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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july ()
날 짜 (Date): 1994년05월16일(월) 18시14분01초 KDT
제 목(Title): [학보] 농안법파동에 대하여


 << 교수시론 >>


                        농안법파동에 대하여

                                                홍정선(법학과 교수)





지난해 6월에 개정되고, 금년 5월 1일부터 발효된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

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의 시행에 반발하는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중

매인들이 지난 3,4일 양일간 경매에 불참함으로써 잠시나마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에 큰 혼란을 가져왔던 일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동법의 시행을 6개월이나 유보하고 중매인들이 경매에 복귀함으로써 

소위 농안법파동의 1단계는 막을 내린 셈이다. '농수산물의 유통의 원활을 

기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

고,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동법의 시행이 중매인들의 

저항에 의해 유보되었다는 것은 민주법치국가에서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매인들의 요구에 정부가 굴복한 셈이니, 이번 사건은 결국 중매인과 정부

가 합작으로 국법질서를 훼손한 셈이다. 이번 일은 결코 일과성이어서는 아

니된다. 유사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이번사건에 대한 심각한 검

토가 따라야만 한다.

이번 파동은 '소비지중매인은 수탁매매 수집매매 도매행위 등 자기명의로 

계산하여 매매를 할 수 없다(동법 제28죠 제2항)'는 것과 '이에 위반하면 1

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동법 제64조 제6호)'는 

농안법의 내용에 중매인들이 반발한 사건이다. 말하자면 중매인은 중개업무

만 하지 직접 판매하는 행위는 하지 말라는 농안법의 내용에 중매인들이 저

항한 사건인 것이다.

도매이윤이 중개수수료의 2배 이상인 상황에서, 여태까지 도매업도 겸해온 

중매인들로서야 도매를 금하는 개정농안법의 시행에 반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매인들의 도매행위의 금지가 유통체계의 근대화에 불가피한 것이

고 동시에 농촌발전에 불가결하다면, 그리고 농안법이 우리의 국법이고 보

면, 중매인들이 집단적으로 경매참여를 거부하여 농수산물의 거래를 중단시

킴으로써 농수산물가격체계에 혼란을 가져오게 하는 중개인들의 투쟁방식은 

결코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한 투쟁은 생산자와 소비자

를 인질로 하여 자기들의 이익만은 분명히 확보하겠다는 기득권자들의 몸부

림으로 비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국가건설에 걸림돌일 수 있다는 점을 중개

인들은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국회에도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해당사자들의 반대가 거세지

면 농안법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농안법의 입법과정에서 

의견수렴을 위해 공청회 한번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회의 입법과정은 결코 이해될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의 입법이라는 것이 

여론수렴을 전제로 하는 것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일텐데, 그리고 이해

의 대립이 심하면 심할수록 더욱 더 의견수렴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인데, 

어찌하여 이해당사자들의 소란이 무서워 의견수렴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회의 모든 법률의 제정절차가 농안법의 경우와 같은 것은 아닌지 그저 걱

정스럽기만 하다.

그렇지만 금번의 농안법파동의 근원적인 책임은 그 누구보다도 정부에 있다.

본시 우리 헌법상 정부라는 것이 무엇인가. 입법자가 법을 만들때 좋은 법

이 되도록 협력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만들어진 법률을 차질없이 집행하는 

기관이 바로 정부일 것이다. 농안법시행을 1주일 앞둔 지난 4월 25일에서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니, 정부는 지난 1년동안 농안법의 시행을 위해 어

떠한 준비를 하였는지 그저 궁금하기만 하다.

정부는 중매인들이 반발하리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하였던지 아니면 알면서

도 시쳇말로 복지부동만 하고 있었는지 참으로 딱한 일이다. 농안법파동과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가슴아픈 일은 국법의 권위가 심하게 훼손되었다는 점

일 것이다.

정부나 여당은 농안법의 시행을 6개월이나 유보한 것을 농안법의 계도기간

을 연장하였다고 해명할 수도 있겠고 아니면 단속을 위한 준비기간을 설정

하였다고 해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농안법이 스스로 규정하고 있는 시행일자인 5월 1일이 

아니라 그보다 6개월 후에야 비로소 농안법이 시행된다고 믿는 국민이 다수

일 것이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국법도 일부 시민이 저항하면 그 시행이 지

연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다수 국민들의 마음속에 남게 되었다는 점이 진정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확산은 분명히 법치주의 법치국가의 발전에 중대한 장해가 

됨을 유념하여야 한다. 국법질서의 훼손은 국무총리가 국민에게 사과하고, 

정부가 관련실무자들을 문책한다고 하여 원상회복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이다.

어차피 농안법파동의 1라운드는 끝이 났으니, 이제부터는 국회와 정부 그리

고 국민과 중매인 모두가 2라운드의 농안법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

하여 머리를 모아야 할 때이다.

농민과 어민을 보호하고 동시에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유통체계를 개혁

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고 개혁시대에 부합하는 정책인 이상, 정부는 농안

법의 기본정신을 살릴 수 있는 시책을 개발 집행하여야 한다. 중매인의 수

를 줄여 나아가면서 동시에 공영도매시장 농수산물직판장 상설매장 등을 확

충하고, 농민들이 공동출하하거나 농협을 통한 계통출하를 하도록 정부가 

보다 지원하고 아울러 정부는 일부 중매인들의 밭떼기 매점매석 폭리도 철

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농수산물유통개혁기획단'을 구성하여 9월까지 구체적인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였지만, 6개월의 준비기간이 결코 긴 기간이 아니다. 6개월

내에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우선 농안법의 효력발생

시기를 일정기간 연기시키는 농안법개정부터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의 농안법파동은 중매인의 도매행위금지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이지

만, 농수산무을 매수하거나 위탁받아 판매를 대행해주는 법인인 지정도매법

인도 문제점을 갖는다면, 차제에 이에 대해서도 손질이 가해져야 할 것이다.

지정도매법인이 생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하여 소매상에게 배분해 주어야 

하는 본연의 공적임무는 등한시하고 영리추구에만 급급하다는 세간의 비판

을 정부는 경청하여야 할 것이다.

개혁의 내용이 무엇이든 개혁은 확실히 혁명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말이 생

각난다. 정부는 하계와 업계의 협력하에 UR에 찌든 우리의 농어민들에게 진

정 유익한 새로운 차원의 농수산물유통체계를 신속히 마련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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