대 졸업생 한 분이 결혼을 하시면서 키즈를 떠나시며 모교의 보드에도 한 번 글을 올려 달라고 하셔서 이렇게 몇 자 적어 봤읍니다. 그 분이 행복하시길 바라겠읍니다. ^_^ ~ =============================================================================== LAND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